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이 한심해서 한마디하려고 불렀다"… 압박면접 탈을 쓴 '모욕면접’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취업 준비생 A씨는 최근 한 서비스·고객지원 직군 면접에서 예상치 못한 경험을 했다. 면접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그를 무너뜨린 건 면접관의 한마디였다. "이력서 보니 인생이 한심해서 한마디해주려고 불렀어요." 질문 내용 자체는 평범했다. 살아온 인생, 이전 경력, 가족관계 등 어느 면접에서나 나올 법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면접이 끝난 뒤 돌아온 것은 지원자 인생에 대한 조롱이었다. 성실하게 답변했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고 A씨는 털어놨다.

유사한 사례는 온라인에서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구직자 B씨는 면접 자리에서 "작은 기업이라도 들어가겠다고 하니 눈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비웃음을 들었다고 밝혔다. B씨는는 “면접을 본 뒤 종일 안 좋은 생각이 든다”라면서 “솔직히 극복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은 다 취업했는데 자신만 뒤처진 것 같다는 자괴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 글 곳곳에 담겨 있었다. 교통비와 준비 비용, 시간까지 날렸다는 탄식도 이어졌다. 면접비는 지급되지 않았다.

이런 사례는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른바 '압박면접'이라는 이름 아래 면접관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들었다면서 질문하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회사가 원래 이렇게 인신공격이 많은 분위기인가"라고 되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녹음 파일을 5년째 보관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면접 대기 중 흡연실에서 면접관들이 지원자를 조롱하며 "아까 그 녀석 표정 봤어? 오후에 강도 더 높일까"라고 대화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모든 기업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면접 자리를 일종의 권력 행사의 장으로 삼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런 면접 관행의 배경으로 낙하산 채용을 지목하기도 한다. 이미 내정자가 정해진 상태에서 외형상 공개 채용의 절차를 밟기 위해 면접을 진행하면서, 지원자들에게 꼬투리를 잡아 탈락시키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면접관은 처음부터 지원자를 탈락시킬 목적으로 자리에 앉기 때문에, 지원자가 아무리 성실하게 임해도 결과는 정해져 있다. 정성껏 준비해 면접장을 찾은 지원자가 아무런 잘못 없이 모욕적인 경험만 안고 돌아가는 구조가 반복되는 이유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가해자는 당당하고 피해자만 트라우마가 남는 구조라는 반응이 나온다. 다시는 안 볼 사람이라고 생각해 막말을 쏟아내는 이들을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마주치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행태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아랫사람에게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우월감을 확인하려는 뒤틀린 직장 문화의 산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군대나 직장에서 당한 것을 자신이 위에 서게 됐을 때 그대로 되갚으려는 심리가 면접 자리에서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구조적 해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면접관에게도 지원자가 점수를 매길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면접비 의무화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기업이 면접비를 선지급할 경우 진짜로 뽑을 의사가 있는 지원자만 부를 것이고, 지원자 역시 자비를 들여 무의미한 면접에 끌려다닐 일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현재 한국의 채용절차법(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면접비 지급을 권고 사항으로만 두고 있어 실질적인 강제력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오늘의 지원자가 내일의 고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한 누리꾼은 면접에서 모욕을 준 기업을 향해 "고객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는 짧은 한 줄을 남겨 많은 공감을 받았다. 기업 대 기업 거래가 주를 이루는 업종이라면 그 만남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

면접은 기업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자리인 동시에, 지원자가 기업의 문화와 수준을 가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취업난 속에서 수십 곳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지원자들에게 그 문 앞에서 받는 모욕은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폭력이 될 수 있다. 면접 문화의 개선이 단순한 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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