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거래소·국세청 공문 49건 오갔어도 과세 전산망 미완성…가상자산 유예 확정 촉구
정장 차림 인물이 비트코인 모형과 법봉 앞에서 손을 들어 보이는 모습 — AI 자료 이미지

국민의힘 정책위 부의장인 박수영 의원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하루빨리 확정해 발표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박 의원은 10월 26일(현지시각)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세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과 세부 기준부터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이 추가 유예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나온 공개 요구다.

현행 법에 따른 가상자산 과세는 2027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도에 따르면 2029년으로 미루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유예가 확정되면 이번이 네 번째 연기가 된다.

박수영 “투자자는 납세 거부가 아니라 공정한 환경을 요구한다”

박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확정을 발표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부가 유예 결정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세금 자체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과세 환경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가장 먼저 문제 삼은 것은 전산 인프라다. 그의 사무실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국세청과 공문 49건을 주고받았지만 관련 시스템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서류는 오갔는데 정작 과세를 뒷받침할 전산망은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과세 대상이 무엇인지, 세액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같은 세부 기준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그는 주장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유예 여부를 빨리 결정하는 동시에 과세 제도가 실효성과 공정성을 모두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층이 자산을 형성할 기회를 제한하지 않도록 제도적 준비를 충분히 먼저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극기 앞 노트북 거래 차트와 서류 곁에 손을 둔 모습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해외 거래 추적 한계와 가상자산 시장 위축

박 의원은 해외 거래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이 과세 공정성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암호자산 보고체계(CARF)는 각국 과세 당국이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국제 기준이다. 박 의원은 이 체계에 미국이 2029년부터 포함되고 중국은 참여 일정조차 정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렇게 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과도한 세금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쓰는 투자자보다 국내 거래소 이용자의 소득이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매거진(Bitcoin Magazine)이 인용한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 거래 데이터가 없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뉴시스에 말했다. 데이터가 없으면 국세청이 해외 거래를 하나하나 쫓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시장 위축도 유예 근거로 들었다. 국내 거래소로 유입되는 자금이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투자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고 적었다. 한국은 CARF 정보 교환을 2027년에 시작하는 첫 번째 그룹에 속하지만 미국은 2029년에야 합류한다는 점이 이런 주장의 배경이다.

대통령실 “검토 중, 결정된 것 없다”

박 의원은 글에서 대통령실의 과세 유예 검토 움직임도 언급했다. 그가 상임위원회와 국정감사에서 과세 준비 부족을 지적하고 청년단체와 공동 기자회견을 연 지 나흘 뒤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10월 25일 연합뉴스TV 보도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추가 유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응한 것으로 현재 검토 중이며 결정된 것은 없다는 내용이다. 시행 시기를 다시 미루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선택지를 보고 있고 일부 보도는 추가 유예 쪽으로 기울었다고 전한다.

뉴시스 보도를 인용한 비트코인 매거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규제 체계의 공백과 국내외 거래를 같게 취급하는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코인데스크도 같은 보도를 인용해 대통령실이 유예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의 거의 절반이 미국”이라며 미국 과세 데이터 부재를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정부 기조는 달라졌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는 7월 국회에서 2027년 1월 시행을 말했다. 이후 후임으로 알려진 이형일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월 6일 국정감사에서 국회와 전문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매거진은 이 장관이 “업계와 국회의 모든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고려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같은 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다양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업계도 2029년 안 거론

국회에서는 구체적인 법안이 나와 있다. 비트코인 매거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 등 14명은 10월 16일 과세 시점을 국제 데이터 첫 교환 이후 두 번째 해의 1월 1일로 미루는 법안을 냈다. 이 날짜는 2029년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별도로 가상자산 과세 조항 자체를 법에서 삭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여론 압력도 커졌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국민동의청원 두 건이 각각 5만 명 서명을 넘겼다. 한 건은 과세 폐지, 다른 한 건은 2년 유예를 요구한 청원이다. 5만 명을 넘으면 입법 심사가 이뤄진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철저한 최종 점검”을 언급했다. 이는 2027년 시행 입장을 유지해온 당의 기류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비트코인 매거진의 설명이다. 연합뉴스TV 보도를 인용한 블루밍비트(Bloomingbit)에 따르면 김 대표는 올해 안에 가상자산 과세 문제를 매듭짓겠다고도 말했다.

업계도 목소리를 냈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협회는 목요일 2029년 시행을 지지했다. 과세 전에 주식시장 수준의 투자자 보호 장치를 담은 디지털자산 법안부터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2024년 7월 시행됐지만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시장을 규정하는 법이 없는 상태에서 세금부터 매기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결정 시점과 남은 변수

현행 규정은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이 연 250만 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20%를 과세한다. 지방소득세 2%를 더하면 세율은 22%다. 이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에서 비롯됐다. 시행 시기는 처음 2022년이었으나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차례로 밀렸다. 정부가 세금 시스템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인정한 결과다. 국세청 홈페이지에는 아직 2027년 1월 1일이 시행일로 올라 있다.

국세청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10월 말까지 과세 대상 가상자산 소득에 관한 고시 초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박 의원이 지적한 전산 인프라·세부 기준 미비 문제와 정면으로 맞닿는 대목이다.

정부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 부처 간 협의로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최종 결정은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 국회 세법 개정 과정에서 나올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 일정에 앞서 유예 확정을 서둘러 발표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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