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라 부르던 다이먼의 JP모건, 비트코인 담보로 달러대출 서비스 개시
“사기”라 부르던 다이먼의 JP모건, 비트코인 담보로 달러대출 서비스 개시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가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담보로 맡기고 미국 달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크립토뉴스(crypto.news)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올해 3월(현지시각) JP모건의 디지털자산 플랫폼 키넥시스(Kinexys)를 통해 출범했다. 담보로 맡긴 토큰은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Fidelity Digital Assets)과 코인베이스 커스터디(Coinbase Custody) 등 제3자 수탁기관이 보관한다. 비트코인을 오랫동안 “사기”라고 불러온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최고경영자(CEO)의 은행이 내놓은 조치라는 점에서 월가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꼽힌다.

키넥시스로 작동하는 담보대출 구조

헤지펀드나 기업 재무팀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 또는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같은 제3자 수탁기관에 맡기면 JP모건은 토큰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다. 대신 수탁 영수증을 받고 키넥시스의 권한형 블록체인에 담보 내역을 기록한다. 이후 고객은 달러 대출을 받는다.

담보 가치는 체인링크(Chainlink) 등 오라클 공급업체가 제공하는 실시간 가격 피드로 계속 갱신된다. 가치가 일정 기준 밑으로 떨어지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을 발동한다. 정해진 기한 안에 고객이 추가 담보를 넣거나 대출 일부를 갚지 않으면 수탁기관이 담보를 처분해 손실을 메운다.

이 구조는 담보와 대출이 같은 스마트컨트랙트 안에 있는 에이브(Aave)나 컴파운드(Compound) 같은 디파이(DeFi) 대출 프로토콜과 다르다. JP모건은 수탁과 신용 제공을 서로 다른 주체로 나눠, 한 곳에 문제가 생겨도 두 기능이 동시에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사기”라던 다이먼, 왜 태도를 바꿨나 / AI 생성 이미지

“사기”라던 다이먼, 왜 태도를 바꿨나

다이먼 CEO는 2017년 이후 줄곧 비트코인에 부정적 발언을 쏟아냈다. “과장된 사기”, “애완돌(pet rock)”이라 부르며 튤립 투기에 비유했고, 직원이 비트코인을 거래하면 해고 사유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 사이 은행 내부에서는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이 조용히 진행됐다. 온닉스(Onyx)에서 이름을 바꾼 키넥시스 플랫폼은 현재 하루 50억 달러(약 7조 750억원, 1달러 1415원 기준) 이상의 거래를 처리하고, 누적 정산 규모는 3조 달러(약 4,245조원)를 넘어섰다.

에릭 트럼프(Eric Trump)는 컨센서스 마이애미(Consensus Miami) 2026 행사에서 JP모건이 “비트코인에 온갖 비난을 쏟아내던” 은행에서 크립토 보유자산을 담보로 한 모기지 상품을 내놓는 은행이 되기까지 약 18개월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은행 경영진의 공개 발언과 실제 내부 투자 속도가 얼마나 다르게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헤어컷 30~50%, 안전장치와 한계

JP모건이 적용하는 헤어컷(할인율)은 30~50% 수준이다. 크립토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10만 달러(약 1억 4,150만원)어치를 담보로 맡겨도 실제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은 5만~7만 달러(약 7,075만~9,905만원)에 그친다. 비트코인 파운데이션(bitcoinfoundation.org)이 제시한 예시로는 100만 달러(약 14억 1,5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맡겨도 대출 가능액이 50만~70만 달러(약 7억 750만원~9억 9,050만원) 수준으로 제한된다.

이런 큰 폭의 할인율은 비트코인이 미국 국채나 투자등급 채권보다 변동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더리움도 포함하지만 다른 알트코인은 대상이 아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두 자산이 유동성과 기관용 인프라가 가장 두텁게 갖춰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코노타임스(econotimes.com)에 따르면 이번 서비스는 기관 고객과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며, 주택담보대출이나 개인 신용대출을 찾는 일반 소비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격이 급락하면 마진콜과 담보 처분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 담보로 맡긴 자산을 팔지 않고도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변동성이나 수탁 위험 자체를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월가 전체로 확산되는 토큰화 흐름

JP모건은 이번 담보대출 프로그램에 앞서 블랙록(BlackRock)의 비트코인 ETF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와 연계한 비트코인 담보 구조화 상품(structured notes)도 신고했다. 이 상품은 최대 1.5배의 레버리지 수익을 제공하며, IBIT가 올해 12월(현지시각)까지 미리 정한 목표치에 도달하면 최대 16%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경쟁 은행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씨티그룹(Citigroup),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2027년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토큰화 예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크립토뉴스는 JP모건의 담보대출 프로그램을 두고 “더 큰 월가 통합의 서막”이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을 “애완돌”이라 부르던 은행이 이제는 주식·채권·금과 같은 담보 목록에 비트코인을 올려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제도권 금융과 크립토 자산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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