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그니션 데빈, 몸값 54%↑에도 매출배수는 40배로 줄었다
코그니션 데빈, 몸값 54%↑에도 매출배수는 40배로 줄었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AI 코딩 에이전트 데빈(Devin)을 만든 코그니션(Cognition)이 새 투자 라운드를 통해 기업가치 400억달러(약 56조 7000억원, 1달러 1417원 기준)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블룸버그(Bloomberg)가 인용한 소식통을 근거로 코그니션이 이미 투자자들과 이 같은 밸류에이션 상향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8월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5월 260억달러(약 36조 8000억원) 밸류에이션으로 10억달러(약 1조 4200억원)를 조달한 지 석 달 만에 몸값이 다시 뛴 셈이다. 새 라운드의 기준이 되는 연환산매출(annualized revenue run rate·ARR)은 10억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때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불렸던 커서(Cursor)의 비상장 시장 밸류에이션 293억달러(약 41조 5000억원)를 넘어서는 수치다.

석 달 만에 54% 뛴 몸값, 매출 배수는 되레 줄었다

이번 목표 밸류에이션 400억달러는 3개월 전 260억달러에서 약 54% 오른 수치다. 겉보기엔 가파른 상승이지만 매출 대비 밸류에이션 배수(revenue multiple)를 따져보면 오히려 줄었다. 3개월 전 260억달러 밸류에이션은 당시 ARR 4억9200만달러(약 6970억원) 대비 약 52배 수준이었다. 반면 새 밸류에이션 400억달러는 10억달러에 육박한 ARR을 기준으로 하면 약 40배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 배수가 줄었다는 건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을 올리는 속도보다 실제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의미다. 즉 코그니션의 몸값 상승이 단순한 기대감이나 서사에만 기댄 것이 아니라 실제 매출 증가에 뒷받침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스콧 우(Scott Wu) 코그니션 최고경영자(CEO)는 3개월 전 테크크런치에 4억9200만달러 ARR 달성을 확인하면서, 기업 고객들의 데빈 사용량이 최근 6개월 동안 매달 50%씩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3초 만에 개발환경 통째로 복제하는 신기능 / AI 생성 이미지

3초 만에 개발환경 통째로 복제하는 신기능

코그니션은 이번 투자 협상 소식과 함께 새 기술도 공개했다. 데빈의 클라우드 기반 에이전트는 이제 macOS, 리눅스(Linux), 윈도우(Windows), 안드로이드(Android)는 물론 임의의 샌드박스·서버 환경까지 여러 시스템을 동시에 구동할 수 있다.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그에 맞는 개발환경이 자동으로 생성된다.

설정 과정은 문장 하나로 끝난다. 사용자가 데빈에게 명령을 한 마디 건네면 나머지 작업을 데빈이 처리하는 방식이다. 코드 저장소, 개발 도구, 환경 변수, 의존성까지 포함한 환경 스냅숏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초다. 반면 엔지니어가 로컬 개발환경을 직접 구성하려면 의존성 충돌이나 버전 호환 문제 등으로 며칠씩 걸리는 경우가 많다. 앤트로픽, 오픈AI 같은 모델 기업들도 몇 시간에서 며칠씩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오류 없는 코드 작성은 이미 이 시장의 기본 요건이 됐고, 환경 구성 속도와 다중 플랫폼 지원 범위가 다음 경쟁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3인, 커서와는 다른 길을 택하다

코그니션은 2023년 설립돼 아직 3년이 채 되지 않은 회사다. 세 공동창업자 모두 국제정보올림피아드(International Olympiad in Informatics·IOI) 출신이며, 초기 창업팀이 획득한 대회 금메달만 총 10개에 달한다.

스콧 우 CEO는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IOI 금메달 3개를 보유했다. 프로그래밍 대회 플랫폼 코드포스(Codeforces)에서는 ‘전설의 그랜드마스터(Legendary Grandmaster)’ 등급에 올랐고 최고 레이팅은 약 3350점이었다. 스티븐 하오(Steven Hao)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수학·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2014년 IOI에서 세계 6위로 금메달을 땄다. 월든 얀(Walden Yan) 최고제품책임자(CPO)는 2023년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창업에 뛰어들었으며, 이전에 커서에서 짧게 근무한 경력이 있고 2020년 IOI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두 회사 모두 AI 코딩 제품을 만들지만 제품 철학은 처음부터 달랐다. 커서는 통합개발환경(IDE) 안에 개발자가 계속 머무르면서 AI가 코드를 제안하고 개발자가 한 줄씩 확인해 채택하는 방식이다. 본질적으로는 타이핑 속도를 높여주는 효율화 도구다. 데빈은 완전 자동화 방식을 택한다. 개발자가 작업을 맡기면 업무 지시를 읽고 코드베이스 구조를 탐색해 코드를 작성하고 테스트를 실행하고 버그를 찾아 수정한 뒤 코드 변경 요청까지 스스로 제출한다.

스콧 우 CEO는 이전 인터뷰에서 이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코파일럿(Copilot) 계열 도구는 “개발자가 키보드에서 더 빠르게 타이핑하도록 돕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데빈은 비동기(asynchronous) 패러다임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개발자는 작업 의도를 정의하고 실행 계획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고, 구체적인 실행은 다른 곳에서 이뤄진다.

커지는 시장, 그리고 데빈이 노리는 자리

시장 규모로 보면 AI 코딩 어시스턴트 시장은 2026년 1280억달러(약 181조 4000억원) 규모에 이르렀고 2032년에는 3010억달러(약 426조 5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구도를 보면 앤트로픽, 커서, 깃허브(GitHub), 오픈AI가 ‘리더(Leaders)’로 분류되고 AWS, 구글, 알리바바 클라우드, 코그니션은 ‘챌린저(Challengers)’로 분류된다. 대형 모델 기업들이 직접 자체 에이전트 제품을 내놓으면서 경쟁 구도가 더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스콧 우 CEO는 데빈을 사람 대체용으로 팔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데빈은 낡은 소프트웨어를 최신 상태로 업그레이드하거나 애플리케이션을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는 등 개발자들이 꺼리는 롱테일 반복 작업을 주로 맡는다. 이런 특성이 기업 고객 사이에서 채택이 늘어나는 배경으로 꼽힌다. 코그니션은 고객사로 메르세데스-벤츠, 나사(NASA), 골드만삭스를 들고 있다. 다만 이번 투자 라운드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은 상태로, 최종 밸류에이션과 조건은 협상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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