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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디지털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이 인공지능(AI)의 발달이 새로운 금융 프라이버시 위협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레이스케일 리서치 헤드 자크 판들(Zach Pandl)은 8월 31일(현지시각) 공개한 보고서에서 AI가 공개형 블록체인의 익명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밝히며, 프라이버시 코인 지캐시(Zcash, ZEC)를 대안으로 지목했다. 지캐시는 최근 한 달간 78~80%가량 폭등하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레이스케일은 얼마 전 지캐시 트러스트를 현물 ZEC 상장지수펀드(ETF)로 전환해 뉴욕증권거래소 알카(NYSE Arca)에 상장시킨 바 있다.
판들은 대중의 금융 프라이버시에 대한 관심이 기술 변화와 함께 물결처럼 번져왔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물결은 1970년대 금융 기록이 전산화되던 시기에 일었고, 두 번째 물결은 1990년대 인터넷이 확산하며 온라인 프라이버시 우려가 커졌을 때 찾아왔다. 그레이스케일은 이제 AI가 세 번째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고 봤다.
판들은 AI 도구가 경제 전반에서 새로운 프라이버시 보호 수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기본적으로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공개형 블록체인에서 이 문제가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BTC) 같은 네트워크에서는 모든 거래 내역이 공개 원장에 기록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그레이스케일은 온체인 활동이 오프체인 정보와 결합될 경우 사용자 주소가 익명성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위험은 비트코인 백서에서도 이미 언급된 내용으로, AI 이전에도 존재했던 문제였다. 다만 그레이스케일은 AI 기술 발전으로 블록체인 주소에 신원을 연결하는 라벨링 작업이 더 정교해지고 널리 쓰이게 되면서, 프라이버시 보호 필요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도 AI가 새로운 재식별(re-identification) 위험을 만들어낸다고 밝힌 바 있다. AI의 예측 능력이 개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드러내고 행동 추적과 감시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월 발표된 미국 회계감사원(GAO) 보고서 역시 전문가 패널을 통해 비슷한 우려를 정리했다. 패널은 AI가 겉보기에 독립적인 데이터셋을 서로 대조해 익명화된 정보를 재식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치·건강 정보 등 여러 데이터를 결합하면 개별 데이터셋에는 없는 세부 정보까지 추론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조사가 블록체인이나 지캐시를 직접 다룬 것은 아니지만, 그레이스케일 주장의 근거가 되는 메커니즘을 뒷받침한다.
그레이스케일은 지캐시가 이런 흐름의 대표적 수혜주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지캐시는 투명 거래와 차폐(shielded) 거래를 모두 지원하는데, 차폐 거래는 영지식암호(zero-knowledge cryptography) 기술로 거래 당사자의 주소와 이동 금액을 모두 숨긴다. 판들은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사용자에게 이 기능은 ‘필수품(must have)’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라이버시 기능에 대한 수요는 이미 늘어나는 추세다. 뉴스비트코인닷컴(news.bitcoin.com) 보도에 따르면 5월 기준 지캐시 전체 유통량의 약 30%가 차폐 풀(shielded pool)에 보관돼 있었다. 이는 과거 약 8% 수준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로, 프라이버시 기능 채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자 접근성도 넓어졌다. 그레이스케일은 2017년 출범한 지캐시 트러스트를 현물 ZEC ETF로 전환해 8월 25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 알카에서 티커 ZCSH로 거래를 시작했다.
가격도 이런 관심에 화답했다. 트레이딩뷰(TradingView)와 스톡트윗츠(Stocktwits) 집계에 따르면 지캐시는 최근 한 달간 약 78% 올라 2025년 10월 이후 최고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크립토포테이토(CryptoPotato)는 이 상승률을 거의 80%로 전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랠리 당시 나타난 거의 400%에 달하는 급등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스톡트윗츠 조사에서는 최근 24시간 동안 지캐시 가격이 4% 넘게 떨어졌지만, 개인 투자자 심리는 여전히 ‘강세’ 구간에 머물렀고 관련 채팅량도 ‘높음’ 수준을 유지했다.
크립토포테이토에 따르면 랠리 이후 지캐시는 85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그레이스케일은 지캐시가 지난 1년간 19배(8월 29일 기준)에서 20배 안팎까지 치솟았다고 평가했지만, 여전히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그레이스케일은 지캐시의 프라이버시 기능과 여러 강점이 현재 가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봤다. 애널리스트 알리 마르티네스(Ali Martinez)는 “지캐시가 폭발적으로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며 1800달러를 “첫 번째 정거장”으로 제시했다.
앞서 그레이스케일은 미국 국가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선 상황과 맞물려 비트코인·이더리움과 함께 지캐시를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한 투자,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의 수혜 자산으로도 지목한 바 있다. 다만 그레이스케일은 이번 전망 역시 장기적 수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일 뿐, AI가 이미 차폐 거래 사용을 늘렸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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