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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전력이 제안한 5년 치 전기요금 25조원 선납 방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전 제안에 대한 내부 검토 결과 수용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결정을 한전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는 한전에 각각 '전기료 선납 제안에 응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두 회사 모두 경영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거액의 전기료를 선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역대 최대 호황을 맞았다. 다만 이런 실적이 5년까지 이어지는 걸 상수로 두고 비용을 미리 집행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막대한 전기료를 한꺼번에 내는 것이 중장기 경영 전략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료 선납이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인프라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선납금에 따른 안정적인 이익을 얻는 동시에 신규 공장에 필요한 전력망을 적기에 구축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점보다 부담이 더 크다는 판단으로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각각 20조원, 5조원에 달하는 전기료 선납을 제안했다. 이는 지난해 양사가 납부한 전기료를 기준으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 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전기요금은 삼성전자가 4조1000억원, SK하이닉스가 9000억원이었다.
한전은 미리 받은 전기료를 국가 기간 전력망 공급에 우선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선납한 요금에 대해서는 국고채 2년물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적용해 반기 단위로 전기료를 차감하는 방식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두 회사가 약 12개월에 걸쳐 월 2조원가량씩 나눠 내면, 한전은 선납금에서 매달 전기요금을 차감하고 남은 잔액에 대한 이자를 6개월마다 지급하는 방식이 거론됐다. 이자는 현금 대신 전기요금에서 깎아주는 방안이 논의됐다. 한전은 삼성전자에 국고채 2년물보다 0.15%포인트 높은 이자율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SK하이닉스도 같은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안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전력망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조정이나 한전채 발행 외에 새로운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는 취지로 검토됐다.
대규모 전력 수요기업이 앞으로 낼 전기요금의 상당액을 미리 납부하면 한전이 이를 첨단 산업단지 전력망 건설에 사용하는 구조다. 사실상 미래에 들어올 전기요금을 앞당겨 받아 송·변전망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한전은 정부와 사전 교감을 거쳐 지난 7월 3일 재정경제부·삼성전자·SK하이닉스 측과 면담했고, 7월 9일 양사에 제안서를 전달했다. 7월 31일에는 김동철 한전 사장이 김용관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직접 만나 선납제와 반도체 전력망 건설을 협의했다. 8월 11일에는 양사 실무진이 선납 규모와 이자율 등 세부 조건을 논의했다.
해당 제안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와 맞물려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 용인 일대에 조성되는 대규모 첨단 산업단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생산 시설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 단지의 조기 준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기존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생산 기반을 지방으로 확장하는 구상이다. 용인 클러스터 조기 준공과 호남권 클러스터 신설로 늘어나는 반도체 전력 수요만 20.6GW에 이른다. 권역별 AI 데이터센터 수요는 7.9GW로 추산된다.
문제는 재원이다. 한전은 당초 2038년까지 전력망에 72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3대 메가 프로젝트가 더해지면서 투자 규모를 늘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전으로서는 선납제를 통해 신규 사채 부담을 덜면서 전력망 투자 재원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10조7000억원으로, 하루 이자만 11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이던 사채 발행 한도를 최대 5배까지 늘려준 정부 특례도 2027년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특례가 끝나면 2028년부터 한도가 다시 2배로 줄어든다. 한전은 선납금 25조원으로 신규 한전채 발행을 대신하면 줄어드는 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한전채 발행이 줄면 신용도가 높은 한전채로 시중 자금이 쏠려 중소·중견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는 부작용과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한전의 설명이다.
한전은 선납제가 시행되면 사채 발행 이외의 수단으로 대규모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거절로 다른 방안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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