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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품을 고를 때 검색 대신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추천을 묻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패션 분야에서도 실제 시장 흐름과 AI 답변 속 브랜드 평가가 엇갈리는 사례가 확인됐다. 러닝화부터 골프웨어, 명품, 애슬레저까지 어떤 AI를 이용하고 어떤 조건으로 질문하느냐에 따라 먼저 제시되는 브랜드와 순위가 달라졌다.

생성형 AI 응답에서 브랜드의 노출과 추천 양상을 분석하는 AI 브랜드 분석 전문기업 에이아이빅스랩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클로드 등 4개 생성형 AI를 대상으로 패션 분야 7개 카테고리 193개 브랜드의 AI 브랜드 경쟁력 지수 ‘AIBIX’를 측정한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AIBIX는 생성형 AI 답변에서 특정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와 어느 정도 비중으로 언급되는지, 가장 먼저 제시되는 빈도와 관련 자료가 답변 근거로 활용되는 양상 등을 분석한 지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테고리별 종합 1위는 유니클로(SPA·캐주얼), 나이키 골프(골프웨어), 나이키(러닝화), 루이비통(명품 가방), 롤렉스(명품 시계), 노스페이스(아웃도어 의류), 안다르(애슬레저·요가복)로 나타났다.
국내 브랜드 가운데 카테고리 1위에 오른 곳은 안다르가 유일했다. 안다르는 69.9점으로 룰루레몬(65.4점)을 앞섰다.

시장 인기와 AI 답변 속 순위가 엇갈린 사례는 러닝화에서 두드러졌다. 나이키는 러닝화 부문에서 74.8점을 기록해 종합 1위에 올랐다. AI가 답변에서 해당 브랜드를 가장 먼저 언급한 비율도 44.2%로 가장 높았다.
반면 검색 데이터 플랫폼 컨슈머인서치 집계에서 올해 상반기 러닝화 검색 점유율 1위였던 호카는 AIBIX 종합 4위에 머물렀다. 최근 러닝화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운 온도 13.6점으로 8위를 기록했다.
아식스는 조사된 AI 답변의 97%에 등장해 등장률 자체는 가장 높았다. 하지만 답변에서 가장 먼저 불린 비중은 22.5%로 나이키의 절반 수준이었다.
브랜드가 AI 답변에 자주 등장하는 것과 소비자에게 가장 먼저 추천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의미다.
명품 시계에서도 실제 시장 규모와 AI 답변 순위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다. 모건스탠리와 뤽스컨설트가 2025년 실적을 토대로 집계한 스위스 시계 시장 자료에서 도매 매출 10억 스위스프랑을 넘긴 브랜드는 롤렉스·까르띠에·오데마피게·파텍필립·오메가·리차드 밀 등 6곳이었다.
그러나 리차드 밀은 AIBIX에서 7.4점을 받아 22위에 그쳤다. 반대로 해당 매출 상위 6개 브랜드에 포함되지 않은 태그호이어는 40.4점으로 5위, 튜더는 30.7점으로 9위에 올랐다.
최근 경영 상황이 급변한 브랜드가 AI 답변에서는 여전히 높은 순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애슬레저 브랜드 뮬라웨어는 지난 6월 온라인 스토어 신규 주문을 중단했고 법원에서도 회생 절차 폐지 결정이 나왔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애슬레저·요가복 부문 47.6점으로 4위를 차지했다. 퍼플렉시티에서는 66.0점으로 2위였다.
에이아이빅스랩은 과거 온라인에 축적된 정보가 AI 답변에 일정 기간 남아 있어 실제 시장 상황과 생성형 AI가 인식하는 브랜드 모습 사이에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골프웨어에서도 기존 시장 구도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AI 종합 순위 1위는 나이키 골프로 57.9점을 기록했다. 아디다스 골프가 48.5점으로 2위를 차지했고 타이틀리스트는 46.7점, PXG는 43.9점으로 각각 3위와 4위에 올랐다.
골프 전문 브랜드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골프 라인이 AI 답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백화점 골프웨어 매출 선두권인 지포어도 이번 조사에서는 종합 8위에 머물렀다.
다만 답변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브랜드만 따지면 결과가 다시 뒤집혔다. 골프웨어 첫 언급 비중 1위는 종합 4위인 PXG로 30%였다.
종합 1위 나이키 골프는 첫 언급 비중이 5.8%에 그쳤다. 여러 질문의 답변에 꾸준히 포함되는 브랜드와 소비자가 질문했을 때 맨 앞에 제시되는 브랜드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 셈이다.
명품에서는 롤렉스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 명품 시계 부문에서 롤렉스는 81.6점을 기록하며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클로드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첫 언급 비중도 63.3%에 달했다. 반면 오메가는 조사 답변에 100% 등장했지만 첫 언급 비중은 5%에 그쳤다.
명품 가방에서는 루이비통과 샤넬이 맞붙었다. 종합 점수는 루이비통이 72.3점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첫 언급 비중은 샤넬이 31.7%로 더 높았다.
AI별 판단도 갈렸다. 챗GPT와 제미나이는 샤넬을 1위로 평가했고 퍼플렉시티와 클로드에서는 루이비통이 1위였다.
질문 조건에 따라서도 순위는 달라졌다. 명품 가방 종합 12위인 코치는 ‘첫 명품 가방’이나 ‘선물’ 관련 질문에서 먼저 등장하면서 첫 언급 순위는 4위까지 올라갔다. 명품 시계 종합 13위인 세이코 역시 ‘100만원 이하’, ‘입문용’ 같은 조건이 붙은 질문에서는 먼저 추천돼 첫 언급 3위를 기록했다.

