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째 사라졌다…가볍게 본 ‘이 행동’, 걸리면 6년 징역도 가능

도심 텃밭에서 농작물을 몰래 가져가는 이른바 ‘서리’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장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남의 밭에서 상추나 깻잎 한 장을 가져가는 행위도 엄연한 절도에 해당할 수 있다. 피해 신고가 이어지면서 급기야 강력계 형사까지 현장에 투입됐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연합뉴스는 18일 서울 동대문구가 중랑천변에서 운영하는 도시농업 체험학습장의 피해 실태를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40대 여성 A 씨는 지난 15일 자신의 텃밭 앞에 주저앉아 “두 달 동안 열심히 키운 상추 수십 포기가 뿌리째 뽑혀 나갔더라고요. 주변 사람들도 여럿 당했다고…”라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실제로 30포기 넘는 상추가 자라던 그의 밭에는 10여 포기의 잔해와 흙이 깊게 파인 흔적만 남아 있었다. 단순히 몇 장을 뜯어간 수준이 아니라, 작물을 뿌리째 뽑아간 것이다.

“도둑의 개인 마트가 돼버렸다”

이 텃밭은 도시 생활에 지친 구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공간이다. A 씨 역시 2년을 기다린 끝에 지난 3월 약 4.5㎡ 규모의 땅을 배정받았다. 그는 이곳에 상추와 고추, 가지를 심고, 이틀에 한 번씩 물을 주며 정성껏 가꿨다.

상추 절도 현장을 조사 중인 경찰 / 연합뉴스

하지만 수확을 앞둔 농작물은 누군가의 손에 사라졌다. A 씨는 “이틀에 한 번씩 꼬박꼬박 물을 주고 애지중지했다”며 “수확의 기쁨을 느끼려고 시작했는데 도둑의 개인 마트가 돼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는 A 씨만의 일이 아니었다. 인근에서 2년째 텃밭을 가꾸는 고모(53)씨도 일주일 전 깨 모종을 송두리째 도둑맞았다. 고씨는 “매일 아침 물을 주고, 퇴근하면서 또 한 번 주는데 그새 깨 모종 몇 개를 삽으로 퍼갔다”며 “별것 아니지만 꽃이 피면 기분도 좋고 힐링이 되는데 그걸 훔쳐 가니 너무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강력계 형사까지 출동했지만, 추적은 쉽지 않다

피해가 이어지자 A 씨의 신고를 받은 서울 동대문경찰서 소속 강력계 형사들이 현장에 출동했다. 이들은 이른바 ‘상추 도둑’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범인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현장 구조상 감시가 어렵기 때문이다. 해당 텃밭은 면적이 넓고 산책로와 가까워 외부 접근이 쉽다. 반면 방범 시설은 사실상 부족하다. 927개에 달하는 텃밭 전체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는 인근 장안교에 설치된 1∼2대가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한 달 새 절도 관련 민원이 5∼10건 들어왔다”며 “올해 유독 건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상 즉시 CCTV 설치가 어려워 내년 편성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절도 신고가 늘어 동대문서에 주야간 순찰 강화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구청은 뒤늦게 텃밭 주변에 ‘절도 금지’ 현수막을 걸고, 현장 근로자의 순찰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피해 주민들은 이미 정성 들여 키운 작물을 잃은 뒤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추 한 장도 남의 것, 절도죄 될 수 있다

도심 텃밭 서리가 유독 늘어난 배경을 두고는 식탁 물가 상승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중동 전쟁 등의 여파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면서, 농작물을 몰래 가져가는 일이 늘어났을 수 있다는 씁쓸한 분석이다.

서울 시내 순찰차량 / 뉴스1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주말농장이나 도심 텃밭에서 농작물을 도둑맞았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채소 몇 포기일 수 있지만, 피해자에게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키운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서리’라는 말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남의 텃밭에서 작물을 가져가는 행위는 절도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 구청 관계자는 “상추, 깻잎 한 장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적발되면 절도 혐의로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심 속 작은 텃밭은 주민들의 취미이자 휴식 공간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가벼운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몇 달간의 정성과 즐거움을 빼앗는 피해가 된다. 상추 한 포기라도 남의 것을 몰래 가져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서리가 아니라 범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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