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어코리아
제기차기하는 음성군수 품바

위키트리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핵심 물증으로 지목돼 법원이 보전을 명령했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 상자가 이미 폐기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초 상자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가, 뒤늦게 입장문을 내고 해당 상자를 폐기업체에 인계했다고 해명했다. 의혹의 출발점이 된 물증이 법원 검증 하루 전 사라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법원 관계자들은 남색 상자를 들고 잠실7동 제2투표소로 들어갔다. 이곳은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부족해 시민들이 투표함 반출을 저지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던 장소다.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법원에 낸 증거 보전 신청이 일부 인용되면서 현장 검증이 이뤄졌다.
검증을 지휘한 김지연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현장에서 "지금부터 검증 시작합니다. 기자님들 여기까지만 촬영하시고 이제 멈춰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라며 절차를 개시했다. 법원이 확인하려 한 증거는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발견됐던 '인쇄매수 1,900매'가 적힌 투표용지 보관 상자였다.
그러나 30분가량 검증이 이어졌음에도 해당 상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검증 직후 "증거는 추가적으로 확보된 것은 없습니다. 현장은 지금 이미 다 치워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없었고…"라고 말했다. 현장이 이미 정리된 상태였던 만큼 추가 물증 확보는 사실상 무산됐다.
많은 이들이 가장 궁금해할 대목은 상자에 적힌 '1,900매'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다. 앞서 이 상자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50% 수준으로 인쇄했다는 선관위 설명과 달리 실제로는 49.3%만 준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상자 겉면에 표기된 인쇄 매수가 확정 유권자 수의 절반에 못 미친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에는 유권자 수의 50%인 인쇄 하한선조차 지키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논란이 확산된 상황이었다. 0.7%포인트의 차이지만, 선관위가 스스로 밝힌 준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는지를 가르는 수치라는 점에서 상자는 의혹 규명의 출발점이자 핵심 자료로 꼽혔다.
이 상자는 선거 무효 소송이 진행될 경우 선관위의 준비 과실을 입증할 증거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어 보전 가치가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원 역시 선관위를 상대로 사실조회 절차를 거쳐 상자의 위치를 특정하고, 상자를 확보하면 동부지법 청사로 옮겨 봉인한 뒤 증거로 보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논란이 증폭된 지점은 선관위 해명의 변화 과정이다. 앞서 선관위 측은 해당 상자의 위치를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후 선관위는 입장문을 통해 투표용지 송부 때 사용한 상자는 통상 투표소를 정리할 때 자체 폐기하고 있다며, 해당 상자 역시 송파구 선관위가 지난 9일 예정대로 폐기업체에 인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폐기 시점은 법원의 현장 검증 하루 전이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송파구 선관위가 증거보전 대상을 사전에 인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상자를 보존해야 한다는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법적으로 보관할 의무가 없는 것"이라고도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관위 해명대로라면 통상적 정리 절차에 따른 폐기지만, 문제의 상자가 이미 언론 보도와 정치권 공방을 통해 의혹의 물증으로 거론되던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폐기 조치의 적절성을 둘러싼 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의혹의 시발점이 된 상자를 검증 직전 폐기한 선관위 조치를 두고 논란이 한층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증거보전은 본격적인 소송에 들어가기 전이라도 증거가 사라지거나 훼손될 우려가 있을 때 법원이 미리 증거를 조사·확보해 두는 절차다. 김 최고위원의 신청이 일부 인용됐다는 것은 법원 역시 해당 상자의 증거 가치를 일정 부분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심 물증이 폐기된 만큼, 향후 선거의 효력을 다투는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상자 실물을 통한 입증은 어려워진 상태다.
남은 경로로는 법원의 사실조회를 통한 인쇄 매수 기록 확인, 선관위 내부 문서와 인쇄업체 자료 등 다른 증거를 통한 규명 가능성이 거론된다. 상자 겉면이 이미 영상과 사진으로 공개돼 있다는 점도 변수다. 다만 실물 검증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양측 공방이 기록과 진술 다툼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비판은 대학가로도 번졌다. 주요 대학 총학생회는 6·10 민주항쟁 기념일인 10일 오후 6시 각 캠퍼스에서 사태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참여 대학은 연세대, 건국대, 고려대, 경희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숭실대, 전남대, 한국외대, 홍익대, 숙명여대, 전북대, 부산대, 한양대 등 전국 16개 대학이다. 서울 주요 대학뿐 아니라 전남대, 전북대, 부산대 등 지방 거점 대학까지 참여하면서 규탄 움직임이 전국 단위로 확산된 모양새다.

이들은 시국선언에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통한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국가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 대책 마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조개혁, 시민 참여형 개혁 감시기구 설치 등 네 가지를 촉구했다. 민주항쟁 기념일에 맞춰 선언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참정권 침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물증 폐기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학가까지 확산되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책임 규명 공방은 법원 절차와 정치권, 시민사회 등 다층적 전선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관심 없음
{카테고리}에 관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