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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oration)와 2위 업체 화훙그레이스반도체(Hua Hong Grace Semiconductor)가 2분기 나란히 세 자릿수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SMIC는 8월 13일(현지시각) 홍콩증권거래소에 공시한 실적에서 2분기 순이익이 4억 7,920만 달러(약 6,771억 원, 1달러 1,413원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261.7% 늘었다고 밝혔다. 화훙 역시 순이익이 3,860만 달러로 385.9% 증가했다. 두 회사 모두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를 벗어난 자국산 AI 칩 수요가 파운드리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SMIC의 2분기 순이익 4억 7,920만 달러는 LSEG(런던증권거래소그룹) 집계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치 2억 5,340만 달러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매출은 3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컨센서스 29억 달러에는 부합했지만, LSEG 기준 전망치 28억 달러는 웃돌았다. 집계 기관에 따라 예상치가 소폭 갈렸지만 어느 쪽 기준으로 봐도 실적이 시장 예상을 넘어섰다는 점은 같다.
화훙의 매출은 7억 1,75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26.8% 늘었고, 블룸버그 컨센서스 7억 270만 달러도 넘어섰다. 순이익 증가율(385.9%)은 SMIC보다도 높았다. SMIC의 2분기 매출 대비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률은 25.3%로, 시장이 예상했던 21.4%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단순히 매출이 늘어난 것뿐 아니라 수익성 자체가 개선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SMIC 주식은 홍콩증권거래소에 0981.HK 티커로 상장돼 있으며, 중국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파운드리로 꼽힌다.

이번 실적의 배경에는 미국 수출통제를 받지 않는 자국산 AI 반도체에 대한 폭발적 수요가 있다. 중국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이 대형 모델 학습과 AI 서비스 구동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려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현지 파운드리들이 생산라인을 최대치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SMIC는 공시에서 “하반기에도 AI가 만들어내는 산업 모멘텀과 파급 효과가 이어지며 집적회로 제조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생산능력을 유연하게 배분하고 신규 생산능력 확충을 앞당겨 공급 제약을 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SMIC는 3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4% 늘어날 것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성장 속도가 다소 완만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확장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화훙 역시 기록적인 매출로 같은 흐름을 보여줬다. 두 회사 모두 국내 수요에 기반한 실적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이 자국 내 AI 수요를 발판으로 성장 궤도를 이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SMIC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공정의 칩을 만들지는 못한다. 최선단 미세공정 왕좌는 여전히 대만 TSMC(대만반도체제조)가 쥐고 있고, SMIC는 이에 필적할 만한 공정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추론용 칩과 엣지 컴퓨팅 프로세서, 각종 AI 가속기 부품은 SMIC가 경쟁력을 갖춘 성숙·중간 공정 노드에서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 최첨단 미세공정이 아니어도 AI 관련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미국은 수년간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 접근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수출통제를 강화해왔다. 최첨단 리소그래피 장비부터 고성능 칩 설계까지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며, 이는 중국의 AI·군사용 컴퓨팅 역량 확대 속도를 늦추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SMIC는 여전히 최선단 제조 장비 접근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고, 더 작은 공정 노드로 옮겨갈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한 과제로 남아 있다.
SMIC의 깜짝 실적은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AI 수요 곡선의 실체를 가늠하려는 시점에 나왔다. 앞서 대만 TSMC 역시 견고한 AI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이번 SMIC와 화훙의 실적은 이 같은 AI 훈풍이 최선단 공정 기업뿐 아니라 성숙 공정 중심의 중국 파운드리에까지 고르게 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다만 SMIC가 안고 있는 장비 접근 제약과 공정 미세화 지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변수다. AI 수요가 언제까지 이 같은 속도로 이어질지, 그리고 중국 파운드리들이 이 수요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실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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