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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지방 이전 이후 젊은 직원과 저연차 직원들의 자발적 퇴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자리만 지역으로 옮기는 방식으로는 인재 이탈과 수도권 재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중앙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실과 국회예산정책처를 통해 2010~2025년 1차 지방 이전 대상 주요 공공기관 10곳의 연령별·근속연수별 퇴사자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지방 이전 전후 퇴사자 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해 공무원연금공단, 한국농어촌공사, 한전KDN, 한전KPS, 한국수력원자력, 신용보증기금, 한국도로교통공단, 대한적십자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다. 정년퇴직과 비자발적 퇴사자는 제외하고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인원을 기준으로 집계했다.

10개 기관의 연평균 퇴사자는 지방 이전 전 68명에서 이전 후 133명으로 증가했다. 단순 비교하면 퇴사자 규모가 약 2배로 늘어난 셈이다.
젊은 직원과 근속기간이 짧은 직원의 이탈은 전체 증가폭보다 컸다. 34세 이하 청년 퇴사자는 연평균 28명에서 67명으로 2.4배 늘었고, 근속 9년 이하 직원의 퇴사자는 46명에서 102명으로 2.2배 증가했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부문 일자리를 지역으로 분산하고, 이전 지역에 인구와 기업을 끌어들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공공기관이 이전하면 직원과 가족의 이동이 발생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거·교육·상업시설 등이 함께 성장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 근무지가 갑자기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바뀌는 것은 단순히 출퇴근 거리가 달라지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배우자의 직장, 자녀의 교육환경, 의료기관 접근성, 문화·여가시설, 교통망 등 생활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젊은 직원일수록 지역에 장기간 정착해야 할 유인이 충분하지 않으면 다른 직장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기관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서라도 수도권에 남거나 다시 돌아가려는 직원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기관별로 보면 LH에서 젊은 직원의 이탈이 가장 두드러졌다.
LH는 2015년 경남으로 본사를 이전한 이후 전체 퇴사자가 연평균 93명에서 244명으로 2.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34세 이하 청년 퇴사자는 14명에서 102명으로 늘어 무려 7.2배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근속 9년 이하 직원의 퇴사자도 연평균 28명에서 137명으로 4.8배 늘었다. 조직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기 전인 저연차 직원들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H에서는 올해 들어 146명이 퇴사했으며, 이 가운데 79명이 34세 이하 청년층이었다.
다른 기관에서도 청년층 이탈이 확인됐다. 공무원연금공단과 한국농어촌공사의 경우 지방 이전 이후 청년 퇴사자가 4배 증가했다. 한전KDN은 3.2배, 한전KPS는 2.9배, 한국수력원자력과 신용보증기금은 각각 2.1배 늘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은 1.8배, 대한적십자사는 1.7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6배 증가했다.
기관마다 이전 시기와 지역, 조직 규모 등이 달라 단순히 같은 원인으로 퇴사자가 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러 기관에서 지방 이전 이후 자발적 퇴사와 청년층 이탈이 동시에 증가했다는 점에서 지방 이전과 인력 유출 사이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분석 범위를 넓히면 이런 현상은 특정 기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9년까지 지방 이전을 완료한 공공기관 153곳 가운데 97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퇴사자 수는 지방 이전 전 38명에서 이전 후 60명으로 1.6배 증가했다.
퇴사율도 높아졌다. 퇴사율은 전체 직원 가운데 일정 기간 동안 회사를 떠난 직원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해당 기관들의 퇴사율은 이전 전 정원 대비 2.66%에서 이전 후 3.11%로 상승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원 증가보다 퇴사자 증가 추이가 더 높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공기관의 조직 규모가 커진 것만으로 퇴사자 증가를 설명하기 어렵고, 지방 이전에 따른 자발적 퇴사가 늘어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예산정책처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할 경우 퇴사자 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에서 직원이 퇴사하면 단순히 한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업무를 교육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며, 기존 직원이 쌓아온 업무 경험과 전문성도 함께 빠져나갈 수 있다.
특히 저연차 직원의 대규모 이탈은 장기적으로 조직의 인력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입사 후 일정 기간 업무를 익힌 직원들이 떠나고 신입 직원이 반복적으로 충원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조직의 숙련도와 업무 연속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또 다른 문제는 기관을 지역으로 옮기는 것과 사람이 지역에 정착하는 것이 반드시 같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파급효과와 혁신도시 거점화 방향’ 보고서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됐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한 2014~2017년에는 이전 지역으로 인구가 순유입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그러나 2023년부터는 수도권으로의 순유출이 지속된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도 오히려 높아졌다. 19~34세 청년 인구 가운데 수도권에 거주하는 비중은 2011년 48.4%에서 지난해 56%까지 상승했다.
공공기관을 지역에 배치했는데도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다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기관 이전만으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지역에 장기간 머물기 위해서는 직장뿐 아니라 생활환경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주거비 부담이 지나치게 높지 않아야 하고, 배우자가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학교와 학원 등 교육환경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의료기관과 문화시설, 쇼핑시설, 교통망 역시 정착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업무가 끝난 뒤 생활할 공간과 주말에 가족과 시간을 보낼 시설이 부족하다면 지역에 계속 거주해야 할 이유가 약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혁신도시가 단순히 공공기관 건물을 모아놓은 지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직원과 지역 주민이 함께 생활하고,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모이면서 새로운 일자리까지 만들어지는 도시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는 이전 기관의 숫자나 건물 이전 자체보다 직원들이 실제로 정착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역의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교육·의료·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기관만 추가로 이전할 경우 1차 이전 과정에서 나타난 인력 이탈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기관을 집중할지, 여러 지역에 분산할지에 따라서도 직원들의 생활 여건과 지역에 미치는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기관별 업무 특성과 지역 산업의 연계성도 함께 따져야 한다.
백승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도시 인프라와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공공기관을 집중 이전해 인구와 고용 증가 효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산학연을 집적한 거점도시를 조성해 수도권 인구 분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학연은 산업계·학계·연구기관을 뜻한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한 지역에 모이면 단순히 공공기관 직원만 이동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관련 산업의 일자리와 연구개발 기회가 함께 늘어날 수 있다.
2차 이전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보내느냐보다 이전한 기관과 인력이 지역에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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