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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일부 전기차에 중국 파라시스(Farasis) 배터리 셀을 탑재하고도 판매 과정에서 이를 알리지 않은 것과 관련해, 차주 142명에게 1인당 400만원을 배상하라는 집단분쟁조정 결정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4일 벤츠코리아가 EQE·EQS 5개 차종의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누락한 데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배상 결정액은 모두 5억6800만원이다.

조정 대상은 EQE 500 4MATIC SUV, EQE 53 4MATIC+, EQE 350+, EQE 350 4MATIC, EQS 350을 구매한 소비자다. 이들 차량에는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됐지만, 벤츠코리아가 딜러사에 배포한 판매 지침에는 이 사실이 빠지고 CATL 배터리만 들어간 것처럼 안내돼 있었다.
차주들은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지난 5월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처음 신청한 소비자는 53명이었다. 위원회는 7월 2일 조정 절차를 개시한 뒤 한 달 동안 추가 참가 신청을 받았고, 최종 신청인은 142명으로 늘었다.
위원회는 벤츠코리아가 잘못된 정보를 담은 판매 지침을 만들어 딜러사에 배포하고, 직원 교육을 통해 영업에 활용하게 했다고 봤다. 소비자들이 딜러사 직원의 설명을 믿고 차량을 사면서 합리적으로 선택할 기회를 침해당했다는 판단이다.
배상액 산정에는 여러 요소가 반영됐다. 위원회는 배터리가 차량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라는 점, CATL과 파라시스의 시장점유율·인지도·기술력 차이, 2024년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이후 파라시스 배터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져 차량 교환가치가 떨어졌을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
이번 결정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에 이은 것이다. 공정위는 올해 3월 10일 벤츠코리아의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사실 누락·은폐 행위가 표시광고법상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유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2억3900만원을 부과하고,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분쟁조정 결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수락 여부를 위원회에 알려야 한다. 회사가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기고, 위원회는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후속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수락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소송 등 별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번 결정에 대한 벤츠코리아의 공식 입장은 확인하지 못했다.
한용호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은 벤츠코리아가 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한국 소비자의 독일 수입차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는 청라 화재 이후 소비자의 구매 판단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보로 다뤄지고 있다. 이번 조정 결정은 판매 단계의 배터리 정보 안내에 대해 금전 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다. 벤츠코리아의 수락 여부와 공정위 고발 사건의 검찰 처리 결과가 남은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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