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사망' 광주 흉기 난동범 "사는 게 재미없어 그랬다" (영상)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의 범행 동기가 또 다른 충격을 안겼다.

10대 여학생이 숨지고 또래 남학생이 중상을 입는 비극이 벌어졌다. 일면식도 없는 시민을 향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 양상을 보이면서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은 5일 0시 무렵 광주광역시 월계동 한 고등학교 인근 보행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17세 여고생이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리는 등 치명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현장 인근에서 비명을 듣고 달려온 또래 남학생도 범인을 제지하려다 흉기에 찔려 크게 다쳤다. 해당 장소는 대학교와 고등학교가 맞닿아 있는 도심 구간이지만, 심야 시간에는 유동 인구가 적고 일부 구간에 CCTV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경찰은 주변을 통제하고 혈흔을 가리기 위해 바닥에 천을 덮는 등 현장 보존에 나섰다.

5일 광주 남부대 인근에서 여고생 흉기 피습 사건을 일으킨 20대 피의자가 체포돼 탑승한 차량이 광주 광산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사건으로 여고생 1명이 숨지고 이를 돕던 남고생 1명이 다쳤다. / 뉴스1

경찰은 용의자 추적에 나서 사건 발생 약 11시간 만인 이날 오전 11시 24분쯤 20대 남성 장모 씨를 주거지 인근에서 긴급체포했다. 장 씨는 조사에서 "사는 게 재미가 없어서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과 함께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범행 동기와 계획성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피해자들과 가해자 사이에 사전 접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조만간 장 씨에 대해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늦은 시간에는 외출이 두려울 정도”라며 “학생들이 다니는 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피해 학생이 재학 중이던 학교와 인근 학교를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야간 시간대 학생들의 단독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안내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특정 대상을 겨냥하지 않은 ‘무차별 범죄’ 성격을 띠는 만큼,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범행 동기로 ‘삶의 무기력’이나 ‘충동’을 언급하는 사례가 반복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정신건강 관리와 위험 신호 조기 발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시에 범죄 예방을 위한 물리적 환경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CCTV 사각지대 해소, 야간 조명 확대, 순찰 강화 등 기본적인 안전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지 않으면 유사 범죄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범행 경위를 철저히 수사하고, 지역 치안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일 오전 광주 광산구 남부대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흉기 피습 현장에서 경찰이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사건으로 여고생 1명이 숨지고 이를 돕던 남고생 1명이 다쳤다. / 뉴스1

아직도 마땅한 대책 없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무차별 살인'

이번 사건과 같은 흉기 난동은 형법상 가장 중대한 범죄인 살인죄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다. 형법 제250조는 사람을 살해한 경우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 함께 최소한의 고의, 즉 상대를 죽일 의사(미필적 고의 포함)가 인정돼야 한다. 흉기를 이용해 신체의 치명적인 부위를 공격한 경우 통상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도 살인의 의도가 인정되면 형법 제254조의 살인미수죄가 적용된다. 살인미수 역시 법정형은 살인죄와 동일하나, 법원이 범행 결과와 경위 등을 고려해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이번 사건처럼 한 명이 사망하고 다른 피해자가 중상을 입은 경우, 가해자에게는 살인죄와 살인미수죄가 동시에 적용될 수 있다.

흉기를 사용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다. 흉기는 그 자체로 사람의 생명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도구로 평가되기 때문에, 법원은 범행 수단의 위험성을 양형 판단 에서 무겁게 본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이른바 ‘무차별 범죄’의 경우 사회적 불안과 공포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엄중 처벌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돼 왔다.

5일 오전 광주 광산구 남부대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흉기 피습 현장에서 경찰이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사건으로 여고생 1명이 숨지고 이를 돕던 남고생 1명이 다쳤다. / 뉴스1

다만 한국 형법에는 ‘무차별 범죄’ 자체를 별도로 처벌하는 독립된 구성요건은 없고, 개별 행위에 따라 살인·살인미수·상해 등의 죄가 각각 적용되는 구조다. 대신 법원은 범행 동기, 계획성, 피해 규모, 사회적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을 정한다. 대법원 양형기준에서도 다수 피해자 발생, 잔혹한 범행 수법, 불특정 대상 공격 등은 가중 요소로 반영된다.

한편 가해자가 ‘충동적으로 범행했다’거나 ‘정신적 문제’를 주장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형이 감경 또는 면제될 수 있으며, 이는 전문 감정과 법원의 엄격한 판단을 통해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실제 재판에서는 피의자의 정신 상태, 범행 전후 행동, 계획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형사책임의 범위를 판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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