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1초가 급한데...” 정부, 중단 11년 만에 '이것' 다시 꺼냈다

출근길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줄로 서고, 급한 사람은 옆으로 걸어 올라가는 풍경은 이제 익숙한 일상이 됐다. 그런데 정부가 이 오래된 이용 문화를 다시 손보려는 움직임에 나서면서 시민들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때 반발 여론 속에 멈췄던 ‘두 줄 서기’ 캠페인을 11년 만에 다시 추진하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반응이 동시에 쏟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퇴근시간대 성수역으로 들어가려는 시민들 / 연합뉴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줄 서기 방식 변화가 아니다. 정부는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가 넘어짐 사고를 부르고, 장비 한쪽에만 하중이 집중돼 유지보수 비용까지 키운다고 보고 있다. 반면 시민들 사이에서는 출근길 동선과 실제 이용 편의성을 무시한 채 원칙만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적지 않다. 익숙한 질서를 바꾸는 문제인 만큼, 이번 재추진은 생활 밀착형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다시 꺼낸 건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였다

23일 중앙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두 줄 서기 이용 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민 의식을 개선하는 것을 올해 주요 과제로 삼고 관련 캠페인을 준비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정부가 2015년 반발 여론 등으로 중단했던 정책을 다시 들고나온 것이다.

행안부는 관련 내용을 ‘제1차 승강기 안전관리 기본계획(2026~2030)’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행안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는 윤호중 행안부 장관이 두 줄 서기 정책을 언급했고, 지난달 27일에는 행안부와 공단 등 기관이 협의체를 발족해 1차 회의를 열고 두 줄 서기 정책 홍보 전략까지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검토가 아니라 실제 추진을 염두에 둔 준비 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에스컬레이터 줄서기 문화는 지난 30년 동안 두 차례 큰 정책 논쟁을 겪었다. 1998년에는 정부와 시민단체 주도로 한 줄 서기를 올바른 줄서기 방식으로 홍보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대중화됐다. 하지만 이후 안전 문제와 기기 고장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2007년부터 ‘한 줄 대신 두 줄로 서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민 호응이 크지 않았고, 정부도 두 줄 서기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결국 2015년 캠페인을 공식 중단했다.

이번 재추진은 그로부터 11년 만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단순히 예전 정책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사고 통계와 장비 마모 문제를 근거로 다시 설득에 나서겠다는 흐름으로 읽힌다.

왜 다시 추진하나…넘어짐 사고와 장비 마모가 배경

넘어짐 사고 예방 대시민 캠페인 하는 서울교통공사 직원들 / 서울교통공사 제공, 연합뉴스

정부가 두 줄 서기 정책을 다시 꺼낸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문제다. 공단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는 총 135건이다. 이 가운데 이용자 과실이 원인인 사고는 90건으로 전체의 약 66.7%를 차지했다. 특히 이용자 과실 사고 중에서는 넘어짐 사고 비중이 77.8%로 가장 높았고, 피해자 연령은 대부분 65세 이상으로 78.6%에 달했다.

정부는 이런 사고 상당수가 한 줄 서기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빠르게 걸어 올라가는 사람에게 길을 비켜주기 위해 이용자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노인이 뒤에 올라오는 행인을 보고 한 줄 서기를 지키기 위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다 발을 헛디뎌 뒤로 굴러 떨어져 사망한 사고도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한 예절이나 질서 문제가 아니라, 사고와 직결되는 생활 습관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장비 마모 문제도 재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가 발주한 ‘한 줄 서기가 에스컬레이터 이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용역’ 보고서는 다음 달 중 완성될 예정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보행자들이 오른쪽에 집중적으로 서는 탓에 우측 체인 휠과 가이드 레일의 마모율이 좌측 대비 95%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대규모 수리 주기도 15~20%가량 짧아져 추가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정부가 이번에는 안전과 비용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앞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처럼 단순 캠페인만으로는 시민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한 줄 서기가 개인의 편의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공 안전과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분 1초가 급한데...” 현실 반응은 왜 이렇게 엇갈리나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이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 뉴스1

문제는 정책의 논리와 시민들의 체감 사이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지하철과 역사 안에서 한 줄 서기는 하나의 생활 규칙처럼 굳어져 있다. 바쁜 출근길, 한쪽은 서고 한쪽은 이동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두 줄 서기가 곧바로 비효율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계단이 없거나 동선이 길게 이어지는 역사에서는 에스컬레이터를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 훨씬 빠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도 극명하게 갈린다. 긍정적인 쪽에서는 “한쪽으로 무게가 쏠려서 한 줄 서기가 위험하긴 하더라”, “에스컬레이터에서 뛰는 거 진짜 위험함. 두 줄 서기가 맞음”, “두 줄 서기했으면 좋겠다. 위험하고 에스컬레이터 수리비용들고 그렇게 급하면 계단으로 가지”, “원래 걸어 올라가면 안 됨”, “뛰고 싶은 사람이 계단으로 가면 해결”, “정비 비용이나 안전이나 장기적으로 두 줄로 가는 게 맞다잖아”, “출근 바쁘단 이유로 안전상 문제 언제까지 외면할 건가 싶긴 함” 등의 반응이 나왔다.

반대로 부정적이거나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두 줄 하는 게 맞는데 그게 되려나…”, “계단 없는 역도 많아요”, “계단으로 올라가는 거보다 에스컬레이터로 걸어 올라가면 훨씬 빠르긴 함”, "1분 1초가 급한데...", “아침에 바쁜데 지하철 놓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은 셈이다.

결국 이번 논쟁은 안전 대 효율의 대립으로 압축된다. 정부는 위험 감소와 사회적 비용 절감을 이야기하고, 시민들은 출근길 현실과 이동 효율을 말한다. 두줄 서기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결국 정책 성패는 제도보다 인식 변화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사고 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비상정지버튼 위치도 다시 강조

에스컬레이터에 구조 작업 자료 사진 / 뉴스1

정부의 두 줄 서기 재추진 논의와 별개로, 서울교통공사는 에스컬레이터 안전 관리 강화에 나선 상태다. 앞서 10일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이용 중 발생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 사고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전 역사 내 모든 에스컬레이터에 비상정지버튼 안내 스티커 부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한 사람이 넘어질 경우 뒤따르던 이용객까지 연쇄적으로 쓰러지는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사는 △이용객이 넘어졌을 때 △신발·의류·가방 등이 끼였을 때 △연쇄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 등에서는 즉시 비상정지버튼을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상정지버튼은 에스컬레이터 상·하부에 설치돼 있으며, 버튼을 누르면 즉시 운행이 멈춘다.

그동안에는 버튼 위치를 몰라 긴급 상황에서도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교통공사는 전 역사 에스컬레이터 1882대 진입부에 안내 스티커를 부착했다. 직관적인 문구와 버튼 위치 이미지를 함께 넣어, 급박한 상황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두 줄 서기 논란은 단순히 서는 위치를 바꾸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정부가 안전과 유지비용을 근거로 다시 캠페인을 꺼내든 만큼, 앞으로는 시민 설득을 위한 자료 제시와 현장 체감 간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미 익숙해진 한 줄 서기 문화 속에서, 정부가 11년 만에 다시 꺼낸 ‘이것’이 실제 생활 속 질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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