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 엽떡도 7천원에 먹어요…고물가 시대에 MZ들이 선택한 '의외의 문화'

국제 유가 상승과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2030 세대의 식탁 풍경이 급변했다. 1인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배달 음식의 가격과 양을 '나눔'으로 해결하는 소분 문화가 확산 중이다.

매운 떡볶이를 소분하는 모습 / 연합뉴스

과거 주부들이 대용량 생필품을 나누던 방식이 이제는 청년들의 한 끼 식사로 옮겨왔다.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모이는 이들은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음주'가 아닌 '생존'을 목적으로 연대한다.

식비 3분의 1로 절감... 지역 커뮤니티 점령한 ‘음식 팟’

현재 1인 가구 청년들에게 2만 원을 훌쩍 넘는 배달 음식은 심리적·경제적 문턱이 높다. 최소 주문 금액과 배달료까지 더해지면 간단한 한 끼 식사 비용이 3만 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나타난 현상이 바로 '음식 팟(Party)' 문화다. 특정 브랜드의 떡볶이나 마라탕처럼 양이 많고 가격이 비싼 음식을 함께 주문한 뒤, 각자 준비해온 용기에 담아 비용을 분담하는 식이다.

이러한 모임은 주로 당근 등 하이퍼로컬(Hyper-local) 플랫폼을 통해 결성된다. "버려지는 음식과 통장 잔고를 구출하자"는 명분 아래 모인 청년들은 현장에서 즉석 소분을 진행한다. 2만 3000원 상당의 음식을 3명이 나누면 인당 부담액은 7000원대로 떨어진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내던 각종 토핑과 사이드 메뉴까지 추가하면서도 개별 지출은 외식 한 끼 가격보다 저렴해지는 역설적 소비가 가능해졌다. 이는 단순한 친목 도모를 넘어 고물가 시대에 적응하려는 청년들의 실리적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집밥의 진화... ‘반찬 연대’와 ‘밀프렙’ 열풍

배달 음식의 대안으로 집밥을 택한 이들은 '공동 조리'라는 더 적극적인 방식을 택했다. 식재료를 대량으로 공동 구매한 뒤 공유 주방 등에서 일주일치 반찬을 한꺼번에 만들어 나누는 '반찬 모임'이 대표적이다. 혼자 장을 볼 때보다 식재료 단가를 40% 이상 낮출 수 있고,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노동력까지 분담한다. 모든 비용은 참여 인원수대로 1원 단위까지 철저히 계산해 정산하며, 이는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2030 세대의 특징을 명확히 보여준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밀프렙 영상 / 유튜브 캡처

직접 요리할 여건이 되지 않는 이들은 '밀프렙(Meal-prep)'에 열중한다. 주말 등 여유 시간에 며칠 치 식사를 미리 준비해 1인분씩 소분 냉동하는 방식이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자신만의 밀프렙 노하우를 담은 영상과 사진이 넘쳐난다. 볶음밥, 파스타, 찌개류까지 소분 용기에 정갈하게 담긴 음식들은 지출 방어의 결과물이자 하나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로 인정받는다. 외식비 지출을 줄이면서도 건강과 맛을 챙기려는 청년들의 분투가 고스란히 담긴 풍경이다.

청년 세대의 소분 연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철저한 합리성'이다. 과거의 나눔이 온정이나 친분에 기반했다면, 지금의 소분 문화는 철저히 경제적 이해관계에 집중한다. 비용 정산 시 소수점까지 나누는 정확함은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이자 신뢰의 기반이 된다. 친목을 배제하고 오직 '식비 절감'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달성한 뒤 흩어지는 쿨(Cool)한 관계가 주를 이룬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국면이 지속될수록 이 같은 목적 지향적 소비가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유통업계 역시 이러한 흐름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1만 3000개 이상의 편의점 점포들이 극소용량 신선식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1인용 소분 밀키트 매출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청년들의 변화한 식문화가 있다. 안방까지 침투한 해외 온라인 플랫폼과의 가격 경쟁 속에서 국내 자영업자와 플랫폼들은 청년들의 소분 수요를 잡기 위한 전용 메뉴와 나눔 서비스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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