어떤 AI에 질문하느냐에 따라서도 브랜드 순위는 달라졌다. 조사한 패션 7개 카테고리 가운데 5개에서 AI별 1위 브랜드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애슬레저·요가복에서는 안다르가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에서 81~86점대를 기록했지만 클로드에서는 26.9점에 그쳤다. 클로드가 이 부문 1위로 꼽은 브랜드는 룰루레몬이었다. SPA·캐주얼 분야에서도 종합 1위는 유니클로였지만 제미나이에서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에이아이빅스랩은 이런 차이가 AI마다 참고하는 자료와 출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SPA·캐주얼, 골프웨어, 명품 가방, 명품 시계 등 4개 분야의 출처 3544건을 살펴보면 개인 블로그 비중이 적지 않았다. 골프웨어는 전체 출처의 51.8%, 명품 시계는 39.9%가 개인 블로그였다. 반면 브랜드 공식 사이트 비중은 각각 2.2%, 3.4%에 그쳤다.
AI별 인용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다. 퍼플렉시티는 명품 가방 590건, 명품 시계 581건, SPA·캐주얼 573건을 인용해 카테고리별 전체 인용의 60~70%를 차지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활용 비중도 높았다. 반면 클로드는 답변당 인용이 0.4~1.0건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소수 브랜드로 추천이 집중되는 현상도 확인됐다. 전체 조사 대상 193개 브랜드 가운데 108개, 56%는 AI 답변에서 한 번도 가장 먼저 언급되지 않았다. 명품 가방에서는 첫 언급의 82%가 상위 3개 브랜드에 몰렸고 러닝화에서는 상위 5개 브랜드가 95%를 차지했다.
김준현 에이아이빅스랩 대표는 “소비자가 검색창 대신 AI에 묻기 시작하면서 매출이나 인지도가 AI 답변으로 그대로 옮겨가지 않는 현상이 확인됐다”며 “브랜드 입장에서는 답변에 등장하는 것과 가장 먼저 불리는 것을 따로 관리해야 하고 AI마다 결과가 다른 만큼 엔진별 전략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BIX는 생성형 AI에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추천해달라고 물었을 때 어떤 브랜드가 자주 등장하고, 얼마나 앞순위에서 언급되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지표다.
최근에는 포털 검색 결과를 일일이 비교하기보다 챗GPT나 제미나이 등에 “러닝화 추천해줘”, “입문용 명품 시계 알려줘”처럼 직접 묻는 이용 방식이 늘고 있다. 이때 AI가 어떤 브랜드를 먼저 꺼내는지가 새로운 노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게 조사 취지다.
다만 생성형 AI의 답변은 학습 데이터와 검색 방식, 온라인에 쌓인 정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AIBIX 순위 역시 브랜드의 제품 품질이나 전체 소비자 선호도를 뜻하지 않으며 AI 모델이 바뀌거나 새로운 정보가 축적되면 점수와 순위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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