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 끔찍한 죽음의 전말이 드러났다

50대 장모를 살해하고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담아 대구 북구 신천 잠수교 인근에 버린 혐의(존속살해 등)를 받는 20대 사위(왼쪽)와 시체유기 등 범행에 가담한 20대 딸이 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 뉴스1

대구 도심 하천 신천변에서 50대 여성의 시신이 여행용 캐리어에 담긴 채 발견된 사건의 전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피해자가 혼인 직후부터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해온 딸을 보호하기 위해 좁은 신혼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다 사위로부터 폭행당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인 A(54)씨는 딸 최모(26)씨가 지난해 9월 혼인한 직후부터 사위 조모(27)씨에게 가정폭력을 당하자 딸을 보호하기 위해 딸 부부와 함께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남편과 별거 중이었으며, 지난해 가출했다가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발견된 바 있다.

A씨는 지난 2월 딸 부부와 함께 대구 중구 교동의 오피스텔형 원룸으로 이사한 뒤부터 조씨로부터 본격적으로 폭행당하기 시작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모가 평소 집안에서 소음을 내고 물건을 정리하지 않아 때렸다"고 진술했다. 딸 부부의 이웃들은 조씨가 평소 화를 참지 못하고 장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있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을 떠나라는 딸의 권유에도 A씨는 원룸 생활을 이어가며 곁을 지켰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오전 10시께 조씨에게 장시간 폭행당해 결국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실시한 예비 부검 결과 A씨는 갈비뼈와 골반 등 신체 여러 부위에서 다발성 골절이 확인됐으며, 사인은 외력에 의한 다발성 손상사로 추정됐다.

50대 장모를 살해하고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담아 대구 북구 신천 잠수교 인근에 버린 혐의(존속살해 등)를 받는 20대 사위(왼쪽)와 시체유기 등 범행에 가담한 20대 딸이 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 뉴스1

경찰은 뼈 여러 개가 부러진 점으로 미뤄 최소 한두 시간 이상 폭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는 흉기나 둔기가 아닌 주먹과 발로 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숨지자 조씨는 평소 갖고 있던 여행용 캐리어에 시신을 담았다. A씨는 키 160cm, 몸무게 50kg의 왜소한 체격이었기에 캐리어에 넣는 것이 가능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조씨와 최씨 부부는 대낮에 캐리어를 끌고 과자 가게와 마트 등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 주거지에서 도보로 10~20분 거리인 북구 칠성동 신천까지 이동해 시신을 유기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들 부부가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모습은 주변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시신 유기 후 조씨는 아내 최씨에게 범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연락이 오면 받지 말라며 일상을 철저히 통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캐리어가 발견되기까지 약 2주간 조씨는 좁은 원룸 안은 물론 외출 시에도 내내 최씨 곁을 떠나지 않았다. 최씨는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범행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건은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30분쯤 칠성동 잠수교 아래 신천에 캐리어가 떠다닌다는 주민 신고로 드러났다. 시신은 은색 여행용 가방에 담긴 채 물에 반쯤 잠긴 상태였다. 시신 유기 시점인 지난 18일부터 발견된 31일까지 약 13일간 시신이 신천에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경찰은 지문과 유전자 감식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신천 인근 CCTV를 분석해 이동 경로를 특정했다. 조씨와 최씨는 CCTV 영상을 보여주자 범행을 인정했으며, 시신 발견 당일 오후 9시쯤 긴급체포됐다.

전날 오전 대구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됐다. 법원과 수사당국은 공범 간 접촉을 막기 위해 두 사람의 출석 시간과 이동 동선을 분리했다. 조씨는 오전 9시 23분 대구 북부경찰서 유치장을 먼저 나섰고, 약 5분 뒤 최씨가 뒤따라 나왔으며 각각 별도 차량으로 법원에 이동했다. 조씨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였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손봉기 대구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두 사람 모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씨에게는 존속살해 및 시체유기 혐의가, 최씨에게는 시체유기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재판부는 조씨의 경우 장모를 장시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의 중대성을, 최씨의 경우 남편의 지속적 폭행을 방임해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 시체 유기에도 가담한 점을 구속 사유로 각각 고려했다.

경찰은 조씨가 아내 최씨에게 저지른 가정폭력 혐의도 수사한 뒤 추가 혐의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추가 증거를 확보하는 한편 피의자들의 신상 공개 여부 검토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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