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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죽고 싶네요." 곧 아이가 태어난다는 한 임신부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남편이 전세금 3억원을 주식에 넣었다가 모두 잃었다고 했다. 결혼생활 채널에 올라온 짧은 글 한 편에 이틀 만에 댓글 180여 개가 달렸다.

글쓴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곧 아이도 태어나는데 왜 저는 사람을 잘 못 보고 결혼한 걸까. 진짜 죽고 싶다"라고 말했다. 투자 경위나 매수 종목, 신용·레버리지 사용 여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글에 없었다. 남편이 사전에 상의했는지, 전세금을 어떤 방식으로 끌어다 썼는지도 글만으로는 알 수 없다.
댓글은 크게 두 갈래로 갈렸다. 한쪽은 용서하고 함께 극복하자고 했다. 한 이용자는 "남편도 혼자 잘되려고 그런 게 아니라 아내와 자식을 위해 욕심을 낸 것 아니겠느냐. 다시는 안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한 번 눈감아줘라"라고 했다. "곧 아이도 태어난다는데 둘이 다시 뭉치면 금방 지나간다. 이혼해 봐야 더 힘들다"는 위로도 이어졌다. 자신도 겪었다는 고백이 적지 않았다. 한 이용자는 "12년간 모은 8억원을 날리고도 잘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11년 전 비트코인에 투자한 남편 때문에 환장할 노릇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집도 분양받았다. 모진 말은 접어 두고 어떻게 살아갈지 같이 고민해 보라"고 적었다.
반대쪽은 이혼을 권했다. "신뢰가 안 가는데 어떻게 같이 사느냐.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라는 댓글에 공감이 몰렸다. "전세금 3억원을 상의도 없이 넣는 정신이면 도박꾼과 다름없다. 술·담배·마약은 끊어도 도박은 못 끊는다"며 투자 습성이 바뀌지 않는다는 경고도 나왔다. "경제권을 모두 가져오라"거나 "다시 손대면 이혼한다는 각서를 받으라"는 조언도 많았다. 사연의 진위를 의심하는 반응, "3억원을 날릴 돈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능력"이라는 비아냥, 손실을 정부와 증시 탓으로 돌리는 글도 올라왔다. 안 좋은 사연을 가볍게 소비하며 글쓴이를 겨냥한 2차 가해성 발언도 적지 않았다.
반응 중에선 "아직 팔지 않았으면 잃은 게 아니다"라는 통념이 눈에 띄었다. 한 이용자가 "주식은 안 팔았으면 날린 게 아니다. 호들갑 떨지 마라"라고 하자 다른 이용자는 "지금 평가금으로 날린 건 날린 것이다. 언젠가 회복한다는 건 근거 없는 말"이라고 맞섰다. "코스피가 고점에서 내리꽂을 때 안 팔고 버틸수록 계속 잃는 장이었다"는 반박도 붙었다.
사연에서 위험의 핵심은 '어떤 돈으로 투자했는가'에 있다. 전세금은 여유 자금이 아니다. 세입자라면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이고 집주인이라면 세입자에게 되돌려 줘야 할 반환 의무가 걸린 돈이다. 쓸 곳과 돌려줄 때가 정해져 있다. 이런 돈이 묶이거나 사라지면 당장 살 집이 흔들린다. 손실을 봐도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선택지가 애초에 성립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한이 정해진 돈으로 투자하면 하락장을 버티지 못하고 저점에 손절을 강요당하기 쉽다.
한 종목이나 한 자산에 전 재산을 몰아넣는 집중 투자도 위험을 키운다. 분산이 없으면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돼 한 번의 급락이 곧바로 치명상이 된다. 전 재산을 거는 투자는 기대수익을 노린 재테크라기보다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 빚을 내 규모를 키우는 레버리지가 더해지면 손실은 원금을 넘어 빚으로 남는다.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전 재산을 털지 말고 하라"는 댓글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안 팔면 손실이 아니다"라는 생각 역시 위험하다. 평가손실도 엄연한 손실이다. 개별 종목은 지수가 회복해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상장폐지로 사라지기도 한다. 손실을 메우려 본전 생각에 다시 무리한 투자에 손대는 악순환도 흔하다. 한 이용자는 "본전을 찾으려고 돈이 생길 때마다 계속 주식에 손댄다에 건다"고 했다.
비슷한 처지를 먼저 지나왔다는 한 이용자의 당부가 길게 달렸다. 3년 전 대출금 2억원을 투자로 잃었다는 그는 "지금은 다시는 안 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돈이 생길 때마다 생각이 난다. 진짜로 투자를 완전히 접은 건 올해 초였던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빚이 그렇게 크게 생기는 순간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진다. 밤마다 내가 왜 그랬지 자책하며 눈물도 났다"며 "남편분도 곧 태어날 아기를 생각해 다시는 투자 생각을 안 하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노력 없는 일확천금은 없더라. 월 고정수입을 늘리는 데 집중하시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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