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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고등법원이 삼성전자에 스위스 시계기업 스와치그룹(Swatch Group)에 1,160만달러(약 160억원, 1달러 1,383원 기준)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갤럭시 앱스토어에 올라온 디지털 워치페이스 앱들이 브레게(Breguet)·블랑팡(Blancpain)·오메가(Omega)·롱진(Longines)·티쏘(Tissot) 등 스와치그룹 브랜드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다. 마커스 스미스(Marcus Smith) 판사는 8월 26일(현지시각) 공개한 판결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스와치그룹은 1억7,000만달러(약 2,351억원) 배상을 요구했으나 실제 인용액은 청구액의 7%가량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함한 대응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런던 고등법원은 이미 2022년 판결에서 삼성전자가 2015년 10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스와치그룹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항소했지만 패소했고, 올해 손해배상 액수를 정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스미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브랜드를 삼성의 진열대에 올려두고 무료 또는 낮은 가격에 내려받게 한 것은 매우 해롭다”고 지적했다. 이어 “낮은 가격은 스와치그룹이 알리려는 브랜드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미스 판사는 스와치그룹이 수십 년간 브랜드를 세심하게 관리하고 홍보해왔으며 이는 사업의 핵심 요소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이 상표들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전체 배상액 1,160만달러 중 1,000만달러(약 138억원)는 실제 다운로드 여부와 무관하게 삼성전자가 앱스토어에 상표를 노출한 것 자체에 대한 책임으로 산정됐다. 스미스 판사는 이런 진열 행위를 두고 “가짜 상품을 슈퍼마켓 매대에 올려놓은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이를 “진열 침해(store display infringements)”로 규정했다.
스와치그룹은 문제가 된 워치페이스 앱들이 영국과 유럽연합(EU)에서 약 16만 건 다운로드됐으며 이는 자사의 독점적인 워치 다이얼 디자인을 베낀 “대규모 상표 도용”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측 변호인단은 배상 요구가 “과도하다(extravagant)”며 문제가 제기되는 즉시 해당 소프트웨어를 삭제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앱 심사 절차를 통제하고 매력적인 워치페이스로 스마트워치를 홍보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성명을 통해 고등법원의 판결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항소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삼성전자 측은 실질적인 피해가 없었고 배상액은 300달러 안팎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와치그룹은 삼성전자가 자사의 유명 브랜드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을 경시하면서 침해의 규모와 중대성을 반복적으로 축소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앱은 삼성전자가 아닌 제3자 개발자들이 만든 것이지만, 법원은 삼성전자가 앱스토어 운영과 심사 과정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책임을 물었다.
스와치그룹은 미국에서도 삼성전자를 상대로 별도 소송을 진행 중이며, 이 절차는 영국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지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번 판결은 외부 개발자가 만든 콘텐츠라 해도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기술기업이 상표권 관련 재무적·평판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스와치그룹 양측 대변인은 관련 언론의 논평 요청에 즉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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