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까지 탄 산모, 병원 거부 계속 당하다 결국 아기 사망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29주 차 산모의 태아 사망 사건은 대한민국 필수의료와 응급 이송 체계의 총체적 붕괴를 드러내며 적기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거리를 떠도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증명했다.

사건은 지난 1일 오후 11시 3분경 시작됐다. 청주시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치료 중이던 30대 산모 A씨의 태아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29주 차의 조기 분만 징후와 태아 가사 상태가 겹친 긴박한 상황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과 해당 산부인과는 즉각 인근의 대학병원과 대형 의료기관들에 전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충북 지역을 포함해 충남, 대전, 세종 등 인접 권역의 병원 6곳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모두 수용 불가였다. 고위험 산모와 조산아를 수용할 시설이 부족하거나 당장 수술을 집도할 전문의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소방당국은 전국으로 수소문 범위를 넓힌 끝에 사고 발생 약 3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약 200km 떨어진 부산 동아대병원으로 이송을 결정했다. 소방 헬기까지 동원된 긴박한 이송이었지만, 부산에 도착했을 때 태아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산모는 수술 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으나, 한 가정이 겪은 비극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이는 지난 2월 대구에서 발생한 쌍둥이 임신부 이송 지연 사건과 판박이다. 당시에도 쌍둥이를 임신한 조산 산모가 병원 10여 곳에서 거절당하며 4시간을 헤매다 아이 한 명을 잃는 참변이 있었다.

이처럼 응급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은 이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 응급의료법상 응급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을 거부할 수 없지만, 현장에서는 전문의 부재와 병상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벽 앞에 법 조항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특히 고위험 산모, 뇌출혈, 소아응급 환자 등 골든타임이 핵심인 분야일수록 거절 빈도는 더욱 높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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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을 꼽는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등 소위 기피 과목은 업무 강도가 매우 높은 반면, 의료 사고 발생 시 짊어져야 할 사법적 리스크는 막대하다. 이번 청주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위험 분만은 결과가 좋지 않을 확률이 상존하는데, 만약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나쁠 경우 의료진이 수억 원대의 배상금이나 형사 처벌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이 큰 환자를 섣불리 받았다가 병원 경영이나 의료진 개인의 삶이 파괴될 수 있다는 공포가 작동하고 있으며, 이는 곧 적극적인 수용 거부로 이어진다.

또한 현재의 이송 체계 시스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응급의료자원정보시스템을 통해 병상 현황을 공유하고 있지만, 실제 의료 현장의 인력 상황과 장비 점검 유무 등을 실시간으로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구급대원들이 상황판을 보고 병원에 연락하더라도 현장에서는 다른 응급 환자 수술이나 의료진 퇴근 등을 이유로 거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과정에서 구급대원이 일일이 전화를 돌리며 구걸하듯 병상을 찾아야 하는 아날로그식 대응이 지속되면서 환자의 생명 줄인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병상 확충을 넘어선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은 의료 사고에 대한 면책 범위 확대다. 불가항력적인 의료 사고에 대해 국가가 보상 책임을 분담하고 의료진의 형사 처벌을 제한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고위험 환자를 기꺼이 받아낼 의료진은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의료계는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응급 의료 체계 정상화의 선결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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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지역별 거점 병원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현실화해야 한다.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 분야를 유지하는 병원에 대해 파격적인 수가 가산과 인건비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특정 권역에서 발생한 응급 환자는 해당 권역의 거점 병원이 무조건 수용하도록 강제하되 그에 따르는 손실과 책임을 국가가 보전해 주는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단순히 병원의 선의에 기대는 시스템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통합 관제 센터의 권한 강화도 시급하다. 소방과 보건복지부, 병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여,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병원을 실시간으로 배정하고 해당 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실효성 있는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송 중 응급처치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전문 구급 인력의 교육과 장비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청주 산모의 비극은 개인이 겪은 불운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동맥경화가 불러온 인재다. 산모가 아이를 낳을 병원을 찾지 못해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는 현실은 저출산 극복을 외치는 국가의 민낯이기도 하다. 제2, 제3의 청주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법적 보호, 지역 거점 의료 체계의 공공성 강화, 그리고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이송 시스템 구축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길 위에서 사라져가는 생명을 멈추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결단과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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