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TC, 클래리티법 이해충돌 논란 속 가상자산 시장 규정안 백악관에 제출했다
백악관 심사대에 오른 규정, 아직 베일에 싸인 내용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가 가상자산 거래와 시장을 규율하는 새 규정안을 백악관에 제출했다. 9월 17일(현지시각) 연방 규제정보 포털 레지인포에 “가상자산 거래 규정 및 가상자산 시장 규정(Regulation Crypto Asset Transactions and Regulation Crypto Asset Markets)”이라는 제목으로 등록됐다. 관리번호는 RIN 3038-AF80이다.

이번 제출은 상원이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 토론종결(클로처) 동의안을 부결시킨 지 며칠 뒤 이뤄졌다. 아직 규정 초안 텍스트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CFTC가 의회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자체 권한으로 가상자산 시장 규정을 만들겠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로 해석된다.

백악관 심사대에 오른 규정, 아직 베일에 싸인 내용

레지인포 대시보드는 CFTC를 담당 기관으로 명시하고 이번 규정을 초안 이전 단계인 ‘프리룰(prerule)’로 분류했다. 법정 기한은 붙어 있지 않다. 도드-프랭크 월가 개혁 및 소비자보호법에 근거한 조치로 표시됐지만 경제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규정으로는 분류되지 않았고, 국제적 영향도 기록되지 않았다.

이 심사는 행정명령 12866(EO 12866)에 따른 절차다. 백악관 정보규제국(OIRA)이 각 기관 규정을 정식 제안 전에 먼저 들여다보는 관문 역할을 한다. 제목에 ‘거래’와 ‘시장’이 함께 들어간 것은 CFTC가 이용자의 가상자산 거래 행위와 거래소 자체의 시장 구조를 동시에 다루려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등록·수탁·시장감독 관련 구체적 요건이 무엇인지는 레지인포에도 공개돼 있지 않다.

클래리티법 좌절, 두 규제기관의 독자 행동으로 이어져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클래리티법 좌절, 두 규제기관의 독자 행동으로 이어져

상원은 9월 15일 클래리티법 클로처 동의안을 49대 50으로 처리하지 못했다. 본회의 토론을 시작하려면 60표가 필요했지만 크게 못 미쳤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올해 안에 법안이 다시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고, 다른 의원들은 중간선거를 앞둔 촉박한 일정에도 법안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투표 하루 뒤인 9월 16일 마이클 셀리그 CFTC 위원장은 엑스(X)에 “새로운 금융 프런티어를 위한 규정을 낼 준비가 돼 있다”고 썼다. 앞서 8월 20일 CFTC 혁신자문위원회 콘퍼런스에서도 셀리그 위원장은 클래리티법이 좌초할 경우 기존 권한으로 가상자산 시장 체제를 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CFTC 직원들에게 기존 등록업체와 현재 미등록 상태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가상자산 시장’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지정계약시장으로 전환될 수 있는 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에서는 CFTC 감독 아래 레버리지·마진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해질 수 있다.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도 비슷한 시기 SEC가 “입법 여부와 무관하게”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기관은 투표 다음 날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CFTC는 패시브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에 대한 무조치 입장을 발표했고, SEC는 토큰화된 증권의 온체인 거래를 지원하는 일부 플랫폼에 임시 예외를 부여하는 ‘혁신 예외’를 내놨다. 이 예외로 자격을 갖춘 거래 플랫폼은 전국거래소로 등록하지 않고도 토큰화된 미국 주식을 블록체인 상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반기지만 윤리 논란은 여전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9월 15일 엑스에 SEC와 CFTC가 “기존 권한만으로도 명확한 규정을 만들 도구를 갖고 있다”며 두 기관이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착수할 것으로 본다고 썼다. 그는 “그러니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성은 어떤 식으로든 온다”고 덧붙였다.

다만 클래리티법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의 윤리 조항이 부족하다는 점을 주로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주요 가상자산 업계 인사들의 지지를 받았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그의 가족이 가상자산 사업으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의원들이 이해충돌 의혹을 제기했다. 백악관은 이런 의혹을 계속 부인해왔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 지난 7월 새로운 법안 초안이 돌기 시작했다. 공직자가 가상자산으로 돈을 버는 것을 금지하는 윤리 조항을 담았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은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클래리티법은 원래 어떤 디지털자산이 증권·상품·스테이블코인에 해당하는지 구분해 SEC와 CFTC 간 감독권을 공식적으로 나누려는 법안이다.

남은 절차와 과제

이번 규정은 아직 프리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백악관 OIRA 심사를 거쳐야 정식 제안으로 넘어가고, 그 뒤에야 연방관보에 실려 일반 의견수렴 절차가 시작된다. 등록·수탁·시장감독의 구체적 내용은 이 과정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앞서 클래리티법이 좌초할 경우 기관 차원의 규정 제정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셀리그 위원장은 SEC 가상자산 태스크포스 수석법률고문을 지냈고, 백악관 가상자산·AI 차르 데이비드 색스는 그를 두고 “대통령의 가상자산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CFTC는 최근 패시브 가상자산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에 대한 무조치 구제 범위를 넓히는 등 가상자산 분야에서 영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어, 이번 프리룰이 실제 정식 규정으로 이어질지가 업계의 다음 관심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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