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도 시간도 하필…5·18 이어 4·16까지 번진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스타벅스코리아가 세월호 참사일에도 ‘미니 탱크데이’ 행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지며 온라인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의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과 4월 16일 진행된 이벤트 포스터 / 뉴스1, 스타벅스 코리아

19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4월 16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니 탱크데이’ 행사 포스터가 확산하고 있다.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이다. 2014년 당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304명이 희생됐다.

세월호 참사일에도 ‘미니 탱크데이’

해당 포스터에는 ‘미니 탱크 텀블러’ 출시를 기념하는 행사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 행사를 진행해 거센 비판을 받은 가운데 같은 표현이 세월호 참사일에도 쓰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다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스타벅스가 4월 16일 진행한 행사의 이벤트 포스터 / 온라인 커뮤니티

누리꾼들은 “5·18만 문제가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일에 탱크데이라니 날짜 검수를 아예 안 한 것이냐” “민감한 사회적 참사일과 반복적으로 겹친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당시에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던 행사” “5·18 논란 이후 모든 것을 연결해 보는 것 아니냐” “의도적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앞서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8일 ‘단테·탱크·나수데이’ 이벤트를 진행하며 ‘컬러풀 탱크 텀블러 세트’와 ‘탱크 듀오 세트’ 등을 판매했다. 행사 페이지에는 ‘탱크데이’라는 표현과 함께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도 사용됐다.

5·18 당일 ‘탱크’ 표현 논란

온라인에서는 ‘탱크’라는 단어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장갑차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해당 행사가 5월 18일 당일 진행됐다는 점에서 “기념일의 의미를 고려하지 못한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둘러싼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표현이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 발표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치안본부는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발표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 이후 이 표현은 군사정권 시절 국가폭력을 상징하는 문구로 남았다.

SCK컴퍼니(스타벅스코리아)가 진행한 이벤트.

이번 프로모션은 날짜별로 문구를 바꿔가며 진행된 행사였다. 논란이 된 18일에는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이 함께 등장했다. 온라인에서는 “5·18과 박종철 사건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내부 검수에서 아무도 걸러내지 못한 것이 문제” “역사적 맥락을 모르는 수준을 넘어선다”는 반응이 나왔다.

제품 용량도 논란에 더해졌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행사 제품 용량이 ‘503㎖’로 표기된 점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 ‘503’을 연상시킨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프로모션 텀블러가 6가지 색상으로 출시된 점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이어졌다. 다만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제품명과 용량이 글로벌 텀블러 개발업체가 정한 공통 규격이며 국내에서만 사용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광주 사과 방문 무산, 본사까지 사과

사태가 커지자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8일 오후 행사를 중단하고 사과문을 냈다. 이어 손정현 당시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도 본인 명의의 2차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같은 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손 대표를 해임하며 그룹 차원의 책임 조치에 들어갔다.

정 회장은 다음 날인 19일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마케팅을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라고 표현했다. 5·18 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광주 시민, 박종철 열사 유가족,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며 사과했다. 또 이번 일을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고통과 희생을 가볍게 여긴 잘못으로 규정했다.

정 회장은 이번 사태가 단순 실무 착오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그룹 전체의 역사 인식과 감수성이 부족했다며 발생 경위와 승인 절차를 조사해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전 계열사 마케팅 콘텐츠 검수 과정과 심의 절차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자신을 포함한 전 임직원 교육도 약속했다.

김수완 이마트그룹 총괄부사장은 19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를 찾았다. 전날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 행사를 진행한 데 대해 5월 단체에 직접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김 부사장은 센터에 도착했지만 5·18 기념재단과 5·18 부상자회 등 단체 관계자들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완 신세계 부사장이 19일 '스타벅스 코리아 이벤트의 오월정신 훼손'관련 사과를 위해 광주 5·18기념재단을 찾았다가 면담을 거부 당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5월 단체는 사과보다 경위 파악이 먼저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과정을 거쳐 5·18 기념일 당일 ‘탱크데이’라는 문구가 승인됐는지, 내부 검수 단계에서 누가 최종 결정을 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과만 먼저 받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사전 조율 없이 방문 일정이 사실상 통보됐다는 점도 반발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그는 현장에서 이번 행사가 고의성을 갖고 진행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또 경위가 파악되면 다시 찾아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스타벅스 미국 본사도 19일 직접 사과 입장을 냈다. 본사는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한국에서 용납할 수 없는 마케팅이 발생했다”며 “희생자와 가족, 한국 민주화에 기여한 분들에게 상처와 모욕감을 안긴 점을 인정한다”고 했다.

또 스타벅스코리아가 해당 캠페인을 즉시 중단했고 경영진 책임 조치와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검토 기준과 교육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국내 프로모션 논란에 미국 본사까지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대표 해임과 그룹 차원의 사과에도 비판이 계속되는 만큼 향후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사태 수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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