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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의 토큰 하이프(HYPE) 스팟 거래를 열면서 신규 상장 토큰에 주로 붙이는 “고위험” 시드 태그(Seed Tag)를 적용했다. 하이프가 시가총액 기준 11위권 코인임에도 소형 신규 토큰에 쓰이는 경고 표식이 달리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엇갈렸다. 상장 직후 대형 지갑, 이른바 고래들이 토큰을 거래소로 옮기면서 가격은 곧바로 떨어졌다.
바이낸스는 9월24일(현지시각) UTC 11시부터 하이프/USDT와 하이프/USDC 페어 거래를 시작했다. 바이낸스TR 인증 계정을 가진 이용자를 위한 하이프/TRY(터키 리라) 페어도 함께 제공됐다. 상장 수수료는 없었고, 하이프 출금은 다음 날인 9월25일 UTC 11시부터 열릴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바이낸스가 붙인 시드 태그는 통상 평균보다 변동성과 위험이 크다고 평가되는 자산에 붙는 표식이다. 이 태그가 붙은 토큰을 거래하려면 이용자는 관련 약관에 동의하고 위험 관련 퀴즈를 통과해야 하며, 90일마다 다시 응시해야 한다. 이 경고 문구는 하이프 스팟과 마진 거래 페이지에도 함께 표시된다.
이번 상장 전까지 바이낸스 글로벌에서는 지난해 5월 출시된 하이프USDT 무기한 계약, 즉 최대 75배 레버리지의 선물 상품만 거래할 수 있었다. 스팟 시장 개설로 이용자들은 파생상품이 아닌 실제 토큰을 매수·매도·전송할 수 있게 됐다. 코인게코 집계에 따르면 9월27일 하이프는 93.32달러 선에서 거래됐는데, 2024년 11월 제네시스 이벤트 직후 가격 3.90달러보다 약 24배 오른 수준이다. 당시 시가총액은 약 207억6000만 달러(약 28조2000억원, 1달러 1,357원 기준)로 전체 코인 중 11위, 24시간 거래량은 5억2400만 달러를 웃돌았다.
바이낸스는 상장과 동시에 심플 언 플렉시블(Simple Earn Flexible), 바이 크립토(Buy Crypto), 컨버트(Convert), VIP 대출 등에도 하이프를 추가했다. 크로스·아이솔레이티드·포트폴리오 마진 모드에서 대출 가능 자산으로도 편입했으며, 상장 한 시간 안에 이용자들이 매수와 무수수료 환전, 대출을 이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상품은 유럽경제지역 이용자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

24/7월스트리트에 따르면 하이프는 9월23일 97.96달러의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바이낸스가 상장을 발표하기 하루 전이었다. 그러나 상장 이후 대형 지갑들이 토큰을 거래소로 옮기면서 하이프는 4.5% 하락했다. 트레이더들은 이 움직임을 매도를 위한 사전 절차로 해석했다고 24/7월스트리트는 전했다.
하이프의 좁은 유통 구조가 이런 가격 흔들림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24/7월스트리트는 전체 10억 개 중 유통량이 약 26%에 그친다고 전했다. 같은 시점 코인게코 집계로는 유통량이 2억2240만 개로 22%대인 것으로 나타나 수치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어느 쪽이든 나머지 대부분은 잠겨 있거나 해제를 기다리는 상태로, 완전희석가치는 약 892억 달러로 유통 시가총액 약 207억6000만 달러의 4배를 넘는다.
상장 직전 하이퍼리퀴드 자체 거래소의 무기한 계약 미결제약정은 사상 최대인 180억 달러까지 늘어난 상태였다. 이런 규모는 시드 태그가 통상 붙는 신생 소형 토큰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더해 10월6일에는 핵심 기여자 대상으로 992만 개(최대 발행량의 1%, 유통량의 약 4.5%)의 하이프가 추가로 풀린다. 9월27일 기준 가격(약 93달러)으로 환산하면 명목가치는 약 9억2500만 달러에 달한다.
하이프 자산 대부분을 보유한 나스닥 상장사 하이퍼리퀴드 스트래티지스는 오히려 매수를 늘렸다. 9월25일 49만4200개, 약 4580만 달러어치를 추가 매입했다고 24/7월스트리트는 전했다. 그러나 이 회사 주가도 하이프 가격 하락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9월25일 종가는 약 13달러로, 9월18일의 약 14달러 대비 8.8% 떨어졌다. 다만 해당 주가는 올해 들어 261% 오른 상태다.
하이퍼리퀴드 스트래티지스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샤미스는 “창출된 가치의 대부분이 프로그램화된 바이백을 통해 하이프 보유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자사 주가가 하이프 가격과 함께 움직이는 구조인 만큼, 그가 토큰 가치를 옹호할 유인이 있다는 점도 함께 짚을 대목이다.
반대로 미국에서 거래되는 하이프 ETF 3종(비트와이즈·그레이스케일·21셰어스)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이 나타났다. 소소밸류 집계에 따르면 9월25일 기준 이들 ETF의 보유자산은 약 5억200만 달러(약 6800억원)였다. 이 중 순유입액은 3억4200만 달러였고 나머지는 가격 상승분이었는데, 이 순유입 총액은 9월4일 정점인 3억5700만 달러에서 줄어든 수치다. 즉 그 시점 이후로는 빠져나간 자금이 들어온 자금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하이퍼리퀴드가 미국 이용자의 자체 거래소 접근을 막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미국 ETF 투자자들은 정작 자신이 쓸 수 없는 플랫폼에 연동된 토큰을 들고 있는 셈이 된다. ETF 투자자는 원하는 거래일에 언제든 매도할 수 있는 반면, 유일한 자산인 하이프만 매수하기로 한 하이퍼리퀴드 스트래티지스와는 매도 유인 자체가 다르다는 점도 두 그룹의 자금 흐름이 엇갈리는 이유로 꼽힌다.
바이낸스의 시드 태그는 유통량이 적은 토큰에서 흔히 나타나는 급격한 가격 변동을 조심하라는 경고에 가깝다. 하이퍼리퀴드의 사업 자체가 건전한지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라는 게 24/7월스트리트의 분석이다. 스팟 상장이 곧 보증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바이낸스는 하이프 매수·매도 창구를 열어준 동시에, 하이퍼리퀴드 자체 거래소와 경쟁하는 선물 플랫폼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하이퍼리퀴드의 실제 사업 지표는 시드 태그와는 결이 다르다. 디파이라마 집계에 따르면 최근 30일간 하이퍼리퀴드는 약 2169억 달러의 무기한 계약 거래량을 처리했고, 미결제약정은 약 83억9000만 달러, 추적된 프로토콜 전체의 예치자산은 75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수료 수익은 약 7497만 달러, 프로토콜 매출은 5827만 달러로 집계됐다. 거래 수수료 일부는 어시스턴스 펀드로 흘러가 온체인에서 하이프를 자동 매입한 뒤 소각되는 구조다. 하이프는 네트워크 스테이킹·보안, HyperEVM 가스비 결제, 수수료 할인 등급 산정에도 쓰인다.
24/7월스트리트는 향후 관전 지표로 ETF 자금 흐름을 제시했다. 순유입 총액이 다시 3억5700만 달러를 넘어서고 바이낸스가 이후 시드 태그를 해제한다면 상장이 신규 수요를 끌어들였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고래들이 토큰을 거래소로 계속 옮기며 순유입이 3억4200만 달러 아래로 더 떨어진다면, 이번 상장은 매도자들의 출구 전략에 가까웠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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