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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트리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 대신 단기금리와 머니마켓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을 넣어두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당장 주가 상승에 베팅하기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단기 금융상품에 돈을 맡겨 이자 수익을 얻으면서 증시가 다시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려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국내 주요 현금성·단기금리 ETF 4종에 약 1조3511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대상 상품은 KODEX 머니마켓액티브,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RISE 머니마켓액티브, TIGER CD1년금리액티브(합성) 등이다.
가장 많은 돈이 몰린 상품은 KODEX 머니마켓액티브였다. 해당 기간 약 6921억원이 순유입된 것으로 추산됐다.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에도 약 3000억원이 들어왔다. 이 상품의 상장좌수는 608만600좌에서 635만9700좌로 늘었다.

RISE 머니마켓액티브에는 약 1953억원, TIGER CD1년금리액티브(합성)에는 약 1637억원이 각각 순유입됐다. 네 상품에 일주일 동안 1조35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셈이다.
이 같은 상품을 이해하려면 먼저 ETF가 무엇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ETF는 여러 자산을 하나의 상품에 담아 거래소에 상장한 펀드다. 일반 펀드와 달리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장중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에 자금이 몰린 ETF들은 일반적인 주식형 ETF와 성격이 다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기업의 주가 상승에 투자하는 대신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단기채 등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특정 단기금리를 따라가도록 설계됐다.
머니마켓 ETF에서 말하는 ‘머니마켓’은 말 그대로 단기 금융시장을 뜻한다. 기업이나 금융기관, 정부 등이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자금을 빌리고 빌려주는 시장이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금융상품은 만기가 짧기 때문에 장기 채권이나 주식에 비해 가격 변동이 상대적으로 작다.
대표적인 상품이 양도성예금증서인 CD다. CD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약속된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다. CD금리는 이런 CD가 거래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금리를 말한다.
CD금리 ETF는 이 CD금리를 기초로 수익을 쌓는 상품이다. 금리가 일정 수준 유지되는 동안 매일 조금씩 이자 성격의 수익이 누적되는 구조여서 주식시장의 방향성이 불확실할 때 자금을 잠시 넣어두는 용도로 활용된다.
머니마켓 ETF 역시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한다. 기업어음(CP)은 기업이 단기간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단기 채무증서다. 단기채는 만기가 짧은 채권을 뜻한다. 이런 자산에 투자해 이자 수익을 얻는 것이 머니마켓 ETF의 기본적인 구조다.
이 때문에 이들 상품은 흔히 ‘파킹형 ETF’로 불린다. 파킹형이라는 표현은 자동차를 잠시 주차해두는 것처럼 투자자금도 비교적 짧은 기간 맡겨두면서 기회를 기다린다는 의미다. 주식에 바로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현금으로 그대로 보유하기에는 아쉬운 자금을 단기 금융상품에 넣어두는 방식이다.

물론 파킹형 ETF라고 해서 원금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며 상품에 편입된 자산과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움직일 수 있다. 다만 주식형 ETF처럼 기업 실적이나 주가 변동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상품과 비교하면 가격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이 일반적이다.
ETF뿐 아니라 대표적인 단기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로도 돈이 몰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 설정원본은 지난 9일 254조2635억원에서 16일 258조7591억원으로 일주일 만에 4조4956억원 증가했다.
MMF는 투자자가 맡긴 돈을 단기 금융상품에 운용하는 펀드다. 여기서 ‘설정원본’은 펀드에 투자된 원금 규모를 의미한다. 설정원본이 일주일 동안 약 4조5000억원 늘었다는 것은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려는 자금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이 이처럼 단기 금융상품으로 눈을 돌린 배경에는 최근 주식시장의 큰 폭의 움직임이 있다. 코스피는 지난 9일 7051.64로 마감하며 7000선을 회복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15일에는 6627.26까지 떨어졌다.
9일부터 15일까지 불과 4거래일 만에 코스피가 약 6% 하락한 셈이다. 16일에는 1.37% 상승한 6717.97로 거래를 마쳤지만 7000선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은 거래대금에서도 나타났다. 이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일 기준 20조968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월별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거래대금은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이 사고팔린 금액을 모두 합한 규모다. 거래대금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주식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거래대금이 줄어들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대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증시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자금의 움직임도 나타났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9일 102조8462억원에서 16일 99조5749억원으로 약 3조2713억원 감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돈을 말한다. 아직 주식으로 투자하지 않은 현금이기 때문에 증시로 들어갈 수 있는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이 금액이 감소했다는 것은 증권사 계좌에 머물던 현금 가운데 일부가 다른 투자처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같은 기간 105조4831억원에서 102조5076억원으로 약 2조9755억원 줄었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받은 돈을 단기 금융상품 등에 운용하면서 비교적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도록 만든 계좌다.
투자자예탁금과 CMA 잔고가 함께 감소하는 가운데 MMF와 단기금리 ETF의 자금이 늘어난 것은 단기 투자처를 옮겨 다니는 자금 흐름과 연결해 볼 수 있다. 주식시장에 바로 들어가기보다 단기 금융상품에서 수익을 얻으면서 향후 투자 시점을 기다리는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금리 수준 역시 이런 자금 이동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단기금리형 상품은 시장금리가 유지되는 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증시가 빠르게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는 주식 투자로 높은 수익을 노리는 것보다 단기 금융상품에서 금리 수익을 확보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는 선택이 나올 수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예금금리가 상승하면서 예금 잔액이 증가했다”며 “MMF 잔고 역시 9월 들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런 자금 흐름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완전히 떠났다는 의미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단기금리 ETF나 MMF는 주식시장에 다시 투자하기 전까지 자금을 잠시 운용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시장이 안정되거나 주가가 투자자들이 판단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대기자금이 다시 주식이나 다른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수익률뿐 아니라 자금의 대기처와 유동성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식처럼 가격 상승에 직접 베팅하는 대신 언제든 비교적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에 자금을 넣어두면서 다음 투자 기회를 기다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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