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오브 듀티, 이태원 참사 영상 11월 12일 업데이트로 삭제…논란 사흘 만에 사과
거실 소파에 앉아 검은 화면의 텔레비전을 보며 게임 컨트롤러를 조작하는 모습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에 이태원 참사 당시 실제 영상이 쓰였다는 논란이 불거진 지 사흘 만에 배급사 액티비전이 공식 사과했다. 문제가 된 영상은 11월 12일 배포될 게임 업데이트에서 전면 삭제된다.

액티비전은 30일 MBC에 보낸 입장문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다만 실제 비극을 경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기존 설명은 그대로 유지했다.

입장문 핵심: 11월 12일 업데이트로 전면 삭제

MBC에 따르면 액티비전은 입장문에서 “문제가 된 영상 자료는 오는 11월 12일 배포될 게임 업데이트를 통해 전면 삭제 조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로 깊은 상처를 입으셨을 유가족과 피해자, 심려를 끼쳐드린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삭제 시점이 구체적인 날짜로 제시된 셈이다.

입장문에는 해명도 함께 담겼다. 액티비전은 “이번 게임은 현실적인 몰입감을 바탕으로 제작된 가상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안에서 실제 뉴스 보도 영상을 활용했지만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어떠한 비극적 사건도 연상시키거나 그 아픔을 경시하려는 의도가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엑스포츠뉴스는 액티비전이 논란 초기에 보인 태도와 비교했다. 액티비전은 당시 언론 질의에 오프닝 시네마틱(게임 도입부 영상)의 일부 실제 뉴스 보도 장면을 가상의 이야기를 전하는 요소로 썼다고 인정했다. 실제 비극을 언급하거나 가볍게 다루려는 의도는 없었다고도 했다. 엑스포츠뉴스는 MBC 보도를 인용해 액티비전이 영상 수정 계획을 묻는 거듭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3초 분량 장면, 캠페인 첫머리 가상 뉴스에 삽입

모던 워페어 4는 지난 23일 출시됐다. 북한의 남침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는 가상의 설정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게임메카는 이 게임이 가상의 한반도 전면전을 무대로 삼아 큰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문제의 장면은 캠페인 첫머리에 나오는 가상 뉴스 화면이다. 엑스포츠뉴스에 따르면 전쟁 피해를 전하는 이 장면에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 활동과 현장 통제 모습을 담은 실제 영상이 약 3초간 쓰였다. 경향신문은 이 영상이 참사 직후 쓰러진 시민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방송 자료화면이라고 전했다. 게임 속 전쟁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을 묘사하는 데 쓰였다는 설명이다.

게임메카에 따르면 이 장면은 주인공 박현준 이병과 해병대가 도입부 미션을 수행한 뒤 등장한다. 게임메카는 전쟁과 무관한 참사 관련 영상을 맥락에 맞지 않게 도입해 큰 비판을 받았다고 짚었다.

27일 MBC 보도에서 시작된 논란

논란은 MBC가 지난 27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엑스포츠뉴스는 이 보도가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의 제보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보도 이후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유감을 표하며 장면 삭제를 요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성명을 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두 단체는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수많은 시민들이 서로를 구하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하고, 희생자들이 차디찬 길거리에 눕혀 있는 혼란스러우면서도 절박한 상황을 게임의 한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게임 개발사와 유통사에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영상 삭제를 요구했다.

두 단체는 “구조에 참여하거나 참사를 목격한 시민들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러한 사건을 오락적 목적의 게임에 소재로 활용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며 몰상식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게임의 배경 설정과 연결해 참사를 폄훼하는 혐오성 댓글 등 2차 가해가 퍼지고 있다며 두 단체가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게임이용자협회 “검열로 번져선 안 돼”

한국게임이용자협회도 같은 28일 입장문을 냈다. 엑스포츠뉴스에 따르면 협회는 액티비전에 경위 설명과 사과, 영상 교체를 촉구했다. 이철우 협회장은 “게임 진행 맥락과 무관한 비극적 참사 영상이 활용되어 유가족 등에게 피해를 준 지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경위 설명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협회는 “그 영상이 왜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와 어떤 과정을 거쳐 사용됐는지를 설명하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시에 “이번 논란이 게임 자체의 내용에 대한 검열 요구나 부당한 제한으로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냈다. 제작사가 피해자·유족과 소통하면서 자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행안부 장관 “2차 가해”…제재 거론

정부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엑스포츠뉴스에 따르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29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일을 “2차 가해”로 규정했다. 윤 장관은 “적절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구체적 조치에 대해서는 “처벌을 할지, 아니면 일반의 이용이 어렵도록 차단을 할지 관계 기관에서 판단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어떤 제재가 가능한지는 관계 기관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취지다.

엑스포츠뉴스는 액티비전의 발표 시점을 유가족과 이용자 단체에 이어 정부까지 문제를 제기한 다음 날이라고 짚었다. 첫 해명에서는 의도가 없었다고 설명했던 액티비전은 첫 보도 사흘 만에 영상 삭제와 사과를 내놓았다. 업데이트가 배포되는 11월 12일에 영상이 실제로 빠졌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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