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계좌 불려줄까…HMM 브라질 발레와 4.7조 원 장기 운송 계약 체결

HMM이 브라질 최대 광산업체 발레(Vale)와 4조 7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장기 운송 계약을 체결하며 벌크선 사업의 중장기 수익 기반을 확고히 다진 가운데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거시적 해운 업황 흐름의 영향을 받아 주가가 단기적인 숨 고르기 양상을 띠고 있다.

HMM / HMM

발레와 맺은 이번 계약은 단일 건 기준으로 매출액만 4조 7000억 원에 이르는 대형 운송 프로젝트다. 선박 운항이 개시되는 2030년부터 선박 1척당 25년간 화물 물동량을 책임지는 조건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해 5월과 9월에 맺은 약 1조 665억 원 규모의 장기 계약 두 건을 뛰어넘는 핵심 성과다. 해운업은 글로벌 경기 변동에 따라 운임 등락이 심한 특성을 지닌다.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고정 수익원을 확보한 사실은 기업의 기초 체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

HMM은 화물 운송 이행을 위해 21만 톤급 뉴캐슬막스 벌크선 8척을 신규 발주해 해당 노선에 투입한다. 이 선박들에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최신 기술이 대거 집약된다. 기존 선박 연료인 중유에 메탄올과 에탄올까지 세 가지 연료를 번갈아 사용하는 3중 연료(Tri-fuel) 추진 엔진이 세계 최초로 탑재된다. 향후 해상 환경 규제가 강화될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액화천연가스(LNG)나 무탄소 연료인 암모니아 추진선으로 언제든 개조할 수 있는 설계가 선체에 전면 적용된다. 선박 갑판 위에는 원통형 기둥을 빙글빙글 회전시켜 바람의 힘을 보조 추진력으로 전환하는 로터 세일 친환경 설비가 결합되어 연료 효율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기업 체질을 바꾸는 쇄신 작업은 재무 실적 수치로 확연히 증명된다. 지난해 3월 최원혁 사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HMM은 컨테이너선에 쏠려 있던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집중했다. 시황에 따라 운임 변동폭이 극심한 단기 용선 비중을 축소하고 글로벌 우량 화주들과의 장기 계약으로 빈자리를 채워 수익 안정성을 높였다. 과거 드라이벌크(곡물·철광석 등 포장 없는 화물)와 탱커(원유 등 액체 화물) 위주였던 벌크 선단에 액화가스선, 자동차운반선, 다목적선 등 고부가가치 화물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혔다. 지난해 3월 말 44척이었던 전체 벌크 선단은 이러한 전략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기준 61척까지 불어났다. 선대 확장과 장기 계약 위주의 체질 개선 효과가 시너지를 내며 올해 상반기 벌크 사업 부문에서만 약 2400억 원의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최근 1년 벌크 부문 분기별 영업이익 / HMM

조 단위 대형 수주 호재가 전해졌음에도 주식 시장에서는 해운 업종 전반의 조정 흐름이 맞물려 주가가 차분한 관망세를 유지했다. 9월 8일 오전 10시 56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HMM 주가는 직전 거래일 마감 종가(2만 1450원) 대비 150원(-0.70%) 소폭 하락한 2만 1300원 선에서 거래를 이어갔다. 이날 시가는 전일 대비 약간 높은 2만 1550원으로 산뜻하게 출발해 장중 2만 1750원까지 고점을 높이기도 했다. 상승에 따른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지며 2만 1150원까지 저점을 낮춘 뒤 낙폭을 일정 부분 만회한 상태다. 오전장 누적 거래량은 37만 1869주, 거래대금은 약 79억 4600만 원으로 촘촘하게 집계됐다. HMM 시가총액은 20조 910억 원으로 코스피 시장 전체 상장사 중 39위 규모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52주 최고가는 2만 4950원이며 최저가는 1만 7910원을 가리킨다.

주식의 상대적 가격 수준을 보여주는 밸류에이션 지표를 살펴보면 현재 주가는 우량한 기초 체력 대비 현저한 저평가 구간에 머물고 있다. 기업의 순자산 대비 현재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기준선인 1배를 한참 밑도는 0.70배에 그친다. 기업 자산을 모두 처분해 주주들에게 나눠줄 때 배분되는 1주당 자산 가치를 뜻하는 주당순자산가치(BPS)는 3만 457원에 달한다. 실질적인 장부상 가치보다 주식 시장 매매 가격이 훨씬 싸게 거래된다는 뜻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14.31배, 주당순이익(EPS)은 1488원으로 확인된다. 시장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한 향후 추정 PER은 10.82배, 추정 EPS는 1968원으로 이익 체력이 한층 매력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올 2월 기준 배당수익률은 3.29%를 기록했으며 외국인 소진율은 8.69% 수준이다. 동일 해운 업종 평균 PER이 12.00배이고 해당일 업종 지수 등락률이 -0.60% 약세를 보이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업황 전반의 투자 심리 위축이 HMM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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