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아 집 사놓고 이자 못 갚는 영끌족 급증...연체율 진짜 '심각'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늘어나는 가운데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연체 채권이 대출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022년 말 이후 21% 늘어나는 동안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은 120%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은 2022년 말 644조3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79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약 2년 반 동안 134조9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은 21%다.

같은 기간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주택담보대출 채권은 1조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증가액은 1조2000억원으로, 증가율은 120%에 달했다. 대출 잔액이 21% 증가하는 동안 연체 채권은 그보다 약 6배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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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연체액, 매년 증가세

주택담보대출 연체 채권은 특정 시점에 갑자기 늘어난 것이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말 1조6000억원이었던 1개월 이상 연체 채권은 2024년 말 1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에는 2조1000억원까지 증가했고 올해 6월 말에는 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서 ‘연체 채권’은 대출을 받은 사람이 약속한 날짜에 원금이나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해 일정 기간 연체 상태에 들어간 대출을 의미한다. 이번 자료에서는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주택담보대출을 별도로 집계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대출이다.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금융회사는 담보로 잡은 주택을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신용대출보다 회수 가능성이 높은 대출로 여겨지지만, 연체가 발생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손실 위험이 커진다.

특히 연체 기간이 길어질수록 은행이 돈을 돌려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자료에서도 단기 연체뿐 아니라 장기 연체 규모가 함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이상 연체도 5000억→1조4000억

3개월 이상 연체된 주택담보대출 채권은 2022년 말 5000억원에서 2023년 말 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 2024년 말에는 1조1000억원, 지난해 말에는 1조400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6월 말에도 1조40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1개월 이상 연체 채권 가운데에서도 오랫동안 돈을 갚지 못한 대출이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며칠간 납부가 늦어진 사례와 장기간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사례는 은행이 바라보는 위험도가 다르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자가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연체한 것인지, 아니면 소득이나 자산 상황이 악화돼 정상적으로 대출을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체가 장기화될 경우 담보로 잡은 주택을 처분하는 절차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주택 가격이 대출금보다 낮아지거나 매각에 시간이 걸리면 은행이 실제로 회수하는 금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고정이하여신’ 2배 이상 증가

은행의 부실 위험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도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은행이 보유한 대출 가운데 정상적으로 원리금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대출을 말한다. 은행은 대출의 건전성을 여러 단계로 나누는데, 이 가운데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여신을 합쳐 고정이하여신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면 은행이 보유한 대출 가운데 돈을 제대로 돌려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대출을 따로 모아 집계한 지표다.

자료를 보면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고정이하여신은 2022년 말 8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2년 반 동안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연체 채권과 고정이하여신은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다. 연체가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며, 대출의 상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건전성 분류가 이뤄진다.

따라서 두 지표가 함께 증가했다는 것은 단순한 일시적 연체뿐 아니라 은행이 관리해야 할 부실 가능성이 있는 주택담보대출도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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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부실에 대비해 돈을 쌓는다

은행들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적립하는 대손충당금도 크게 늘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대출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비용으로 쌓아두는 돈이다. 예를 들어 은행이 100억원을 빌려줬는데 일부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해 일정 금액을 충당금으로 적립한다.

대손충당금이 충분히 쌓여 있으면 실제로 대출 부실이 발생했을 때 은행이 입는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대손충당금은 2022년 말 3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9000억원으로 3배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에 비해 은행이 얼마나 많은 충당금을 쌓아놓았는지를 보여주는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높아졌다. 2022년 말 44.5%였던 적립률은 올해 6월 말 51.1%로 상승했다.

이는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예상되는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도 함께 늘리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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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모보다 빠르게 늘어난 연체

이번 자료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주택담보대출 자체의 증가율과 연체 채권의 증가율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2022년 말 644조3000억원이었던 주택담보대출 채권은 올해 6월 말 779조2000억원으로 21% 증가했다. 반면 1개월 이상 연체 채권은 1조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120% 늘었다.

단순히 대출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연체액도 같은 비율로 늘어난 것으로 보기에는 증가 폭에 차이가 있다. 대출 잔액 증가율보다 연체 채권 증가율이 훨씬 높은 만큼 은행권에서는 상환 능력이 떨어진 차주의 대출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박성훈 의원은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이 대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취약 차주와 집단대출 부실 리스크 등을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취약 차주’는 소득이나 신용도, 부채 부담 등의 측면에서 대출 상환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차주를 뜻한다. 금리나 소득 변화 등에 따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경우 다른 차주보다 연체 가능성이 높을 수 있어 금융당국과 은행이 별도로 관리하는 대상이 된다.

‘집단대출’은 아파트 분양이나 입주 과정에서 여러 차주를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취급하는 대출을 말한다. 주택시장과 연결돼 있는 만큼 부동산 경기와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리스크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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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증가가 곧바로 은행 위기 의미하진 않아

주택담보대출 연체가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은행 전체가 부실해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이라는 담보가 있기 때문에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담보 처분 등을 통해 대출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은행들은 대출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으며, 이번 자료에서도 충당금 적립액과 적립률이 함께 증가했다.

그러나 연체가 장기간 이어지고 부실 대출 규모가 계속 확대되면 은행의 손실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특히 주택 가격이 하락하거나 대출자의 소득 여건이 악화될 경우 담보 가치와 상환 능력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자료에서는 1개월 이상 연체 채권뿐 아니라 3개월 이상 장기 연체와 고정이하여신도 함께 증가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건전성을 살펴볼 때 단순한 대출 규모뿐 아니라 연체 기간과 부실 가능성이 있는 대출의 규모, 은행이 쌓아놓은 충당금 등을 함께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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