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 12월 ‘화면 없는’ 첫 AI 네이티브 제품 출시…“앱이 될 수 없었다”
창가 책상 위 흰색 기기를 바라보며 턱을 괴고 생각하는 남성의 모습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스마트폰 제조사 Nothing이 첫 ‘AI 네이티브(AI-native)’ 제품을 다음 달인 12월에 내놓는다. 최고경영자 Carl Pei는 수요일(현지시각)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 제품에 새 화면이 없고 “앱이 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제품의 정체와 구체적인 출시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Carl Pei가 흘린 단서는 세 가지

Pei는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우리의 첫 AI 네이티브 제품이 다음 달 출시된다. 도구이지만 Nothing 제품을 규정해 온 개성과 정성을 담아 만들었다. 새 화면은 없고, 앱이 될 수도 없었다.” 단서는 ‘도구’, ‘새 화면 없음’, ‘앱으로는 불가능’ 세 가지가 전부다.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Pei는 이 제품을 ‘생산성 도구(productivity tool)’라고도 불렀다. 같은 매체는 화면 없는 비앱 AI 기기로 정리되지만 정확한 성격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더 버지(The Verge)는 Pei가 제품에 대해 거의 밝히지 않았고 화면이 없다는 점만 분명히 했다고 썼다.

Pei는 글과 함께 이미지도 올렸다. 더 버지에 따르면 왼쪽 위에 ‘NOTHING(R)’ 로고가 있고 그 아래에 모서리가 둥근 검은 형체가 놓여 있다. CNET은 이 이미지가 지난 10여 년간 나온 여러 스마트폰 사진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Nothing답지 않은 단순한 검은 직사각형이어서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나무 테이블 위 흰색 사각형 기기에 손을 내미는 모습 — AI 자료 이미지

“AI의 아이폰을 찾는 건 막다른 길”

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업계 흐름에 대한 진단이다. Pei는 “업계 전체가 자신만의 아이폰 모멘트를 찾아 헤매고 있다. 펜던트, 핀, 안경, 컴패니언 같은, AI를 모두의 삶의 일부로 만들어 줄 마법 같은 소비자 기기를 말한다”고 썼다. 이어 “그 대담함은 존경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을 다르게 본다”고 했다.

Pei는 “오늘 AI의 아이폰을 찾는 것은 막다른 길”이라고도 말했다. 글의 도입부만 보면 독립형 AI 기기 자체에 반대하는 것처럼 읽힌다. CNET은 Pei가 AI의 ‘아이폰 모멘트’가 아직 몇 년 남았다고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렇다고 Nothing이 시장 진입을 미루는 것은 아니다.

화면 없는 AI 기기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Humane의 AI 핀, 프렌드(Friend), AI 봉제 인형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픈AI도 Jony Ive와 함께 AI 스마트 스피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ei는 이런 기기들과 거리를 두는 듯한 어조를 택했다.

정체는 AI 녹음기? ‘컨텍스트 격차’ 대목이 힌트

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추측은 나인투파이브구글이 가장 구체적으로 내놨다. 이 매체는 “앱이 될 수 없었다”는 표현이 AI 녹음기 같은 전용 AI 제품에서 흔히 쓰이는 문구라고 짚었다. 화면이 없다는 조건 때문에 다른 가능성은 많이 제한된다고도 했다. 어디까지나 매체의 추정이며 Nothing이 확인한 내용은 아니다.

근거는 Pei 글의 ‘컨텍스트 격차’ 대목이다. Pei는 정작 가장 중요한 맥락은 모델에 전혀 닿지 않는다고 썼다. 커피를 마시다 떠오른 아이디어나 한 주의 막힘을 풀어 주는 지나가는 한마디를 예로 들었다. 그럴 때 우리는 “잠깐, 적어 둘게”라며 휴대전화를 꺼내지만 고개를 드는 순간 이미 그 순간은 지나갔고, 귀찮아 넘기면 하루가 가기 전에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나인투파이브구글은 이 부분이 주변 소리를 상시 기록하는 ‘앰비언트 레코더’ 같은 제품을 암시하는 것처럼 읽힌다고 평가했다. AI 메모 분야 전문 업체 Plaud는 이미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했다. 펜던트·핀·안경·헤드폰·탁상형 등 독립형 AI 기기가 쏟아지지만 아직 대중이 꼭 사야 할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

일하는 도구에 디자인을 입힌다

영국 스타트업 Nothing은 레트로 감성의 오디오 제품과 개성 있는 스마트폰으로 팬층을 쌓아 왔다.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첫 AI 기기는 놀이보다 일에 가까울 것 같다. Pei가 컴퓨터처럼 AI도 개인 생활에서 쓸모를 인정받기 전에 업무 현장에서 먼저 입증해야 한다고 썼기 때문이다.

Pei는 글에서 “우리는 진지함과 아름다움이 한 방에 있을 수 없다고 배웠다”고 했다. 업무 도구도 아름다울 수 있으며 Nothing의 제품이 그럴 것이라고 약속했다. Nothing다운 디자인 감각을 업무용 AI에 입히겠다는 방향이다.

Pei가 ‘AI 네이티브’ 기기와 AI 운영체제 계획을 밝힌 지 1년을 조금 넘겼다. 최근에는 카메라 없는 모델을 포함해 AI 스마트 안경 두 종을 준비 중이라는 루머가 나왔다. 앞서 Nothing이 AI 액세서리 중심으로 전환하며 ‘AI 우선 기업’으로 재편 중이라는 루머도 있었다. 회사는 AI 연동 스마트 안경과 AI 기능을 넣은 이어버드를 내놓을 계획도 밝혔다.

이번 제품은 이들과 별개의 첫 AI 네이티브 제품이다. 확정된 출시일은 아직 없다. Pei가 평소처럼 단서를 흘리는 방식을 택한 만큼 출시 전까지 추가 힌트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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