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소음 신고 늘더니…행사 앞둔 학교들, 초대장 아닌 '이것' 내밀었다

5월 체육대회 시즌을 맞아 일부 학교가 인근 주민에게 소음 발생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있다. 운동회와 체육대회가 학교 안 행사에 그치지 않고 주변 생활권과 맞닿아 운영되면서, 학교 현장의 민원 부담도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회 모습. 단순 자료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 뉴스1

18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인천 계양구의 한 중학교는 최근 체육대회를 앞두고 학교 주변 아파트 5곳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학교는 행사 당일 프로그램 진행과 학생 응원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또 방송 음량을 조절하고 학생 지도를 병행해 소음 발생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서구의 한 고등학교도 체육대회를 앞두고 주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협조 안내문을 전달했다. 학교 측은 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음악과 응원, 마이크 소리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민 협조를 요청했다. 체육대회가 학생들의 학교생활 행사인 동시에 인근 주민 생활권과 맞닿아 있는 만큼, 학교들이 사전에 안내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앞서 경기도 성남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담장에 운동회 소음을 이해해 달라는 취지의 편지를 붙였다. 해당 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했다. 학생들이 직접 주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학교 운동회와 체육대회가 민원을 의식해 운영되는 현실을 두고 여러 반응이 나왔다.

학교와 주거 단지가 가까워진 점도 소음 민원이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이른바 ‘초품아’로 불리는 학교 인접 아파트 단지는 통학 여건이 좋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높지만, 학교와 주거 공간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운동장 행사나 체육 활동 때 발생하는 소리에 영향을 받기 쉽다. 특히 야간 근무나 교대 근무 등으로 인해 낮 시간대 소음에 민감할 수 있는 주거 환경 특성상 주민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체육대회가 교육 과정의 일부라는 점에서 과도한 민원으로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체육대회는 학생들이 정해진 규칙 안에서 몸을 움직이고, 친구들과 협동하며, 응원과 경기를 통해 공동체 경험을 쌓는 행사다. 음악과 마이크, 응원 소리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만큼 학교가 기본적인 소음 관리에 나서더라도 행사 자체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운동회 관련 소음 신고도 증가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 운동회’ 관련 112 신고는 350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 70건과 비교하면 5배 늘었다. 이 가운데 345건은 경찰이 실제 현장에 출동한 사례였다.

천하람 의원은 지난 4일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서 아이들이 교육이나 놀이 활동 중 내는 소리를 소음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학생들의 통상적인 교육 활동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일반적인 생활 소음 민원과 같은 기준으로 다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다.

학교 현장에서는 소음 민원뿐 아니라 안전사고와 행사 운영 방식에 대한 학부모 민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체육대회 과정에서 작은 부상이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학교가 책임 문제를 우려하게 되고, 이 때문에 행사 규모나 종목 구성도 이전보다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인천교사노조 관계자는 "작은 사고라도 발생하면 민원이 강하게 들어오다 보니 위축되는 부분이 있다. 학교 입장에선 위험 부담을 줄이려고 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는 가족들을 초대해 행사를 크게 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학생들만 참여한 상태에서 비교적 안전한 종목 위주로 체육대회를 진행하는 학교가 많다고 설명했다.

체육 활동 제한 사례도 확인됐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3~4월 기준 전국 초등학교 6189곳 가운데 312곳이 교과 시간 외 축구와 야구 등 일부 스포츠 활동을 제한했다. 운동장 사용과 관련한 민원, 안전사고 우려, 학교 시설 여건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체육대회와 운동회가 학생들의 교육 활동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인근 주민의 생활 불편을 줄일 수 있는 안내 절차와 운영 방식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소음 민원이 반복될 경우 학교가 행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만 대응하기보다, 교육 활동을 보장하면서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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