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서 벌어진 '마라탕 참사'... 과연 누구 책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이사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집에서 싱크대가 막혔다. 수리비 청구서에 찍힌 금액은 35만원. 이 돈을 세입자가 내야 하는지 집주인이 내야 하는지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25일부터 인스티즈 등에서 퍼진 '현재 난리 난 세입자 마라탕 대참사' 게시물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에 사연을 공개한 세입자 A씨는 빌라에 입주한 지 딱 7일째 되던 날 일을 겪었다고 했다. 친구가 집에서 마라탕을 먹은 뒤 국물을 싱크대에 버렸는데 곧바로 배수구가 막혀 물이 내려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입주 후 집에서 음식을 해 먹은 적이 두어 번뿐이라고 했다. 상황을 알게 된 집주인에게 연락한 뒤 수리업체를 불렀다. 수리비는 35만원이었다.

문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였다. 집주인은 마라탕 국물을 버린 세입자 측 잘못이라며 전액을 A씨가 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현장에 온 수리기사는 배관이 이미 5~7년간 기름때로 막혀 있던 상태였고 A씨는 마지막에 '방아쇠'를 당긴 격이라며 집주인이 부담하는 게 맞는다고 봤다.

A씨가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자 수리기사가 직접 전화를 받아 집주인을 설득했다. 기사는 "일주일 만에 막힐 수 있는 게 아니다", "기름이 동맥경화처럼 이미 막혀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곰국을 일주일 동안 부어도 막히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집주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용 협의가 끝나야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집주인은 "아저씨들은 뚫어만 주면 되지 왜 참견하느냐"고 맞섰다. 기사가 "참견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하자 집주인은 "당연한 게 아니다. 그럼 (공사를) 하지 말라"라며 막말을 퍼부은 뒤 전화를 끊었다.

결국 집주인은 35만원 가운데 10만원만 부담하기로 했다. 그마저도 "이번 싱크대 수리비 10만원 지원분은 다음 달 월세에서 빼고 입금해 달라"는 메시지로 갈음했다. 나머지 25만원은 고스란히 A씨 몫이 됐다.

법적으로 따지면 책임 소재는 단순하지 않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임대차 목적물을 계약 기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 즉 '수선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임차인은 같은 법 제634조에 따라 수리가 필요하면 지체없이 임대인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데, A씨는 곧바로 집주인에게 연락해 이 절차는 거친 셈이다.

형광등이나 변기 수리처럼 임차인이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파손은 임차인이 부담하지만 건물 주요 구성부분의 대수선이나 기본적 설비의 교체 같은 대규모 수선은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

세입자가 부당하게 비용을 떠안았다고 본다면 구제 절차도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4조에 근거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방법이다. 조정위원회는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부동산원 등에 설치돼 있다. 차임·보증금뿐 아니라 수선의무를 둘러싼 분쟁도 심의·조정한다. 양 당사자가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일정한 강제력도 생긴다.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A씨에게 내용증명 발송과 분쟁조정 신청, 소액심판청구 등을 조언했다. 한 누리꾼은 자신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면서 "임대인이 당연히 수리해줘야 할 비용을 보증금에서 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여러 누리꾼이 “수리기사에게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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