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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회사를 둘로 쪼갠다는 사업 재편안을 21일 내놓자마자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인적분할은 통상 호재로 인식되지만 카카오 주가는 이날 장중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최대 낙폭을 키웠다.
한국거래소에서 카카오는 이날 오후 1시 34분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4300원(11.11%) 내린 3만4450원에 거래됐다. 오전 10시52분에는 5100원(13.18%) 떨어진 3만3600원까지 밀리며 장중 저가를 갈아치웠다. 올해 카카오는 이란전 발발 직후인 3월4일 장중 16.28%까지 하락한 적이 있지만 이후 장중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한 거래일은 없었다. 이날 공개한 구조 재편안이 증시에 적잖은 충격을 안긴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소는 이날 오전 10시4분부터 30분간 카카오 주권 거래를 정지하고 10분간 동시호가를 거쳐 매매를 재개했다. 회사 합병·분할 결정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이라는 중요 내용이 공시된 데 따른 투자자 보호 조치였다. 거래가 재개된 뒤 카카오는 8분여 만에 장중 저가를 경신하며 낙폭을 키웠다.
증권가에서는 인적분할이 대체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에서 이날 급락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선 그간 카카오가 누적해 온 주가 하락세와 과거 계열사 상장 사례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시를 종합하면 카카오 이사회는 이날 회사를 신설법인 카카오AI와 존속법인 카카오X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로 정해졌다. 기존 카카오 주주는 분할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배정받는다. 이사회는 이날 카카오인베스트먼트 합병도 함께 결의했다.
신설법인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와 광고, 커머스를 연결하는 'AI 코어 컴퍼니'로 출범한다. 주력 서비스인 카카오톡 운영과 디케이테크인, 케이앤웍스 등 운영 자회사를 산하에 둔다. 존속법인 카카오X는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 사업군을 아우르는 '미래가치 투자회사'로,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 등을 거느린다.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픽코마도 카카오X의 콘텐츠 사업군에 포함된다.
카카오AI 대표엔 정신아 현 카카오 대표이사가, 카카오X 대표엔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이 내정됐다.
카카오는 분할 배경으로 하나의 의사결정 체계로는 각 사업 전략을 속도감 있게 실행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들었다. 모바일 시대를 가장 먼저 개척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고 복잡도가 심해지면서 개별 사업 전략을 신속하게 밀어붙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지난 2년여간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계열사를 대폭 줄여온 카카오는 이번 분할을 그 정비 작업을 AI 시대 성장으로 연결하는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을 이용자 개개인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는 '에이전틱 AI 인터페이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모두에게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기존 메신저와 달리, 약 5000만 이용자 각자의 의도를 AI가 파악해 필요한 서비스나 전문 AI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대화방에서 원하는 일을 메시지로 전달하면 개인화된 AI 에이전트가 탐색과 추천부터 구매, 결제까지 이어준다는 구상이다. 다만 카카오톡 화면을 한꺼번에 전면 개편한다는 뜻은 아니며, 카카오톡을 이용자와 AI를 연결하는 접점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AI 기능과 화면 변화는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카카오AI는 이 같은 AI 서비스를 지도와 쇼핑, 광고로도 확대한다. 지도에는 이용자 목적에 맞는 장소를 찾아주는 '에이전틱 맵'을 구현하고, 쇼핑에서는 AI가 상품을 검색·추천해 구매까지 잇는다. 이후 기업용 AI 에이전트와 AI 기반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글로벌 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카카오AI는 2030년까지 AI 일간 활성 이용자 2000만명 이상을 확보하고 플랫폼 체류시간을 50%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AI 광고와 에이전틱 커머스, 구독 등 새로운 수익모델을 확대해 2030년까지 연평균 20% 수준의 매출 성장을 이끌고 매출 6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AI 매출은 2028년 전체 매출의 두 자릿수 비중으로 늘리고, 2030년에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카카오X는 가상자산, 피지컬 AI, 글로벌 팬덤 등을 신규 사업 검토 영역으로 삼아 혁신기업 투자에 나선다. 이를 위해 보유 자산 유동화로 마련한 약 2조3000억원과 자회사가 보유한 약 4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활용할 예정이다. 카카오X는 주요 사업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 13.3%를 달성해 2030년까지 매출 10조원 이상 규모의 성장 기반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주환원 방안도 함께 나왔다. 카카오AI는 내년부터 2029년까지 별도 조정 잉여현금흐름(FCF)의 20~35%를 기본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 카카오X는 자회사 배당금의 30%를 현금배당하거나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환원하고, 투자차익의 최대 30%를 추가로 환원하기로 했다. 분할 이후 3년간 총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실시한다. 이 재원은 두나무 지분 매각 차익을 활용한다.
카카오는 분할 후 사업별 가치가 시장에서 더 명확하게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카카오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2026년 8월 국내외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부분합산가치평가(SOTP) 컨센서스 평균 기준 카카오그룹의 잠재가치는 34조2000억원이다. 이는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 16조8000억원보다 약 17조4000억원 높은 수치다. 시장이 매기는 현재 가치와 회사가 주장하는 잠재가치 사이의 이 격차를 분할을 통해 좁히겠다는 것이 카카오의 구상이다. 다만 이날 주가는 회사의 이런 설명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일정상 카카오는 오는 12월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2027년 1월1일 분할을 완료하고, 같은 해 1월27일 카카오AI 재상장과 카카오X 변경상장을 추진한다. 상장주식 거래정지 기간은 올해 12월30일부터 내년 1월26일까지로 예고됐다. 세부 일정은 관계기관 협의와 관련 절차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카카오는 분할 이후에도 고용과 근로조건, 복리후생, 사업 연속성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번 분할은 카카오가 AI 시대에 맞는 속도와 책임의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카카오AI와 카카오X가 각자의 사업 특성에 맞는 전략과 자본배분 원칙을 세우고, 더 빠르게 실행하며, 그 성과를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역시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모바일 시대 카카오는 가보지 않은 길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혁신을 만들고 사용자의 일상을 바꿔 왔다"며 "AI 시대는 차원이 다른 민첩함을 요구하는 만큼, 카카오AI와 카카오X 두 개의 엔진으로 성장 구조를 재설계해 그 성과가 주주와 이용자, 크루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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