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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한 끼에 1만원을 훌쩍 넘기는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서민 음식의 대명사였던 김밥마저 반 줄씩 쪼개 파는 모습이 등장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반줄 김밥'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와 주목받았다. 은박지에 포장된 작은 크기의 김밥 사진과 함께, 일반 김밥 한 줄의 절반 수준인 5조각을 약 2500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온라인에서는 "한 줄에 5000원 넘는 물가를 고려하면 합리적"이라거나 "삼각김밥 대신 선택하기 좋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필요한 만큼만 사고 가격을 우선하는 이른바 '다운사이징' 소비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는 모양새다.
김밥값이 오른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지난해(1만 30원) 처음 1만원을 넘어섰고, 올해(1만 320원)도 2.9% 올랐는데 내년(1만 700원)에는 인상률이 3.7%로 더 커진다. 여기에 최근 폭염으로 김밥의 핵심 재료인 김을 비롯해 고온에 취약한 시금치 등 잎채소 가격이 폭등하는 이른바 '히트플레이션(폭염+인플레이션)'도 가격 인상 압력을 더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마른김 10장당 평균 소매가격은 2021년 899원에서 2022년 928원, 2023년 1019원, 2024년 1271원, 지난해 1373원, 올해 1422원으로 매년 올랐다. 5년 새 58% 넘게 뛴 셈이다.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가 이달 5일 발표한 2026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전국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2.6%, 서울은 2.5% 올랐다. 서울 지역 김밥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3723원에서 올해 7월 3869원으로 뛰었고, 칼국수도 같은 기간 1만 2500원에서 1만 2692원으로 올랐다. 외식업체들은 식재료비 상승(95.0%)과 인건비 인상(77.4%)을 경영상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꼽고 있어, 가격 인상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격 부담은 동네 분식집의 존립 자체를 흔들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분식점 사업자는 4만 7863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11월 5만 4088명이던 분식점 사업자 수는 같은 해 12월부터 31개월 연속 감소했고, 지난해 9월에는 4만 9913명으로 5만 명 선 아래로 내려갔다.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 여파는 동네 분식집뿐 아니라 김밥 전문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비껴가지 못해, 가맹점 감소와 실적 악화를 함께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민들의 저렴한 한 끼 선택지 자체가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선택은 김밥에만 그치지 않는다. 점심시간 패스트푸드점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트 메뉴 기준 5000~7000원 선으로 1만원 이하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데다, 열량 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서 햄버거가 '가성비 한 끼'로 각광받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공개한 '2026 배민외식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1~5월 햄버거 주문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늘었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5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를 보면 2024년 말 기준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 빽다방의 가맹점 수는 각각 3325개, 2649개, 1712개에 달했다. 신규 개점 수도 각각 657개, 311개, 286개로 집계돼, 1000원대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운사이징 소비가 무조건 반가운 현상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식비 부담을 낮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가격과 포만감 위주로 식사를 고르는 경향이 지나치게 굳어지면 영양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만 볼 게 아니라 식단의 균형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고, 업계 역시 가성비와 영양을 동시에 갖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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