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동안 이렇게 커졌다…신한금융 성장 이끈 결정적 장면들

2001년 출범 당시 총자산 56조원대였던 신한금융그룹이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은행을 중심으로 출발해 조흥은행과 LG카드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거치며 국내 대표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한 신한금융은 이제 인공지능(AI)과 내부통제, 고객 신뢰를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의 모습. / 뉴스1

25년 전 출범…은행 넘어 종합금융그룹으로

신한금융지주회사는 1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그룹사 최고경영자(CEO), 지주회사 임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25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신한금융지주가 공식 출범한 것은 2001년 9월로,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산업이 대형화·겸업화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던 시기였다. 은행뿐 아니라 카드와 증권, 보험 등을 한 지붕 아래 두고 사업을 확대하는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은 지주회사 출범 이후 인수·합병을 통해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2002년 굿모닝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2003년 조흥은행 지분을 인수했고, 2006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을 통합하면서 은행 사업의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2007년에는 LG카드를 자회사로 편입한 뒤 신한카드와 통합하면서 카드 시장에서도 대형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은행 중심이었던 그룹이 카드와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바뀐 과정이다.

25년간 달라진 체급…출범 당시 순익 2200억원

이날 창립기념식에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강연하는 모습 / 신한금융 제공

규모 변화는 숫자에서도 확인된다. 신한금융이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자료를 보면 지주회사 출범 첫해인 2001년 연결 기준 총자산은 약 56조3000억원, 순이익은 약 2200억원이었다. 이후 대형 금융회사 인수와 사업 확장을 거듭하면서 자산과 이익 규모가 크게 늘었고, 현재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하나로 경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만 놓고 봐도 당시와는 체급 차이가 크다. 신한금융의 올해 상반기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순이익은 3조44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증가했다. 2분기 순이익은 1조8201억원을 기록했다. 출범 첫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과 비교하면 현재는 반기 기준 이익 규모가 당시 연간 실적의 15배를 웃돈다.

사업 구조 역시 달라졌다. 은행이 여전히 그룹의 핵심이지만 증권과 카드, 보험, 자산운용 등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 은행의 이자이익 증가세가 둔화하면 비이자이익과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금융지주 전체 수익성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자산관리와 증권, 보험, 글로벌 사업 등을 키우는 것도 은행 대출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분산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25년 사이 금융생활도 완전히 달라졌다

신한금융이 몸집을 키운 25년 동안 소비자가 금융사를 이용하는 방식도 크게 변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은행 지점 수와 영업망은 금융사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예금이나 적금에 가입하고 돈을 보내거나 대출 상담을 받으려면 직접 지점을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계좌 개설부터 송금, 대출, 주식 투자, 보험 가입까지 상당수 금융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

금융회사 간 경쟁의 무대도 지점에서 모바일 앱을 거쳐 AI로 이동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고객 상담이나 내부 문서 작성 같은 보조 업무를 넘어 투자정보 분석과 금융상품 안내, 이상거래 탐지 등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금융위원회도 올해 4월 생성형 AI 모델의 단순 버전 변경과 관련한 혁신금융서비스 변경 절차를 간소화했고, 5월에는 보안 목적 AI 활용을 위한 망분리 규제 완화와 금융AI보안연구소 신설 등의 방침을 내놨다. 금융권의 AI 활용을 넓히는 동시에 보안 위험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사 입장에서 AI는 일반 IT 서비스보다 민감한 문제를 안고 있다. 고객의 자산과 신용정보를 다루는 만큼 AI가 잘못된 금융상품 정보를 제공하거나 개인정보를 부적절하게 처리할 경우 단순한 서비스 오류를 넘어 금전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AI 규제를 풀면서 동시에 보안과 안전성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혁신금융서비스를 처음 지정하면서도 금융회사가 탄탄한 보안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진옥동 회장이 25주년에 ‘신뢰’를 강조한 이유

이날 창립기념식에서 직원들이 강연을 듣는 모습 / 신한금융 제공

진옥동 회장이 창립 25주년 행사에서 가장 강조한 단어도 ‘신뢰’였다. 진 회장은 이날 임직원 대상 특별강연에서 지난 25년간의 성장 과정을 돌아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뢰와 비즈니스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바뀌더라도 결국 금융회사는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신뢰해야 할 대상의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고객을 대신해 AI 에이전트가 금융상품을 비교하고 투자나 거래 과정에 관여하는 상황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단순히 AI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는 것보다 정확성과 안전성을 갖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진 회장은 “앞으로 중요한 경쟁력은 단순히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를 넘어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AI를 얼마나 잘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내부통제 역시 신한금융이 향후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금융사에서 횡령이나 불완전판매,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직접적인 손실뿐 아니라 금융사의 평판과 고객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진 회장은 “신뢰를 잃는 것은 미래의 성장 기회를 잃는 것과 같다”며 내부통제와 수익성, 시장 지위, 고객 기반, 조직문화, AX(AI Transformation·AI 전환) 등 각 영역이 함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첫 25년은 M&A, 다음 25년은 경쟁 방식이 달라진다

신한금융의 첫 25년을 관통한 성장 전략이 대형 인수·합병과 사업 다각화였다면 앞으로 금융사들의 경쟁 방식은 이전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금융시장이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선 데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단순히 지점이나 계열사 수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AI 확산도 금융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변수다. 금융위원회는 고성능 AI를 금융권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보안 위협에 대응할 기술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금융회사에는 자산 규모나 대출 점유율뿐 아니라 얼마나 편리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고객 데이터를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하는지, AI가 내놓는 결과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까지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진 회장은 “신한의 지난 25년은 성공과 실패, 도전과 반성을 거치며 성장해 온 과정이었다”며 “앞으로도 신한만의 확고한 신뢰와 서로를 받쳐주는 모든 영역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더 높이 도약해 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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