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법원, 칼시에 스포츠·선거 베팅 전면 금지…CFTC 명령과 정면충돌
워싱턴 법원, 칼시에 스포츠·선거 베팅 전면 금지…CFTC 명령과 정면충돌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워싱턴주 킹카운티 상급법원이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 플랫폼 칼시(Kalshi)에 스포츠·선거 등 7개 카테고리 베팅을 전면 중단하라는 최종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칼시가 주(州) 도박법(Gambling Act)과 소비자보호법(Consumer Protection Act)을 위반해 불법 도박 영업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긴급 권한을 발동해 칼시에 영업을 계속하라고 명령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워싱턴주와 연방 규제기관이 예측시장의 성격을 두고 정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칼시는 주정부와 연방정부 사이에 낀 처지가 됐다. 워싱턴주 법무장관 닉 브라운(Nick Brown)은 칼시가 “스포츠, 선거, 자연재해에 건 베팅으로 부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법원, 7개 카테고리 베팅 금지…광고도 못한다

킹카운티 상급법원 존 매케일(John McHale) 판사가 내린 최종 명령에 따라 칼시는 스포츠, 선거, 정치, 엔터테인먼트, 문화, 기술, 과학 관련 계약과 특정 공직자·유명인이 특정 발언을 할지 맞히는 이른바 “멘션(mentions)” 베팅을 워싱턴주에서 제공·중개할 수 없다. 반면 상품·기후·경제·금융 관련 이벤트 계약은 이번 제한 대상에서 빠져 워싱턴 이용자들이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법원은 칼시에 8월 19일(현지시각)까지 이용자의 IP 주소와 거주지 신고 정보를 활용한 1차 지오펜싱(geofencing, 지리적 위치 기반 접속 제한) 시스템을 가동하라고 명령했다. 9월 2일(현지시각)까지는 여러 정보원을 종합해 이용자 위치를 더 정확히 걸러내는 다중 소스 지오펜싱 시스템까지 구축해야 한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9월 2일 시한을 넘기면 하루 12만달러(약 1억 7,000만 원, 1달러 1,418원 기준)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칼시는 지연 사유를 담은 진술서를 제출해 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다.

법원은 칼시가 워싱턴에서 이 같은 계약을 광고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런 마케팅이 “불공정하거나 기만적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워싱턴주의 소장에는 칼시의 한 홍보용 트윗이 인용됐는데, 한 이용자가 친구에게 “워싱턴에 살아도 NFL(미국 프로풋볼)에 베팅할 방법을 찾았다”고 문자를 보내는 내용이었다. 법무장관실은 이 트윗이 칼시가 스스로 주법을 우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CFTC “연방 규정대로 계속 운영하라”…이틀 전엔 정반대 명령 / AI 생성 이미지

CFTC “연방 규정대로 계속 운영하라”…이틀 전엔 정반대 명령

이번 워싱턴 법원 명령은 CFTC가 8월 11일(현지시각) 긴급 권한을 발동해 칼시에 상품거래법(Commodity Exchange Act) 핵심 원칙에 따라 영업을 계속하라고 명령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CFTC는 뉴욕주 법무장관 레티샤 제임스(Letitia James)가 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칼시가 시장 비상 상황을 통보해와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뉴욕주는 7월 31일(현지시각) 소를 제기하며 임시제한명령(TRO)을 요청했는데, CFTC에 따르면 이 명령이 발효되면 칼시가 미국 전역에서 이벤트 계약을 제공하지 못하게 될 수 있었다. 뉴욕주 소장은 칼시가 뉴욕주 게이밍위원회 승인 없이 무허가 도박 사업을 운영하며 스포츠 등 이벤트 기반 상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한다. 뉴욕주는 또 일부 이용자가 뉴욕주의 스포츠 베팅 법정 연령인 21세 미만인데도 계약을 거래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뉴욕주는 배상금 등으로 360억 달러(약 51조 원, 1달러 1,418원 기준) 이상을 청구했다.

CFTC의 이번 지침은 뉴욕주 사건에서 비롯됐지만, 사건은 CFTC에 등록된 거래소가 제공하는 상품을 주(州)가 제한할 수 있는지를 다투는 더 큰 법적 다툼으로 옮겨갔다. CFTC 법률고문실(Office of the General Counsel)은 이 지침을 뉴욕 남부지방법원 로나 숴필드(Lorna Schofield) 판사에게 보충 자료로 제출했다. 연방정부가 뉴욕주의 집행 방침에 맞서 다투고 있는 재판이다. 스포츠 베팅 전문 변호사 대니얼 왈라크(Daniel Wallach)는 이 지침이 칼시로 하여금 주 법원 명령을 거부하도록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CFTC의 공식 발표문 자체에는 그런 표현이 없었고, 칼시가 지정계약시장(designated contract market)을 규율하는 연방법에 따라 계속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만 담겼다.

아홉 개 주와 전면전…트럼프 “예측시장 반대하는 주 관료는 쓰레기”

CFTC는 예측시장의 법적 성격을 둘러싸고 이미 아홉 개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일리노이, 애리조나, 코네티컷을 시작으로 위스콘신, 미네소타까지 이어졌다. 미네소타의 경우 그 주(州)의 금지 조치가 발효된 지 몇 시간 안에 CFTC가 소송을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CFTC를 지지하며 예측시장에 반대하는 주 관료들을 “쓰레기(SCUM)”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칼시가 연방 우군보다 성과가 부진하다. 이번 목요일(현지시각) 최종 명령은 지난 7월(현지시각) 내려진 예비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뼈대로 한 것이다. 당시 법원은 금지명령이 없으면 “워싱턴 소비자에게 실질적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워싱턴주 항소법원은 칼시가 이 예비 명령의 집행 정지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했다.

법무장관 닉 브라운은 최종 명령이 확정된 뒤 “칼시는 스포츠, 선거, 자연재해, 이란 전쟁 관련 사건 등에 건 베팅을 홍보하며 부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 워싱턴 법을 집행하고 칼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운 검찰총장은 지난 3월(현지시각) 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품을 “이벤트 계약”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주 도박 규정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남은 절차와 예측시장 업계의 셈법

칼시는 이번 워싱턴 최종 명령에 대해서도 항소법원에 집행 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왈라크 변호사는 칼시가 워싱턴주 항소법원에 비슷한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주 역시 CFTC의 이번 제출 서류에 반박할 여지가 있다. 왈라크는 뉴욕주가 “불법행위자의 항변 금지(unclean hands)” 논리를 펼치거나, CFTC를 상대로 임시제한명령이나 예비금지명령을 직접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칼시는 별도로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제2연방항소법원(Second Circuit Court of Appeals)이 자사 항소 건에 대해 결론을 낼 때까지 소송 절차를 멈춰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칼시 측은 피고 측이 이 요청이 해결되는 동안 증거개시(discovery) 절차를 늦추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워싱턴, 뉴욕에 이어 아홉 개 주와의 소송까지 겹치면서 칼시를 둘러싼 주정부·연방정부 간 관할권 다툼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예측시장 업계 전체가 이 결과를 주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각 주가 독자적으로 베팅 카테고리를 금지할 권한을 인정받는지, 아니면 CFTC 등록 거래소라는 이유로 주법의 손이 미치지 않는지가 이번 다툼으로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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