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는 전세인데, 집주인은 월세 받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 제도'

국토교통부가 시중 월세 주택을 전세로 전환해 공급하는 전월세 안심신탁 사업을 추진한다. 임차인이 낸 전세금은 공공 전월세 안정화기구가 관리·운용하고, 임대인은 운용수익을 매달 받는 구조다. 참여자 모집과 계약을 거쳐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입주를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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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전세금은 공공기구가 관리

전월세 안심신탁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전월세 안정화기구가 참여하는 3자 계약 방식으로 운영된다. 임대인의 월세 주택을 전세로 전환해 임차인에게 공급하고, 임차인은 전세금을 임대인이 아닌 안정화기구에 예치한다.

예치된 전세금은 안정화기구가 투자·운용한다. 임대인은 전세금을 직접 받는 대신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매달 지급받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금 예치와 운용, 반환, 임대인·임차인 모집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다.

정부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가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를 꺼리는 현상과 임대인의 월세 선호가 맞물리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2021년 4.1%였던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올해 5월 4.7%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서울 단독주택은 5.4%에서 6.6%, 지방 아파트는 4.8%에서 5.7%, 지방 단독주택은 8.3%에서 8.9%로 상승했다. 전월세전환율이 높을수록 같은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임차인이 부담하는 월세도 커진다.

전세대출 활용하면 월 주거비 줄어

사업에 참여하는 임차인은 월세 대신 전세계약을 맺는다. 소득 등 지원요건을 충족하면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이나 시중은행 전세대출을 이용해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다.

국토부는 시중 전월세전환율이 5~6%대인 데 비해 전세대출 금리는 3~4%대로 낮아 대출을 이용하더라도 월세 거주보다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금 반환은 안정화기구가 책임지기 때문에 별도의 전세금반환보증과 전세대출보증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제시한 사례는 주택가격 3억 원, 전세금 2억 원인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을 기준으로 한다. 해당 주택에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4만 원으로 거주하는 상황을 가정했으며 올해 5월 서울 다세대주택 전월세전환율 4.7%를 적용했다.

전월세 안심신탁사업 기대효과. / 국토교통부

안심신탁을 이용해 전세금 2억 원 가운데 80%인 1억 6000만 원을 대출로 마련하면 월 이자는 약 53만 원이다. 올해 5월 신규취급 전세자금대출 평균금리 3.97%를 적용한 결과다. 월세 74만 원과 비교하면 매달 약 2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전세금반환보증과 전세대출보증이 필요하지 않아 연간 약 34만 원의 보증료 부담도 사라진다.

임대인은 운용수익 매달 지급받아

임대인은 전세금을 직접 운용하는 대신 안정화기구로부터 매월 약정된 운용수익을 받는다. 안정화기구는 전세금 등을 바탕으로 주택공급활성화펀드를 조성하고 HUG 보증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에 자금을 운용해 연 4%대 이자수익을 낼 계획이다.

펀드는 8~10월 운용사를 선정하고 11~12월 투자자를 모집한 뒤 12월 등록할 예정이다. 이후 임차인 입주 시점부터 자금 운용을 시작해 수익을 임대인에게 지급한다. 등록 임대사업자가 사업에 참여하면 임대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의무가 면제돼 0.23~0.27% 수준의 보증료도 부담하지 않는다. 임대인 소득에 대한 세제 지원도 추진한다.

정부 사례에서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74만 원을 받던 임대인이 안심신탁에 참여할 경우 수익률 4.35%를 기준으로 매월 73만 원의 약정수익을 받는 것으로 계산했다. 월세 연체나 공실 관리 없이 안정화기구로부터 매달 수익을 받는 방식이다.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임대인에게는 주택연금 가입도 허용할 계획이다. 정부가 제시한 서울 1주택자 부부 사례에서는 안심신탁 운용수익 73만 원에 주택연금 47만 원을 더해 월 12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산정했다. 3억 원 주택을 보유한 65세·55세 부부가 지방으로 이주하고 종신지급방식 정액형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조건을 적용한 수치다.

시세 20억 원 이하 주택부터 우선 시행

사업은 주택 유형에 별도 제한을 두지 않고 일반 임대인과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다. 소득과 자산에 따른 신청 제한도 없다. 다만 초기에는 시세 20억 원 이하 주택을 우선 대상으로 하고, 전세금이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은지와 위반건축물 여부 등을 심사한다.

가입은 의무가 아니다. 참여를 원하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방식이며, 전세금은 전액 안정화기구에 예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보증부월세도 보증금과 월세를 전세금으로 환산한 금액이 적정 전세가 범위에 들어오면 신청할 수 있다. 예탁 기간은 별도로 제한하지 않고 전세계약 기간과 연동한다.

참여자 모집은 임대인이 먼저 신청한 뒤 안정화기구가 임차인 모집을 지원하는 방식과 임대인·임차인이 전세금 수준을 미리 협의한 뒤 함께 신청하는 방식을 병행한다. LH 매입임대주택 일부도 안정화기구를 통해 시범 공급한다. 올해 공급 규모는 500호로, 무주택 청년 세대가 대상이다.

구체적인 사업 절차와 약정 내용, 월세 수익률은 9월 말 공고한다. 신청 접수는 10월부터 시작하고 11월부터 HUG·임대인·임차인 간 3자 계약과 계약금 예치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임차인은 잔금을 납부한 뒤 12월부터 입주하며, 안정화기구는 전세금을 운용해 임대인에게 매달 수익을 지급한다.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안정화기구가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돌려준다.

사업이 실제 임대차 시장에서 얼마나 활용될지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자발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 임차인에게는 전세금 반환 위험과 월세 부담을 낮추는 구조가, 임대인에게는 연체나 공실 부담 없이 정기적인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참여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임대인이 전세금을 직접 활용할 수 없는 만큼 모든 임대 수요를 흡수하기는 어렵다. 향후 공개될 약정 조건과 운용수익 수준, 임대인·임차인 간 매칭이 실제 참여 규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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