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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억원 이상인 차주의 비중이 올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자금이 커지면서 고액 대출을 보유한 차주가 늘어난 가운데,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은행과 비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차주 가운데 대출 잔액이 2억원 이상인 사람의 비중은 30.2%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시 16.3%였던 해당 비중은 6년여 만에 13.9%포인트 상승했다. 주담대 잔액이 2억원 이상인 차주가 전체의 약 3분의 1에 가까워진 것이다.
이번 통계는 한은이 약 235만명의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구축한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산출했다.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주담대 차주도 포함됐다.
대출 규모가 커질수록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높아졌다. 대출 잔액이 4억원 이상인 차주의 비중은 2020년 1분기 2.7%에서 올해 2분기 7.0%로 4.3%포인트 상승했다. 비중만 놓고 보면 6년여 만에 약 2.6배로 확대됐다.

대출 구간별로는 2억원 이상 4억원 미만 차주 비중이 13.6%에서 23.2%로 높아졌다. 4억원 이상 6억원 미만은 2.0%에서 5.3%로, 6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은 0.6%에서 1.4%로 각각 상승했다. 10억원 이상 대출을 보유한 차주 비중도 0.1%에서 0.3%로 늘었다.
반면 대출 잔액이 2억원 미만인 차주의 비중은 같은 기간 83.7%에서 69.8%로 13.9%포인트 낮아졌다. 주담대 차주 구성에서 고액 대출자의 비중이 커지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고액 주담대 차주가 늘어난 배경으로는 주택가격 상승이 꼽힌다. 집값이 오르면 주택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전체 자금이 커지고, 보유 자금만으로 부족한 금액을 대출로 충당하는 경우 대출 잔액도 늘어날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택 구입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주택가격이 높은 지역에서 매수에 나선 차주일수록 대출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출 잔액 증가에는 주택가격 외에도 차주의 소득과 보유 자산, 기존 대출 상환 여부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6% 상승했다. 지난해 2월 첫째 주 이후 8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8.98%로 집계됐다.
집값이 오르는 동안 주택을 구입한 차주들의 대출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주택 매입 과정에서 자기자금보다 대출에 의존한 비중이 높은 차주는 향후 금리 변동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주담대 잔액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차주의 상환 부담이 같은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 소득이 높거나 금융자산이 충분한 차주는 대출 규모가 커도 상환 여력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소득에 비해 대출이 많고 생활비 부담까지 큰 차주는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가계 지출에서 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
대출 잔액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 차주가 부담해야 할 이자도 늘어난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대출 잔액 2억원인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단순 계산으로 200만원 증가한다. 잔액이 4억원이면 연 400만원, 6억원이면 연 600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대출 잔액 전체에 금리 상승분이 적용된다고 가정한 단순 계산이다. 실제 부담액은 대출금리의 변동 시점과 상환 방식, 잔액 감소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분할상환 대출은 원금이 줄어들면서 이자 부담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대출 규모가 클수록 같은 폭의 금리 인상에도 추가 부담액이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을 최대한 활용한 이른바 ‘영끌’ 차주는 금리 상승기에 가계 재정 압박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대출 상환액이 늘면 소비나 저축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고, 다른 생활비 지출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주담대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뿐 아니라 금융채 등 시장금리,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차주별 신용도와 가산금리 등에 영향을 받는다. 시장금리가 오르거나 은행의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3.43%로 전월보다 0.25%포인트 상승했다. 코픽스는 은행이 예금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부담하는 비용을 반영하는 지표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오르면 이를 기준으로 삼는 변동형 대출금리에도 반영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도 6%대로 올라섰다. 제시된 금리 기준으로 우리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5.00~6.20%, KB국민은행은 연 4.64~6.05% 수준이다. 실제 적용 금리는 대출 상품과 차주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담대 고액화와 금리 상승이 겹치면 주택을 보유한 가계의 금융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대출을 받을 때는 현재 적용되는 금리뿐 아니라 향후 금리 변동 가능성과 소득 감소, 예상치 못한 지출까지 고려해 상환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은 금리 재산정 시점에 따라 매달 갚아야 할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대출을 새로 받거나 갈아타려는 경우에는 금리 수준만 비교하기보다 중도상환수수료, 상환 방식, 만기, 우대금리 조건 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대출 잔액이 크더라도 소득과 자산, 상환 기간에 따라 실제 부담은 다르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2억원 이상 차주의 비중이 2020년 1분기 16.3%에서 올해 2분기 30.2%로 확대된 가운데,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3.43%로 오른 점은 주택 보유 가계가 대출 규모와 금리 변화를 함께 살펴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고금리 현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데 그치지 않고 가계 소비와 부동산 시장, 기업 투자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처럼 대출 잔액이 크고 상환 기간이 긴 금융상품은 금리가 오를 때 가계가 체감하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가계 입장에서는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늘어나면 식비와 외식비, 여행비, 내구재 구매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 상환액만 증가하면 소비를 줄이거나 저축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 여러 대출을 보유한 가구는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자동차 할부 등 다른 금융 비용까지 함께 부담할 수 있어 지출 압박이 커진다.
고금리는 부동산 거래에도 영향을 준다.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대출금리가 높을수록 같은 금액을 빌리더라도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이에 따라 구매 가능한 주택 가격을 낮추거나 매수를 미루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기존 주택 보유자도 이자 부담이 커지면 추가 주택 매입이나 이사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 주택 거래가 줄어들면 중개업과 이사업, 인테리어 등 관련 업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 역시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기업이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높아지면 설비 투자와 사업 확장 계획을 늦추거나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이자 비용 증가가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기업의 투자와 채용이 위축되면 가계 소득과 소비에도 영향을 주면서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
금리 상승이 모든 경제 주체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예금자는 예금금리가 오르면 이자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대출을 보유한 가구나 기업이 부담하는 이자 증가분과 예금자가 얻는 추가 수익은 보유 자산과 부채 규모에 따라 다르다. 대출이 많은 가구가 금리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면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반면, 금융자산이 많은 가구는 상대적으로 이자 수익이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될 때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출 상환에 많은 소득을 사용하는 가구는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질병, 생활비 상승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연체가 늘어나면 금융기관의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어 가계부채 문제를 살필 때는 대출 총액뿐 아니라 차주의 상환 능력과 금리 변동 위험도 함께 봐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억원 이상인 차주 비중이 30%를 넘어선 상황에서 금리 부담을 관리하는 일은 가계 재정뿐 아니라 소비와 경기 흐름에도 중요한 문제다. 대출자는 현재 금리만을 기준으로 상환 계획을 세우기보다 금리가 추가로 오르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까지 고려해 감당할 수 있는 대출 규모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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