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말레이시아와 10개월째 면허 협상…SC는 경보 목록에 다시 올렸다
바이낸스 로고가 있는 검은 재킷 남성과 정장 차림 남성이 사무실에서 마주 앉은 모습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말레이시아 복귀를 위한 라이선스(면허)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는 10월 31일(현지시각) 바이낸스가 약 10개월 동안 말레이시아 증권위원회(SC)·말레이시아 중앙은행(BNM)과 현지 사업 면허를 논의해 왔다고 보도했다. 2021년 SC가 영업 중단을 명령한 뒤 5년 넘게 막혀 있던 시장이다.

바이낸스는 어떤 종류의 면허를 추진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협상이 알려진 시점이 대형 해킹 사고 직후와 겹치고, SC가 최근 바이낸스를 투자자 경보 목록에 다시 올렸다는 점도 협상의 앞길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블룸버그가 전한 10개월 협상의 내용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바이낸스 대변인은 말레이시아에서 면허를 받아 사업을 운영하는 모델의 실현 가능성과 구조를 규제당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면허를 신청할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협의 상대는 SC와 BNM 두 곳이다.

BigGo 파이낸스는 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바이낸스가 규정을 지키는 형태로 말레이시아에 돌아올 기회가 된다고 전했다. 바이낸스는 이번 협상과 별개로 올해 아시아에서 여러 개의 새 면허를 노리고 있다고 밝혀 왔다. Startup Fortune에 따르면 홍콩·베트남·필리핀이 말레이시아와 함께 후보지로 거론된다.

Startup Fortune은 바이낸스의 대외 전략이 달라졌다고 짚었다. 창펑 자오(Changpeng Zhao)가 2023년 미국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을 인정하고 43억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 뒤 최고경영자에 오른 리처드 텡(Richard Teng)이 현지 면허 취득 노선을 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경 없이 일단 영업하고 사후에 해결하던 과거 방식이 말레이시아 같은 시장에서 퇴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국기와 도심 전경 앞에서 서류를 읽는 정장 차림 남성 — AI 자료 이미지

2020년 경고에서 2021년 퇴출, 그리고 경보 목록 재등재

말레이시아에서 바이낸스의 이력은 순탄하지 않았다. Shattered가 정리한 SC 조치를 보면 2020년 7월 바이낸스가 투자자 경보 목록에 올랐다. 2021년 7월 26일에는 SC가 영업 중단을 명령했고,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도 운영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SC는 바이낸스가 허가 없이 디지털 자산 거래소를 운영했다고 판단했다.

Startup Fortune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명령을 받고 14일 안에 웹사이트와 앱을 내려야 했다. 이후 5년 넘게 이 금지는 유지됐다. SC는 2024년 바이낸스를 경보 목록에서 뺐지만 이달 초 별다른 설명 없이 다시 올렸다.

2024년 삭제의 의미를 두고는 해석이 갈린다. Shattered는 SC가 당시 바이낸스가 말레이시아에서 규제 대상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결론 내렸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경보 목록에서 빠졌다고 해서 면허나 규제 대상 자본시장 서비스 제공 권한이 생긴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Startup Fortune은 재등재가 해킹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SC가 이미 우려를 갖고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링깃 P2P 의혹과 63억 달러 해킹이라는 변수

최근 불거진 논란도 있다. BigGo 파이낸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의원 림 관 응(Lim Guan Eng)은 당국에 바이낸스의 개인 간 거래(P2P) 플랫폼이 다른 통화로 위장해 링깃화 거래를 간접적으로 중개하는지 조사하라고 요청했다. 블루밍비트는 말레이시아 당국 쪽에서 링깃 거래가 바이낸스 P2P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바이낸스는 링깃에 비공식적으로 연동돼 있던 파푸아뉴기니 키나 거래 시장을 선제적으로 닫았다고 해명했다. 민원은 비말레이시아 이용자가 루마니아 레우 시장에 올린 개별 광고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바이낸스는 한 건의 사례가 현지 법을 우회하는 지속적 패턴을 뜻하지 않는다며 규제당국과 계속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해킹 사고가 겹친다. Startup Fortune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10월 29일 약 63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 1달러 1,334원 기준) 규모의 디지털 자산이 유출됐다고 확인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노트북 한 대가 해킹되면서 10개 블록체인에서 무단 출금을 실행할 수 있는 서비스 컨테이너에 공격자가 접근했고, 유출에 20분가량 걸렸다. 역대 최대 가상자산 탈취 사건으로, 2025년 바이비트에서 빠져나간 15억 달러를 크게 웃돈다고 했다.

Startup Fortune은 바이낸스가 유출액 중 약 30억 달러를 동결했으며 이용자 손실을 모두 보전하겠다고 밝혔다고 썼다. NPR을 인용해서는 TRM 랩스 등 블록체인 분석 업체들이 이번 공격을 북한 연계 해킹 그룹 트레이더트레이터와 연결했다고 전했다. 바이비트 사건에서 연방수사국이 북한 소행으로 지목한 수법과 겹친다는 이유다.

협상 실체를 둘러싼 이견과 남은 과제

모든 매체가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Shattered는 10월 31일 공개된 기사에서 SC가 바이낸스에 자본시장 활동 면허나 등록을 내준 적이 없고 웹사이트와 앱도 여전히 막혀 있다고 했다. 이 매체는 확인한 공식 발표에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내용을 찾지 못했으며, 5년 공백이나 신청 서류·승인 시점·면허 종류·수수료 같은 세부 정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도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고 검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Shattered는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총괄 리언 풍의 발언도 인용했다. 풍은 “특정 절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시장에 진출하든 현지 규정을 항상 존중하고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이 발언이 협상 여부를 확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다고 평가했다.

규제당국의 입장은 비교적 분명하다. Shattered에 따르면 SC 의장 아왕 아덱 후신은 바이낸스가 말레이시아에서 영업하려면 면허를 신청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문이 닫힌 것은 아니지만 정식 신청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이 매체는 신청이 접수되거나 수리됐다는 발언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Startup Fortune은 이번 협상이 무산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63억 달러 손실을 안고도 출금을 오래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바이낸스의 재무 체력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면허 심사는 지급 능력만이 아니라 운영 신뢰를 따진다는 점에서, SC가 보안 사고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신청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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