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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다.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재판소원 허용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대법원이 “헌재는 태생적·제도적으로 정치적인 재판기관”이라며 재판소원 도입이 국민을 사실상 4심제의 희망고문과 소송지옥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18일 뉴스1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참고자료를 통해 “재판소원을 통해 헌법 해석 권력이 헌법재판소에 집중될 경우 헌재가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다”며 “이는 국민을 사실상 4심제의 희망고문과 소송지옥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이번 입장 표명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3일 재판소원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설명자료를 낸 바 있다.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했으며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둔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현행 헌법 구조와 충돌한다고 강조했다. 1987년 헌법 개정으로 헌법재판소가 신설될 당시 재판소원은 도입되지 않았으며 이는 의도적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헌법은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률의 위헌 여부는 헌재가 판단하도록 하되 명령 규칙 처분의 위헌 여부는 대법원이 최종 심사하도록 권한을 나눠 두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행정처는 헌법 해석 권한이 두 기관에 분산돼 있으며 어느 한 기관의 재판을 다른 기관이 다시 심사하는 구조는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법원과 헌재는 각자 다른 단계에서 헌법의 최종 해석기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의 당부를 헌재가 일반적으로 다시 판단하는 재판소원은 헌법 규정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헌법재판권이 헌재에 귀속된다는 점을 근거로 재판소원의 헌법적 토대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이는 헌법 문언과 권한 분장 체계를 과도하게 확장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행정처는 헌재의 제도적 성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명은 국회가 선출하며 나머지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구조상 정치적 다수 세력의 성향이 간접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는 헌재를 태생적으로 정치적 규범인 헌법을 다루는 정치적 재판기관이라고 규정했다. 간통죄 낙태죄 과거사 소멸시효 등 주요 사안에서 재판관 구성 변화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 사례를 언급하며 재판소원을 통해 헌재가 개별 재판 결과에 직접 관여하게 되면 재판이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법원의 재판은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정치로부터 고도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단심으로 불복이 불가능한 헌재 판단이 3심을 거쳐 심리하는 법원 판단보다 항상 우월하다는 보장도 없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현행 3심 구조 위에 또 하나의 심급이 추가돼 사실상 4심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헌재 결정에 반하는 재판 적법 절차 위반 헌법과 법률 위반이 명백한 경우를 재판소원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이 요건이 모두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패소 당사자가 기본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고 거의 모든 재판 절차에서 적법 절차 위반을 다툴 수 있어 재판소원이 광범위하게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확정판결 이후에도 분쟁이 계속되면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고 국가와 시장 행정 전반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도 밝혔다. 거래 비용이 증가하고 분쟁 해결이 지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재판소원을 제기할 경우 피해자가 장기간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로 제시했다.
또한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나 자산가가 소송을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재판소원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중소기업과 서민의 권리구제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행정처는 헌재의 사건 처리 역량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헌재는 재판관 9명과 헌법연구관 70여 명 규모로 연간 약 250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으며 평균 처리 기간은 2년을 넘는다. 대법원은 상고심 본안 접수 사건 수와 상고율을 기준으로 추산할 때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연간 1만 5000건 이상이 추가로 접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헌법상 재판관 정원은 9명으로 고정돼 있어 개헌 없이는 인원 증원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건이 급증할 경우 위헌법률심판과 탄핵심판 등 헌재 본연의 기능에 심각한 지장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법 절차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진행됐다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대법원은 22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본격적으로 발의된 시점과 정치적 상황을 언급하며 법안이 짧은 논의 끝에 법사위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재판소원 도입은 사실상 개헌에 준하는 사법제도 변화이므로 공론화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헌재는 재판소원이 권력분립 원칙에 반하지 않으며 판례가 축적되면 사건 수가 안정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재판소원 도입을 둘러싼 양 기관의 충돌은 국회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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