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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온 모녀가 중고거래 앱에서 가까스로 표를 구했다. 표를 구하지 못한 여성은 아들과 내년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인기 부스 주변으로는 수백 명이 몰렸다. 불자가 아니어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지난 5일 25만 명을 끌어모으며 역대 최대 인파를 기록하고 폐막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마지막 날인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일대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이른바 '힙불교'(힙하다와 불교를 합친 말)를 즐기려는 방문객이 몰리면서다.
대학생 김모(20대) 씨는 불자가 아니지만 방문했다. 그는 "목탁을 사고 싶어서 왔다"면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김 씨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현장에서 파는 목탁을 알게 됐는데 소리가 좋아서 관심 갖게 됐다"고 했다.
독일에서 온 엄마 하이커(50대) 씨와 딸 아글라이아(20대) 씨는 한국인 친구 두 명과 함께 방문했다. 외국인인 두 사람은 현장에서 표를 구하지 못해 한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표를 구했다. 현장을 보고 "흥미롭다"고 소감을 밝힌 하이커 씨는 이날 구입한 소형 싱잉볼을 흔들며 미소 지었다.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초등학생 아들과 온 류한나(40대) 씨는 "표를 못 구했다. 사전 예약을 못 했는데, 현장 판매도 이미 끝났다고 하더라"고 했다. 류 씨는 "요즘 인기라고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은 줄 몰랐다"며 "아쉽다. 내년을 기약해야겠다"고 했다. 류 씨는 아들과 함께 박람회장 입구 근처의 명상 부스 등을 체험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불교 문화를 알리고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2013년부터 개최됐다. 올해는 코엑스에서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열렸다. 인파가 몰리자 사무국 측은 4일 정오께 현장 판매를 조기 마감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당신이 좋아하는 공놀이(색즉시공, 공즉시색)'를 주제로 했다. 불교의 공(空)사상을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방문객 참여형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방문객들은 입장 시 지급되는 코인으로 뽑기 기계에서 공을 뽑을 수 있다. 공 안에는 스님과 문답을 주고받는 질문지나 진언을 담은 행운지 등이 들어 있다.
박람회에는 총 286개 업체가 참여해 435개 부스를 꾸렸다. 키링 같은 작은 굿즈류부터 의류, 도서, 차(茶), 반려동물 용품은 물론 미술 작품까지 상품군도 다양했다.

올해 처음 박람회에 참가했다는 '견심사(犬心寺)'는 비건 소재 반려동물 간식 등을 판매하는 펫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다. 견심사 관계자는 "전시 기간 많은 견주분들이 찾아주셨다"면서 인기 판매 제품으로 '멍냥 동그랑땡'을 짚었다. 단호박, 고구마, 완두콩 등을 소재로 한 동결건조 간식이다. 승복을 입은 강아지가 패키징 디자인으로 사용돼 눈길을 끌었다.
방문객들에게 단연 인기를 끈 부스 중 하나는 '해탈컴퍼니'다. 이곳은 2024년부터 불교박람회에 참가하며 '깨닫다' 메시지가 프린팅된 티셔츠 등으로 MZ 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날도 입장 시작 약 30분 만에 부스 대기 번호가 500번대를 넘어섰다.
주현우 해탈컴퍼니 부대표는 "(불교박람회의 인기가) 작년이 피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제 인기가 떨어질 수 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올해 더 인기를 끈 것 같다"고 했다.
