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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음악 생성 서비스 수노(Suno)로 만든 노래가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Meomuru의 ‘The Adult I Dreamed Of’(국내 표기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가 10월 14일(현지시각) 기준 멜론 Top 100 3위를 기록했다. 보컬을 사람이 아닌 AI가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저작권 등록 기준과 AI 표기 의무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이 곡은 6월 2일 공개됐다. 처음부터 차트 상위권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 소셜미디어의 숏폼 영상에서 배경음악으로 널리 쓰이면서 서서히 순위가 올랐다. 음악 전문 매체 뮤직 앨리(Music Ally)는 이를 ‘슬로 번(slow-burn)’ 방식의 상승이라고 표현했다.
성적은 멜론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경제지 헤럴드경제 영문판은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1,000만 회에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유튜브 국내 음악 차트 2위, 멜론과 벅스 등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3위라는 설명도 붙었다. 뮤직 앨리에 따르면 스포티파이 ‘Top Songs – South Korea’ 차트에서는 작성 시점에 48위였다. 같은 서비스의 최신 일간 Top 50 순위에서는 10위였다.
앞서 AI로 만든 곡이 국내 차트에 등장해 논쟁을 일으킨 사례가 있었다. 조선힙합(Joseon Hiphop)의 ‘Forest of the Heart’다. 이 곡은 멜론 Top 100 89위에 올랐다. 뮤직 앨리는 지난달 이 곡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고 전했는데, Meomuru의 곡이 그 순위를 한참 앞질렀다고 평가했다.

곡의 제작 방식은 앨범 소개에 적혀 있다. 이에 따르면 보컬은 수노로 생성했고 Meomuru는 가사를 쓰고 전체 프로덕션 방향을 맡았다. 헤럴드경제는 가사를 제외하면 멜로디와 보컬까지 모두 AI가 만들었다고 전했다. 아티스트가 수노를 사용했다고 직접 밝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보도마다 아티스트명의 로마자 표기가 Meomuru와 Meorumeu로 엇갈린다.
Meomuru는 유튜브 채널 소개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에게 AI는 현대적인 악기이자 상상을 현실로 옮기도록 돕는 파트너다. 도구는 바뀌어도 이야기는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다.” 소스에 실린 영어 원문을 옮긴 것이다. AI를 창작의 대체재가 아니라 표현 도구로 본다는 입장이다.
곡은 어른이 되면서 짊어지는 책임과 부담이 어린 시절의 꿈을 서서히 밀어내는 과정을 그린 록 발라드다. 와이온(WION)은 공감하기 쉬운 주제가 청취자와의 접점이 됐다고 짚었다. 헤럴드경제는 낯선 멜로디와 가사에 끌려 같은 가수의 다른 곡을 찾아보던 40대 직장인이 AI로 만든 곡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충격을 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그가 이용한 스트리밍 플랫폼에는 AI 생성 여부를 알리는 표시가 없었다.
청취자 반응은 갈린다. 코리아헤럴드(The Korea Herald)에 따르면 작곡·작사·연출을 사람이 책임지는 만큼 AI 활용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있다. AI가 만든 음악 자체가 불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AI가 쓰였다면 더 분명하게 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헤럴드경제는 스트리밍 플랫폼 댓글에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고 “진짜 충격”이라는 표현도 있었다고 전했다.
핵심 쟁점은 표기 의무의 범위다. 최근 시행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은 투명성 조항에 따라 AI 사업자에게 AI 생성 콘텐츠임을 알리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이 의무는 사업자에게만 적용된다. 개인 창작자는 법의 적용 범위 밖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명시적인 법적 요구가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개별 업로더에게 돌리고 있다고 헤럴드경제는 지적했다.
여론은 표기 쪽에 기운다. 리서치 전문 기업 오픈서베이가 AI 표기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전국 남녀 3,000명과 SNS 이용자 900명을 조사했다. 응답자의 85.6%가 AI 콘텐츠 표기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54.1%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입장에서 AI 표기를 의무화하거나 AI 생성 트랙의 등록을 임의로 제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저작권 인정 범위 등 AI 음악을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이유다.
저작권 쪽 사정도 복잡하다. 한국의 현행 저작권 체계는 사람의 창작적 기여에는 보호를 부여한다. 반면 AI가 단독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그 자체로는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문제는 사람과 AI가 한 작품에 함께 기여한 경우를 어떻게 다룰지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8월 이 문제를 풀겠다며 새 기준을 내놨다. 사람이 ‘실질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한 AI 활용 작품의 등록을 허용하되 창작자가 사용한 AI 도구와 활용 범위, 자신의 기여 내용을 밝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협회는 22일 뒤 이 기준을 철회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곡의 어느 부분이 사람 몫이고 어느 부분이 AI 몫인지 객관적으로 가를 방법이 없다는 비판이 컸다. 와이온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를 포함한 정부와 국회도 나서 더 폭넓은 공론화를 요청했다.
한 음악 업계 관계자는 코리아헤럴드에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가사를 쓰고 AI가 작곡하거나 노래하는 식으로 역할이 분명히 나뉘는 프로젝트도 있다. 하지만 복잡한 작업 과정에서는 프롬프트(AI에 주는 지시문)를 반복하고 여러 단계에서 AI로 수정과 편집을 거친다. 이런 경우 사람과 AI의 기여 비율을 정확히 재는 것은 창작자가 무엇을 공개하느냐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I가 음악 제작에 깊이 들어올수록 더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좋든 싫든 AI 음악은 업계가 가는 방향의 불가피한 일부다. AI 활용 정도와 사람 창작자의 통제 수준을 재는 더 세부적인 기준이 있어야 저작권을 어떻게 배분할지 정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AI 학습에 작품이 쓰였을 수 있는 기존 아티스트와 창작자를 보호할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노는 해외에서도 법적 분쟁의 한가운데 있다. 파트너 레이블과 손잡고 사업을 키우는 한편 유니버설뮤직그룹·소니뮤직과 법정에서 맞서고 있다. 미국 제3순회항소법원은 9월 29일 AI 법률 검색 업체 로스 인텔리전스의 공정이용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음악 회사가 당사자는 아니지만 미국음반산업협회와 전미음악출판협회가 의견서를 낸 사건이다. 음악 업계는 AI 학습과 저작권의 관계를 가를 선례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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