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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마이너스통장에 실제로 꺼내 쓴 돈이 올해 들어 6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계좌 수는 거의 늘지 않았지만 기존 이용자들이 대출 한도를 더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직 사용하지 않은 한도도 68조원에 육박했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은행 한도대출 소진율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마이너스통장 실제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63조6409억원에서 올해 7월 말 69조7283억원으로 증가했다. 7개월 만에 6조874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은 약 9.6%다.
반면 같은 기간 마이너스통장 계좌 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486만9319개였던 계좌는 올해 7월 말 489만3636개로 2만4317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계좌 수 증가율은 약 0.5%에 불과했다.

대출 잔액과 계좌 수의 증가폭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새로운 마이너스통장 계좌가 대거 개설된 것보다 기존 이용자들이 이미 부여받은 한도에서 더 많은 돈을 사용한 영향이 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이너스통장은 대출 한도만 설정해 놓고 필요할 때 원하는 금액을 꺼내 쓸 수 있는 한도대출 방식이기 때문에 계좌 수가 그대로여도 실제 대출 잔액은 크게 변할 수 있다.
계좌 한 개당 실제 사용한 대출금도 증가했다. 지난해 말 약 1306만원이었던 계좌당 대출 잔액은 올해 7월 약 1424만원으로 늘었다. 평균적으로 한 계좌에서 사용한 대출금이 약 118만원 증가한 것으로, 기존 차주들의 대출 의존도가 높아진 흐름이 수치로 나타났다.
마이너스통장은 일반적인 신용대출과 달리 정해진 한도 안에서 필요한 금액을 자유롭게 인출하고 상환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3000만원의 한도가 설정돼 있더라도 실제로 500만원만 사용했다면 일반적으로 이자는 사용한 500만원을 기준으로 발생한다. 사용하지 않은 나머지 한도는 실제 대출 잔액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마이너스통장 이용 규모를 살펴볼 때는 계좌 수뿐 아니라 실제 대출 잔액과 약정 한도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계좌 수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가계의 대출 수요가 안정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올해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빠르게 증가한 시기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 기간과 겹쳤다.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분은 5조7827억원으로, 올해 누적 증가액의 약 95%를 차지했다. 이 기간에 대출 사용액이 집중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증시 상승 과정에서 대출을 이용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수요가 커진 것이 마이너스통장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너스통장은 별도의 담보 없이 개인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한도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고 필요할 때 즉시 사용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자금 조달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한 7월에도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증가했다. 7월 한 달 동안 증가한 잔액은 1조1496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가가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도 대출 잔액이 늘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자금 수요가 단순히 주가 상승기에만 나타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주식 투자 외에도 생활비와 주거비, 기존 대출 상환 등 다양한 이유로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당국이나 금융기관이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만으로 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빚투’가 증가 배경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지만 모든 증가분을 주식 투자 자금으로 볼 수는 없다.
마이너스통장의 특징은 아직 사용하지 않은 대출 한도가 상당한 규모로 남아 있다는 데에도 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마이너스통장 약정액은 13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실제 대출 잔액은 64조2000억원이었다. 약정된 한도 가운데 아직 사용되지 않은 금액은 67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하면 전체 약정액의 절반을 조금 넘는 금액이 아직 실제 대출로 사용되지 않은 상태다.
약정액은 금융기관이 차주에게 미리 정해준 대출 가능 한도다. 실제로 돈을 빌린 금액과는 차이가 있다. 1억원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설정받았더라도 실제 사용액이 2000만원이라면 대출 잔액은 2000만원으로 잡히고 나머지 8000만원은 미사용 한도로 남는다.
이 때문에 8월 말 기준 67조9000억원이라는 미사용 한도는 당장 발생한 가계부채를 의미하지 않는다. 해당 금액이 모두 실제 대출로 전환된다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차주들이 필요할 경우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신용 한도가 그만큼 남아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출 수요를 살펴볼 때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8월에는 마이너스통장 사용액이 앞선 달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해당 자료에서 실제 대출 잔액은 7월 말 64조6000억원에서 8월 말 64조2000억원으로 4000억원 감소했다. 약정액 대비 실제 사용액을 보여주는 소진율도 48.7%에서 48.6%로 0.1%포인트 낮아졌다.
앞서 4~7월에는 마이너스통장 사용액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8월에는 잔액과 소진율이 소폭 하락한 것이다. 주식시장 조정이 이어지면서 투자 목적의 추가 대출 수요가 둔화한 영향 등이 거론된다.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는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대출 잔액이 늘었다는 사실 자체가 부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차주들이 대출을 더 많이 이용하는 상황에서 향후 금리와 소득 여건이 악화될 경우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서도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연체율이 올해 들어 한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기타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0.76%에서 5월 말 0.90%로 높아졌다. 이후 6월에는 은행권의 연체채권 상·매각 등의 영향으로 0.77%까지 내려왔다.
연체율은 대출 원리금을 정해진 시점에 갚지 못한 대출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금융기관이 보유한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연체채권을 매각하거나 정리하면 통계상 연체율이 낮아질 수 있어 수치의 변화만으로 가계의 상환 부담이 모두 해소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번 마이너스통장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계좌 수와 대출 잔액이 서로 다른 속도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계좌는 7개월 동안 약 0.5%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실제 대출 잔액은 약 9% 증가했다. 기존 이용자들이 같은 한도대출 계좌에서 더 많은 돈을 사용하고 있다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마이너스통장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순간 자금을 꺼내 쓸 수 있다는 편의성이 있지만, 사용액이 늘어날수록 이자 부담도 커진다. 사용한 금액을 장기간 갚지 않고 계속 유지할 경우 원금과 이자가 누적될 수 있으며, 금리가 상승하면 같은 금액을 빌려도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늘어날 수 있다.
또 한도대출은 통장에 돈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대출을 이용하는 구조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약정 한도 전체가 부채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인출한 금액은 대출이기 때문에 다른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과 함께 상환 능력을 따져야 한다.
올해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는 증시 움직임과 함께 빠르게 나타났지만 8월에는 사용액이 소폭 줄어드는 변화도 나타났다. 앞으로 주식시장 흐름과 금리, 가계의 소득 및 소비 여건에 따라 마이너스통장 이용 규모가 어떻게 움직일지가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에서 주요 변수로 꼽힐 전망이다.
특히 이미 사용된 대출 잔액뿐 아니라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한도까지 함께 살펴야 가계의 잠재적인 자금 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 8월 말 기준 67조9000억원에 달하는 미사용 한도가 실제 대출로 얼마나 전환될지는 향후 가계대출 흐름과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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