방문객들의 연령대에도 변화가 느껴졌다. 그는 "대개 20대분들이지만 부모님과 함께 오시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는 중장년층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 부대표는 이같은 인기 배경으로 불교의 익숙함과 참신함을 꼽았다. 그는 "불교는 한국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며 대중들에게 매우 익숙한 종교다. 그런데 불교박람회가 익숙한 종교의 이미지를 깨는 참신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SNS의 발달을 통해 이 모습들이 대중들에게 빠르게 확산되면서 '재밌다'는 인식이 형성된 것 같다"고 했다. "불교박람회가 재미뿐 아니라 유익함까지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해탈컴퍼니는 '승복 바지'를 선보였다. 승복 바지가 가진 편의성에 데님 소재를 더해 멋을 입혔다. 제품은 연일 완판됐다. '깨닫다' 티셔츠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BTS(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착용한 것으로 화제가 된 '바반투'에도 사람이 몰렸다. 바반투는 불교적 가치에서 받은 영감을 풀어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이날 바반투의 관계자는 방문객들에게 "오전 대기권이 모두 마감됐다"고 연신 안내했다.
김서현 바반투 대표는 "오시는 분들이 모두 불자는 아니다"라며 "불교적이지만 일상에도 녹아들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제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방문객이 20~30대가 대부분이었다면, 올해는 40~60대까지 연령층이 넓어진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올해 바반투의 부스 콘셉트는 '붓다의 방'이다. 김 대표는 "부처님은 외부가 아닌 결국 내 마음에 있고, 그것이 곧 내 안의 방이라는 점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좁은 통로에서 방문객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됐다. 대기줄이 긴 인기 부스 주변으로는 혼잡도가 커져 동선이 뒤엉키는 모습도 나타났다.
방문객 김보영(20대) 씨는 불교를 소재로 한 졸업 영화 작품을 준비하며 현장을 찾았다. 그는 "직접 와보니 불교에 대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이 느껴져서 좋다"면서도 "줄 관리 등은 아직까지 미흡한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오는 사람들에 비해 전시 공간이 작은 것 같아 앞으로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부스마다 밀집도가 천차만별인 점도 지적됐다. 염수빈(20대) 씨는 "브랜드별로 사람들이 몰리는 정도가 매우 차이 난다. 인기가 많은 대형 브랜드들은 여러 구역으로 나눠 운영하는 등 인파 분산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폐막일 이튿날인 6일 불교박람회 사무국 측은 "올해 폭발적인 수요와 혼잡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 박람회부터 전시장 규모를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관람 동선·휴게 공간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며 "사전예약·시간대별 입장제 등 관람 편의와 안전을 높이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또한 크리에이터·전통문화 업체의 참여 규모와 공모·선정 제도를 보완해 더 다양한 브랜드와 작가가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방문객 수는 약 25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약 20만 명이 방문한 기록보다 성장한 수치다. 올해 방문객 구성으로는 MZ 세대가 73%, 무종교 관람객이 48%로 나타났다. 절반가량은 불자가 아니어도 불교박람회를 찾은 셈이다.
이 같은 불교박람회의 인기는 사회 전반에 확산된 '마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국비구니회의 청욱 스님은 "바쁜 일상에서 불교는 차분하고 천천히 살라고 한다. 많은 이가 마음을 쉬어보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어떻게 하면 삶에 여유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불교박람회를) 찾아오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한국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달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항우울제 처방 건수는 2440만 4000건이었다. 2020년 당시 1785만 건보다 36.7%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불교는 '비움'의 철학을 설파하며 현대인들에게 또 다른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 과도한 경쟁이나 욕망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이 가르침이 현대인들의 마음챙김 욕구와 맞닿아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풀이다.

실제로 서점가에서도 불교 관련 서적이 인기를 끈다.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불교 입문서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10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의 가르침을 현대인의 삶에 적용하는 방법을 풀어낸 토니 페르난도의 에세이 '부처의 말씀대로 살아보니'는 지난 2월 출간 후 자기계발 분야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불교 문화의 콘텐츠화'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불교가 사찰과 같은 수행 중심의 전통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대중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불교박람회에서는 2024년부터 '재밌는 불교'를 내세우며 다양한 굿즈와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종교를 풀어냈다. 엄숙하고 어려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누구나 즐기는 콘텐츠로 변화를 꾀해 대중과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는 평가다.
불교박람회는 종교가 전통적인 틀을 넘어 대중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를 바탕으로 한 불교 트렌드가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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