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전국 놀라게 했던 '울릉군 풀장 초등생 익사 사고'... 법원 판단 나왔다
출입문이 개방된 해수풀장 취수설비. / 법무법인 린

울릉군이 설치·관리하던 해수풀장에서 12세 초등학생이 취수구에 팔이 끼어 숨진 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울릉군과 시공사 관계자들에게 4억8500여만원을 유가족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인천지법 민사14부(김영학 부장판사)는 사망 당시 12세였던 A군의 유가족이 울릉군과 시공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낸 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울릉군과 시공사 관계자 3명이 유가족에게 4억8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군수와 담당 공무원, 설계사 등 나머지 관계자 7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대체 어떤 사고였나

사고는 2023년 8월 1일 오전 11시쯤 경북 울릉군 북면에 있는 울릉군 운영 해수풀장에서 발생했다. A군은 가족과 함께 울릉도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2015년 개장했던 문제의 풀장은 면적 370㎡에 지름 약 19m의 원형 구조였다. 수심이 37㎝에 불과해 유아·어린이 전용으로 운영돼왔다. 취수구를 통해 빠져나간 바닷물이 순환펌프를 거쳐 분수로 다시 유입되는 구조였다.

수심 37㎝ 풀장서 왜...

A군은 원형풀장 한가운데 설치된 미끄럼틀·워터버킷 등 물놀이 시설 아래쪽으로 들어가다 직경 13㎝의 취수구에 왼쪽 팔이 어깨까지 빨려 들어간 채 발견됐다. 취수구 주변은 물을 끌어리는 펌프가 가동돼 수압이 강한 상태였고, 팔이 취수구를 막아버리면서 해수가 빠지지 못해 수위가 높아졌다. 머리가 물속에 잠긴 상태로 발견된 A군은 119구조대에 의해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안전요원도 없었다

물놀이 시설 하부는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고 관리자용 출입문이 설치돼 있었지만, 사고 당시 이 출입문에는 잠금장치가 없었다. A군은 잠기지 않은 출입문을 열고 시설 아래로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일 풀장에는 법정 자격을 갖춘 안전요원은 물론, 현장 관리를 돕던 무자격 아르바이트생조차 없었다.

시설 구조적 결함도

조사 과정에서 시설의 구조적 결함도 드러났다. 설계 도면에는 일체형 배수 설비(플로어 드레인)가 명시돼 있었으나, 정작 취수구에는 고기를 구울 때 쓰는 임시 석쇠용 철망이 용접된 상태였다. 설계에 기재된 배수 설비는 물량 내역서와 시방서에서 누락됐고, 시공사는 이를 발주처에 보고하지 않고 그대로 시공했다. 바닷물에 취약한 석쇠 철망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그 결과 A군은 고압 취수구 배관의 흡입력에 그대로 노출됐다.

관리부실도 원인 지목

울릉군의 관리 부실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관련 고시상 최대 수심 30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풀장이었음에도, 사고 당시 해수는 400㎜까지 차 있었다.

풀장 취수구. 소방대원이 파이프를 절단해 제거한 뒤의 모습이다. / 법무법인 린

재판부는 이 물놀이 시설이 울릉군이 어린이놀이시설법에 따라 설치·관리·운영하는 불특정 다수 이용 시설, 즉 '공공 영조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물놀이 시설에 설치·관리상 하자가 있었고, 그 하자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며 "국가배상법상 영조물 설치·관리자의 손해배상 책임에 따라 울릉군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시공사 관계자 3명에 대해서도 설계 도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석쇠용 철망으로 부실 시공한 과실을 들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담당 공무원 배상 책임은?

당시 울릉군수와 담당 공무원들의 개인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담당 공무원들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전문 지식이 없는 공무원들이 시설 설치·운영을 맡았고 자문을 구할 인적 네트워크나 예산도 없었다"며 "이들에게 중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실무 담당자는 임용된 지 불과 3개월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울릉군 관계자는 사고 직후 "팔이 취수구를 막는 역할을 해 해수가 빠지지 못하면서 수위가 더 차올라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번 사고를 둘러싼 형사 절차도 진행 중이다. 울릉군청 소속 공무원들과 시공사 관계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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