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3.00% 결정…1년 6개월 만에 3%대 진입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다시 인상하며 통화 긴축 행보를 가속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따른 강한 경제 성장세 속에 물가 불안과 20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위험에 선제 대응하려는 조치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 뉴스1

한국은행은 27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0%로 결정했다. 금통위가 두 달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것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이어진 연속 인상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기준금리가 3%대에 재진입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6개월 만의 일이다.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한 직후 곧바로 백투백(연속) 인상을 감행한 사례는 중앙은행 역사상 최초로 기록됐다.

앞서 금통위는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총 1.00%포인트 내렸다. 비상계엄 사태와 건설경기 침체, 미국 관세 충격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했으나 8회 연속 동결을 거쳐 지난달 3년 6개월 만에 인상을 재개했다. 이번 단행은 긴축 전환 이후 속도 조절 없이 곧바로 추가 인상을 이어 나간 셈이다.

이번 연속 인상의 가장 큰 동력은 기대를 뛰어넘는 실물 경기 회복세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 환율이나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해 국민이 실제로 갖는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5.6%를 기록하며 1988년 1분기 이후 38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전기 대비 0.6%를 기록해 한은의 당초 전망치인 0.2%를 크게 상회했다.

성장세가 예상보다 가파르자 한은은 올해 연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 대폭 올려 잡았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2.6%에서 3.3%로 상향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경제 전반의 기저효과를 극복하고 성장 동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득 증가와 경기 회복은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으로 직결된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치솟은 여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3.1%, 6월 3.2%를 기록했다. 7월에는 2.8%로 다소 둔화했으나 계절적 요인과 원자재 가격 변동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2.6%까지 올라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물가 상방 압력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 뉴스1

가계부채 급증세 역시 금리 인상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신용카드 미결제액을 더한 금액) 잔액은 2019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되며 집계 이래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돌파했다. 서울 중심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와 맞물려 금융 불안정이 가중되자 금리 인상으로 대출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서 전체 대출 차주들의 연간 이자 부담은 3조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주택담보대출 차주는 1조 8000억 원,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차주는 1조 5000억 원가량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한미 정책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기존 1.00%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축소됐다. 금리 격차가 1%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진 것은 2022년 11월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이다. 금리차 축소는 원화 가치 방어에 호재로 작용해 최근 1370원대로 하강한 원/달러 환율 안정을 지원할 전망이다.

금융시장에서는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려 긴축 속도를 높인 한은이 당분간 파급 효과를 지켜본 뒤 내년 1분기까지 1~2차례 추가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최종 금리가 연 3.25%에서 3.50%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통화정책 수행 기준과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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