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병' 채 상병 어머니 “어떻게 믿고 자식을 군대에 보내겠나”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고의 책임자로 지목되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1심 법원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사고 발생 2년 9개월여 만에 나온 첫 사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아들을 잃은 유가족은 턱없이 낮은 형량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며 법의 엄중함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8일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순직해병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이명현) 출범 이후 첫 기소 사건에 대한 판결로, 특검팀이 구형한 징역 5년보다는 낮은 형량이다.

재판 종료 후 기자회견 중인 채 상병 어머니 / 뉴스1

턱없이 낮은 형량에 비통한 유가족... 어머니 "이래서 누가 군대 보내겠나"

판결 직후 채 상병의 어머니는 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눈물을 흘리며 "형량이 너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을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과 지시로 허망하게 보낸 유족의 원통함을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게 법의 엄중함을 보여줄 줄 알았다"고 재판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아들의 희생에 대한 책임이 이렇게 가볍다면 어느 누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겠나"라고 반문하며 군 당국과 사법부에 대한 강한 불신과 비통함을 표출했다. 어머니는 이어 "과실 책임과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지휘관들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끝까지 이들의 처벌을 원한다"고 강조해, 향후 상소 등을 통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이어갈 의지를 내비쳤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역시 입장문을 통해 "지휘관들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며 반성 없는 태도로 재판에 임했다"며 "오늘 판결이 끝이 아님을 분명히 말한다"고 규탄했다.

채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법원이 1심 징역 3년을 선고한 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서관 앞에서 열린 해병대예비역연대 기자회견에서 정원철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재판부 "임 전 사단장의 무리한 지시가 사고의 직접적 원인... 책임 가장 커"

이날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의 유죄를 인정하며 그의 무리한 지시가 채 상병을 숨지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 수몰 실종자 수색 작전 당시, 구명조끼 등 최소한의 안전장비도 지급하지 않은 채 해병대원들에게 수중 수색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수변으로 내려가 찔러보는 방식' 등 구체적인 수색 방법을 직접 지시하고, '가슴 장화'를 확보하라고 지시하는 등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14박 15일 포상 휴가를 언급하며 성과를 독려하고 포병부대를 보병부대와 비교하며 반복적으로 질책해 현장 지휘관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한 것도 사실상 수중 수색을 강제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단순 언급만 했어도 해병들이 수중 수색을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고인의 업무상과실과 발생 결과 간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수중 수색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도 유죄 근거가 됐다.

군형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합동참모본부와 육군 제2작전사령부로부터 작전통제권이 육군 제50사단장에게 이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현장을 지도하고 수색 방식을 지시하는 등 실질적인 지휘권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5.10.31/뉴스1

다른 지휘관들도 줄줄이 실형 및 집행유예... 어머니의 호소는 계속된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임 전 사단장 외에도 수해 현장을 총괄한 박상현 전 제7여단장과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에게 각각 금고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채 상병의 직속상관이었던 이용민 전 포7대대장에겐 금고 10개월, 장모 전 포7대대 본부중대장에겐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내려졌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박 전 여단장, 최 전 대대장, 이 전 대대장은 도주 우려를 이유로 이날 법정에서 즉시 구속됐다.

이번 판결은 채 상병 순직 사고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지만, 유가족에게는 여전히 큰 상처와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오열과 호소는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군대라는 조직 내에서 지휘관의 책임과 의무, 그리고 병사들의 안전에 대한 보장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유가족의 원통함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제2의 채 상병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엄중한 법적 처벌과 함께 군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