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의 민낯] 사람을 구하는 조직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술잔을 들이민 손들은 정말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위키트리 전국총괄본부장 최학봉 / 사진=위키트리DB

스물몇 살 청춘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고,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약혼자가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이라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 젊은 여성이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남긴 메시지는 처절하다.

"죽을 것 같다."

"10번 토했다."

"술을 너무 빨리 마신다."

이것은 단순한 회식 후 푸념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구조 신호에 가깝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그것을 조직생활이라 했고, 누군가는 관행이라 했으며, 누군가는 별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도대체 무엇이 정상인가.

상급자가 부하 직원에게 술을 따르게 하고, 원샷을 강요하고,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고, 노래방까지 따라오게 만드는 것이 정말 조직문화인가. 그것이 친목이고 선후배 관계인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이다.

거절하기 어려운 위치를 이용해 상대를 통제하는 행위다.

더 분노스러운 것은 사건 이후의 모습이다.

한 젊은 소방공무원이 세상을 떠났는데도 조직은 불과 며칠 만에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유족과 약혼자가 울부짖으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동안에도 제대로 된 감찰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하던 공무원이 죽었다.

그런데 조직은 왜 죽었는지보다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먼저 피하려 한 것은 아닌지 국민은 묻고 있다.

이 사건이 분노를 일으키는 이유는 단순한 음주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안다.

상사의 "한 잔 더 해"가 사실상 명령이라는 것을. 상사의 "같이 가자"가 거절하기 어려운 압박이라는 것을.

상사의 눈 밖에 나는 순간 조직생활이 얼마나 힘들어지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은 한 사람의 비극이 아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약자의 고통을 외면하는지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만약 한 사람이 가족과 약혼자, 자신의 미래까지 뒤로한 채 죽음을 선택할 정도였다면 그 고통은 얼마나 컸겠는가.

그 절망은 얼마나 깊었겠는가.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관행"이라는 변명을 듣고 싶지 않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술을 강요하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인격을 짓밟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젊은 공무원의 눈물을 외면한 사람들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사람을 구하는 조직이 사람을 죽음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는 의혹 자체가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수치다.

한 젊은 소방관은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한다.

남겨진 가족은 평생 딸을 잃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고, 약혼자는 평생 지켜주지 못했다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사건일지 모르지만 유족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현재진행형의 지옥이다.

이 죽음이 또 하나의 뉴스로 소비되고 잊힌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다.

누군가의 딸이, 누군가의 예비 신부가, 누군가의 동료가 왜 죽어야 했는지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애도의 말이 아니다.

철저한 수사다.

고인이 왜 "죽을 것 같다"는 말을 남겨야 했는지, 누가 술자리를 강요했고 누가 권력을 행사했는지, 사건 이후 누가 진실을 덮으려 했는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야 한다.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다면 관련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조직 차원의 축소·은폐 시도가 있었다면 그 역시 반드시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

수사기관은 갑질 가해자와 사건 은폐·축소에 관여한 책임자들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에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구속수사도 마다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한 젊은 소방관과 남겨진 유족, 그리고 다시는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 앞에 국가가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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