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에서 학생들 사진 200장 찍어준 교사가 받은 '민원'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교사들의 부담과 고충을 토로한 영상이 온라인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체험학습 과정에서 반복되는 학부모 민원과 안전사고 책임 문제가 교사들에게 과도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교사노동조합 공식 유튜브 채널에 지난 8일 게시된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은 이날 오후 기준 조회수 540만 회를 넘어섰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영상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교육부 주최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에서 초등교사노동조합 강석조 위원장이 발언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강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현장학습은 원래 교사들이 학생들과 다양한 경험을 나누기 위해 자발적으로 진행해온 교육활동”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각종 부담 때문에 사실상 참여를 중단하는 분위기까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학부모 민원을 꼽았다. 그는 체험학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정 학생과 우리 아이를 짝지어달라”, “왜 굳이 먼 곳에 가서 멀미를 하게 하느냐” 같은 요구가 반복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 위원장은 "체험학습에서 우리 이쁜 학생들 사진 200장 넘게 찍었다. 그날 어떤 민원 받았는지 아시냐. '왜 우리 아이 사진은 5장만 있나요'. 이런 민원 왔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강석조 위원장 / 유튜브 '채널A News'

행사 당일에도 부담은 계속된다고 했다. 교사들이 학생들 사진을 수백 장 촬영해 공유해도 “왜 우리 아이 사진은 적냐”, “표정이 왜 이러냐”는 항의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현장학습을 교사에게 사실상 의무처럼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운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이 담긴 영상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고, 교사들의 현실에 공감한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교육보다 민원 대응이 더 힘들 것 같다”,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너무 많이 떠넘기고 있다”, “안전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을 교사가 져야 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을 남겼다.

실제로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부담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초등교사노조가 전국 초등교사 2만19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6.2%가 소풍이나 수학여행 같은 현장체험학습 운영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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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안전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구조다. 학생이 다치거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사 개인에게 형사적·민사적 책임이 집중될 수 있다는 인식이 현장에 강하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교사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가 있었다. 이후 교사 사회에서는 “교육활동 자체가 위험 부담이 됐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현행 제도상 학교 밖 활동은 일반 수업보다 안전 관리 책임 범위가 넓고 변수도 많다. 이동 과정, 식사, 놀이시설 이용, 숙박 등 다양한 상황에서 돌발 사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인솔 교사 수와 안전 지원 인력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특히 현장체험학습이 원래 교육과정의 일부로 도입된 만큼 단순히 “교사가 하기 싫어한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과 공동체 경험, 문화 체험 기회를 위해 필요한 활동이지만 현재는 위험 부담과 민원 압박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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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역시 최근 간담회를 열고 교사·학부모·학생 의견을 수렴하며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안전한 현장체험학습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교사단체들은 단순한 매뉴얼 강화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사고 발생 시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구조와 과도한 민원 문화가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교권 침해 문제와 함께 현장체험학습 부담 문제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가 교육활동보다 사고와 민원을 더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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