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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과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의 거래 관계가 자동차금융에서 채권과 직접투자 등 자본시장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베트남 전기차 시장에서 VinFast 판매가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신한금융은 은행·증권·할부금융을 연결해 현지 대기업과 거래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7일 베트남 호치민 신한베트남 본사에서 빈그룹 경영진과 만나 기존 자동차금융 협력을 자본시장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20일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응우옌 꾸옥 뚜안 빈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이 새로운 협력 사업을 논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VinFast를 매개로 수년간 쌓은 자동차금융 거래가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024년부터 빈그룹 계열 전기차 업체 VinFast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자동차대출을 취급해 왔다. 누적 취급액은 1억달러에 달한다.
신한베트남파이낸스도 올해 상반기 VinFast 전기 오토바이 약 1만4000대에 총 150억원 규모의 할부금융을 제공했다. 완성차 회사의 차량 판매와 금융회사의 대출·할부 상품이 결합하는 전형적인 자동차금융 구조다.
이런 거래 규모는 VinFast의 내수 판매 확대와도 맞물려 있다. VinFast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베트남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15만4073대로 전년 동기보다 70% 이상 증가했다. 8월 한 달에만 2만161대가 인도됐다. 베트남 현지 보도를 기준으로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판매는 약 43만대로 집계돼 전기차가 현지 자동차 시장의 성장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판매량이 늘면 차량 구매에 필요한 대출과 할부금융 수요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신한금융이 VinFast를 단순 기업고객이 아니라 은행과 소비자금융 계열사가 동시에 거래할 수 있는 고객군으로 보는 배경이다.

이번 협력에서 자동차금융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분야는 자본시장이다. 신한투자증권 베트남은 빈그룹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발행하는 아리랑본드의 단독 금융주선을 맡았다. 올해 4분기 발행을 목표로 국내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투자 수요를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국내 채권 발행 공동 주관사로도 참여하고 400억원을 직접 투자할 예정이다. 고객의 차량 구입자금을 빌려주는 자동차금융에서 출발한 관계가 이제 빈그룹 본사의 자금조달과 투자까지 연결되는 셈이다.
아리랑본드는 해외 기업이나 기관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발행하는 원화 표시 채권을 말한다. 국내 기업이 발행하는 일반 회사채와 달리 발행 주체는 외국 기업이지만 자금은 원화로 조달한다. 한국기업평가도 아리랑본드를 해외 기업이 국내에서 발행하는 원화 표시 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첫 아리랑본드는 1995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발행했다.
해외 기업 입장에서는 달러나 현지 통화뿐 아니라 원화를 새로운 조달 통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 채권 형태로 해외 발행사의 신용에 투자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따라서 빈그룹의 첫 아리랑본드가 실제 발행으로 이어지면 신한투자증권은 베트남 기업과 한국 기관자금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발행 규모와 금리 등 구체적인 조건은 향후 투자 수요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신한금융이 빈그룹과 거래 범위를 넓히는 배경에는 베트남 시장 자체의 성장세도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5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베트남 경제가 2025년 8%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6.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조업과 수출, 투자가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꼽혔다. 베트남의 무역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70%에 이를 만큼 대외 교역 비중도 높다.
경제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만큼 기업들의 대출과 회사채, 투자은행(IB), 소비자금융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국내 금융사들이 베트남에 은행뿐 아니라 증권·카드·할부금융 법인을 함께 배치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파트너인 빈그룹은 그 가운데서도 규모가 크다. 시장정보업체 StockAnalysis가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수치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빈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1808조7000억동이다. 베트남 상장사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사업 범위도 자동차에 한정되지 않는다. 빈그룹은 현재 산업·기술, 부동산·서비스, 인프라, 그린에너지, 문화, 의료·교육 등 사회사업까지 여러 분야에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 VinFast와 부동산 개발회사 Vinhomes, 호텔·리조트 사업을 하는 Vinpearl 등이 대표 계열사다.
특히 VinFast는 올해 1분기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5만8577대를 인도해 전년 동기보다 61%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약 9억2070만달러로 41.7% 증가했다. 판매 증가의 중심은 여전히 베트남 시장이지만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빈그룹의 협력 확대는 국내 금융그룹의 해외사업 방식이 단순한 지점·법인 확대에서 현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복합금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번 거래 구조를 보면 신한베트남은행은 VinFast 자동차대출, 신한베트남파이낸스는 전기 오토바이 할부금융, 신한투자증권 베트남은 채권 발행과 자본시장 업무를 담당한다.
한 기업집단을 상대로 은행과 증권, 소비자금융 계열사가 각기 다른 거래를 만드는 방식이다. 향후에는 보험과 디지털금융 등 다른 계열사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다.
빈그룹 역시 해외 자본조달 창구를 넓히고 있다. 빈그룹이 이달 공개한 기업 자료에는 국내외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글로벌 금융기관 등을 자금조달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국 원화 시장에서 추진하는 아리랑본드는 이런 자금조달 다변화의 연장선에 해당한다.
신한금융은 이날 베트남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는 '신한 퓨처스랩 베트남 데모데이'도 열었다. 신용보증기금과는 해외 진출 기업을 함께 발굴해 사업화와 금융 지원을 연결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베트남은 신한금융의 주요 글로벌 사업 거점으로, 현지 고객과 기업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다"며 "빈그룹과 쌓아온 거래 경험을 바탕으로 자본시장 등 다양한 영역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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