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도 사람일 텐데 이럴 수 있나” 아리셀 대표 '징역 4년'에 오열한 유족 (영상)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의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감형을 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는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으며 1심보다 크게 감형됐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 역시 징역 7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 모두 1심에서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형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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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신현일)는 22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 사건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는 점은 1심과 동일하게 인정했다. 다만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법리 판단을 달리하며 무죄로 뒤집었다.

이번 항소심에서 핵심 쟁점은 비상구 설치 의무와 비상통로 유지 의무였다. 1심 재판부는 공장 3동 2층에 별도의 비상구를 설치하지 않은 점과 비상통로 관리가 미흡했던 점 등을 유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안전보건규칙 제17조는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과 건축물 자체에 비상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층별로 반드시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고까지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3동 2층에 별도의 비상구를 두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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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통로 유지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항소심은 유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상구 자체가 막혀 있었거나 주변 물건으로 인해 이용이 제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상구 및 비상통로를 적절히 유지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사 비상구 설치 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지적한 비상구로 향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존재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일부 핵심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면서 전체 형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피해자 유족 전원과 합의가 이뤄진 점 역시 주요 양형 요소로 반영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합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합의를 양형에 제한적으로만 반영할 경우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소극적으로 하거나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는 오히려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에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참사 현장에 헌화하고 있다. 2025.6.24 / 뉴스1

이는 1심 재판부의 판단과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1심은 “기업이 산업재해 발생 이후 자금력을 활용해 유족과 합의하고 이를 통해 형을 감경받는 관행이 반복돼 왔다”며 합의를 제한적으로만 고려했다. 또한 “이 같은 악순환이 지속되는 한 산업재해 발생률 감소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항소심은 피해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합의를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의 특수성도 고려 요소로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평소 모든 안전조치를 외면하고 이익 추구에만 몰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작업상 안전조치가 필요한 공정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조치를 취해온 점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어 “화재가 발생한 위치와 이례적으로 빠른 확산 속도 등 사고의 특수성이 피해 규모에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에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참사 현장에 헌화하고 있다. 2025.6.24 / 뉴스1

다만 이번 판결에 대해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항소심 선고 직후 방청석에서는 “우리 가족 살려내라”, “23명이 숨졌는데 징역 4년이 말이 되느냐”는 항의가 이어졌고, 일부 유족은 눈물을 흘리며 재판부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유족 측은 형량이 지나치게 낮아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신하나 변호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23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된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판결”이라며 “사실상 법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판결이 이어질 경우 산업현장에서 안전 책임을 강화하려는 입법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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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 경영책임자의 형사 책임 범위와 처벌 수준을 둘러싼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당 법은 중대한 산업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직접적인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해 도입됐으며,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실제 재판 과정에서는 법 적용 범위와 책임 인정 기준, 양형 요소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항소심에서는 법령 해석과 합의의 양형 반영 기준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비상구 설치 의무에 대한 해석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피해자와의 합의를 어느 정도까지 형량에 반영할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판결은 산업재해 사건에서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책임을 판단하고 형량을 정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피해자 보호와 기업 책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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