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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심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같은 사건으로 함께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1심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아, 계엄 당시 정부 최고위층을 둘러싼 사법적 판단이 한층 엄중하게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12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장관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국민적 관심을 반영해 법정 생중계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번 사건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국회 봉쇄는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주요 국가기관을 봉쇄하고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 문건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 이상민은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사 단전·단수는 내란 상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였고, 피고인의 가담이 인정돼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형 이유는 더욱 강도 높았다. 재판부는 “내란죄는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가적 범죄”라며 “피고인 등의 행위는 폭력적 수단으로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으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전 장관이 행정안전부 장관이라는 헌법상·법률상 의무를 지닌 위치에 있었음에도 “소방청에 직접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해 내란에 가담했다”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검찰의 시각은 더 엄격했다.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은 이 전 장관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최고위층 권력을 탐해 행안부 장관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재판 과정에서 초라하고 비루한 변명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국무회의 서무를 관장하고 치안·소방·비상대비를 총괄하는 위치였고, 경찰청장과 소방청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지위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특검은 이 전 장관이 국방부 장관과 함께 대통령에게 계엄선포를 건의할 수 있는 유일한 국무위원 중 한 명이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럼에도 불법 계엄을 제지하기는커녕, 오히려 계엄 조치에 동조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점이 구형량을 끌어올린 핵심 배경이었다.
사건의 출발점은 지난해 12월 3일 밤이다. 이 전 장관은 행안부 장관 재직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하고, 경찰청과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장관을 지난해 8월 19일 구속기소했다. 여기에 더해 이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단전·단수를 지시한 적 없다”고 진술한 부분이 허위라며 위증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이 전 장관은 재판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받은 적도, 관련 지시를 내린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12·3 비상계엄 자체를 내란으로 규정하는 것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법정에서 “비상계엄을 내란이라 치환하는 발상은 창의적”이라며 “비상계엄은 비상계엄이고, 내란은 내란”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후 진술에서는 자신의 법관 경력을 강조하며 감정에 호소했다. “평생을 법관으로 봉직하겠다고 다짐했다”, “처음 휴대전화를 개통하면서도 뒷자리를 2842(이판사)로 선택했다”는 일화를 들었다. “법복을 벗은 뒤에도 법원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자부심을 지켜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재판부는 이러한 변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적 파장도 불가피하다. 행안부 장관이라는 직위가 내란죄의 공범으로 판단된 만큼, 향후 계엄 관련 사건에서 다른 국무위원들의 책임 범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23년형 선고와 맞물려, 당시 국무회의 및 정부 내 의사결정 구조 전반이 다시 한번 검증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법리적으로도 쟁점은 남아 있다.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 판단, 내란죄의 성립 요건, 공무원의 복종 의무와 형사책임 범위가 항소심에서 다시 정밀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이 전 장관 측이 항소할 경우, 서울고등법원에서 사실관계와 법리 해석을 둘러싼 2라운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심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언론 통제와 국가기관 봉쇄를 수반한 계엄 조치에 동조한 고위 공직자는 중대한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번 판결이 향후 국가 비상권 행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항소심과 최종심을 거치며 더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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