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도로 공사 사고 피해 확대 관련 전문가·관계자들이 결정적 원인으로 꼽은 것
지난 29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현장에서 긴급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소음으로 인한 생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신호수들에게 불필요한 호루라기 사용을 자제시키겠습니다"

이는 지난달 30일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공사와 관련해 제기된 '신호수 호루라기 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에 대해 서울시가 내놓은 답변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사회 전반에 안전보다 불편 해소를 우선하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31일 서울시 건설알림이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9개월 동안 접수된 관련 민원은 총 88건으로 집계됐다.

민원 내용 가운데에는 공사 소음과 진동뿐 아니라 안전 확보를 위해 사용되는 장비와 신호 체계에 대한 불만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호수 호루라기가 시끄럽다", "장비 이동 중 나오는 경고음이 시끄럽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건설 현장에서 신호수는 중장비 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맡는다. 타워크레인과 굴착기 등 대형 장비가 이동하거나 작업할 때 호루라기와 수신호를 통해 운전자를 유도하고 주변 접근을 통제한다. 중장비에 장착된 경고음 역시 위험 상황을 알리는 안전 장치다. 운전석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많은 만큼 소리를 통해 주변에 위험을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현장소장 출신인 A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보다 민원의 강도와 빈도가 모두 높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공사 때문에 잠을 못 잤으니 다른 곳에 묵을 숙박비를 줘라', '차가 공사장을 지나며 물이 튀었으니 세차비를 달라'는 등 내용도 가지각색"이라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민원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공사를 야간에만 진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경우 작업 환경이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고로 숨진 60대 현장관리소장 이씨 역시 생전 가족들에게 공사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른바 '민원 폭탄'에 대한 부담이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의 피해를 확대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붕괴 약 12시간 전부터 구조물에 단차가 발생하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즉각적인 차량 통제나 고가도로 하부 열차 운행 중단 조치는 시행되지 않았다.

열차는 붕괴 1분 전에 해당 구간을 통과해 사고를 피했지만 고가 아래를 지나던 시민은 피해를 입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협력교수단 교수는 사고 가능성이 존재하더라도 실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통제 조치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가 결국 발생하지 않았다면 '왜 사고도 나지 않았는데 통제해서 불편하게 하느냐'는 저항이 컸을 것"이라며 "손해배상 문제까지 갈 수 있어 현실에선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사한 대형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을 우선하는 사회적 인식 정착과 함께 현장 대응 권한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긴급한 상황의 경우 시공사 등이 통제를 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줘야 하고,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도록 법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도 안전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과 관련해선 더 이상 적은 비용을 쓰고 요행을 바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