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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예술가의 미술 공모전 수상작이 어린이들이 매일 오가는 초등학교 통학로 벽화로 다시 태어났다. 하나금융그룹이 장애예술인의 작품을 전시 공간 밖으로 확장해 지역 생활공간에 적용하면서 예술가 지원과 지역사회 환경 개선을 결합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9일 인천 서해구 봉수초등학교에서 발달장애 예술가 이도원 작가와 그룹 임직원 30여 명이 참여한 통학로 벽화 조성 활동을 진행했다.
작업 대상은 학생들이 등·하교 때 이용하는 학교 통학로의 노후 콘크리트 벽면이다. 참가자들은 채색 방법과 작업 과정에서 필요한 안전 수칙을 교육받은 뒤 약 3시간 동안 벽면에 그림을 채웠다.
이번 벽화의 원작자는 이 작가다. 그는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이 운영한 발달장애인 미술 공모전 ‘하나 아트버스’에서 아동·청소년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벽화에는 당시 수상작인 ‘연못마을 개구리와 친구들’이 활용됐다. 원작에 등장하는 개구리와 꽃, 곤충 등 여러 생명체를 긴 통학로 벽면 구조에 맞춰 다시 배치했다. 미술 작품을 그대로 확대하는 대신 학생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매일 볼 수 있는 공공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디자인을 재구성한 방식이다.
하나금융은 서로 다른 생명체가 한 공간에 어우러진 원작의 특징을 살려 다양성과 공존의 의미를 전달하고, 낡은 벽면을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봉사활동에 참가한 하나금융 임직원은 “새로 만든 벽화가 학생들의 등·하굣길에 작은 즐거움이 됐으면 한다”며 “이도원 작가와 함께 지역사회 공간을 직접 바꿀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벽화 작업의 출발점이 된 ‘하나 아트버스’는 하나금융이 2022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발달장애인 대상 미술 공모전이다. 단순히 수상자를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전시와 사회적기업 인턴십 등을 연결해 예술 활동을 사회 진출 기회로 이어주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공모전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4회 공모전에는 전국에서 발달장애 예술가 877명이 참여해 30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회화 부문에 813명, 디지털 아트 부문에 64명이 작품을 냈다. 수상 작품은 서울 중구 하나금융 복합문화공간 하트원(H.art1) 등에서 전시됐다.
올해 제5회 공모전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역대 최대인 1255명이 참가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4월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시상식을 열고 성인과 아동·청소년 부문 수상자를 선정했다. 공모전이 시작된 지 5년 만에 참여 작가 수가 1000명을 넘어선 셈이다.
금융회사가 장애예술인을 지원하는 방식도 과거 기부 중심에서 작품을 실제 사업과 공간에 활용하는 형태로 넓어지고 있다. 전시회를 열어 작품을 소개하거나 제품 디자인에 적용하고,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식이다.
하나 아트버스도 비슷한 구조다. 공모전 수상 이후 전시로 끝내지 않고 일부 작가에게 사회적기업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작품 활동을 지원해 왔다. 지난해 제4회 공모전 역시 총상금과 전시 외에 수상자를 대상으로 한 인턴십 등의 프로그램이 함께 마련됐다.
이번 봉수초 벽화는 이런 지원 방식을 학교라는 일상 공간까지 확장한 사례다.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품이 갤러리나 온라인 전시장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벽화 디자인으로 활용되고, 원작자가 제작 과정에도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존 미술 공모전과 차이가 있다.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일자리와 소득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은 기업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부도 장애예술인이 작품 활동을 직업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판로를 확보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는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구매 제도가 적용된다.
제도는 2023년 3월 28일부터 시행됐다. 대상 기관은 한 해 구매하는 창작물 전체 금액의 3% 이상을 장애예술인이 생산한 창작물 구매에 사용해야 한다. 대상에는 회화와 조각, 사진뿐 아니라 서예와 벽화, 미디어아트, 공예품, 공연 등이 포함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도 도입 당시 집계한 우선구매 대상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847개 기관이었다. 장애예술인에게 일회성 지원금을 주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작품을 실제로 구매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하나금융과 같은 민간 금융회사는 이 3% 의무구매 대상과는 다르다. 다만 기업들이 장애예술인의 작품을 전시나 사옥 디자인, 상품 제작, 지역사회 프로젝트 등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작품이 소비자와 만나는 경로도 그만큼 다양해질 수 있다.
특히 작품을 단순 후원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고 디자인이나 공간 콘텐츠로 활용하면 예술가에게 새로운 작업 이력이 생긴다는 차이도 있다. 이번 벽화 역시 이 작가가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을 실제 통학 공간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작품 활용 범위를 넓힌 사례에 해당한다.

하나금융이 최근 인천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잇따라 진행하는 배경에는 그룹의 청라 이전도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그룹 헤드쿼터를 준공하고 이달부터 주요 관계사 이전에 들어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새 헤드쿼터는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약 12만8000㎡ 규모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저축은행, 하나생명보험 등 10개 관계사 임직원 약 2200명이 순차적으로 청라에서 근무하게 된다. 기존 통합데이터센터와 하나글로벌캠퍼스 등의 인력을 포함하면 하나드림타운에서 근무하는 전체 금융·IT 인력은 약 4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하나드림타운은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성됐다. 2017년 통합데이터센터가 먼저 들어섰고 2019년에는 인재개발 시설인 하나글로벌캠퍼스가 문을 열었다. 올해 그룹 헤드쿼터가 완성되면서 주요 금융 계열사와 IT·교육 시설을 청라에 집적하는 사업이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들어갔다.
봉수초가 있는 서해구 역시 올해 7월 1일 새롭게 출범한 자치구다. 인천시는 기존 서구를 경인아라뱃길을 기준으로 남부의 서해구와 북부의 검단구로 나눴다. 청라1·2·3동을 비롯해 연희동과 가정동, 석남동, 가좌동 등은 서해구에 포함됐다.
본사가 들어선 지역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하나금융도 올해 인천을 중심으로 사회공헌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혹서기 취약계층을 위한 생활용품 지원, 어르신 보양식 나눔, 전통시장 소상공인 지원, 환경정화 활동, 지역아동센터 문화·경제교육 프로그램 등이 이어졌다.
앞서 인천지역 노인문화센터 외벽에도 하나 아트버스 수상작을 활용한 벽화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공모전 수상 후 하나아트크루 단원으로 채용된 조태성 작가의 작품을 바탕으로 임직원 30여 명이 벽화 작업을 진행했다. 발달장애 예술가의 작품을 지역 내 생활공간에 적용하는 방식이 한 차례 행사에 그치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나금융 ESG기획팀 관계자는 “임직원 참여와 발달장애인 예술가의 작품을 결합해 지역사회의 일상적인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더했다”며 “앞으로도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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